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일주일에 이틀 저녁은 아내와 함께 화실을 간다. 10여 년을 넘게 해 왔으니 일주일을 살아가는 삶의 루틴이 되었다. 두어 시간 아무 생각 없이 수채화를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왕복 이차선은 불편한 길이다. 오가는 차량은 많은데 추월도 불가능한 2 차선길은 언제나 줄을 서야 한다. 4차선 길이 2차선으로 좁아지는 길, 속도를 내어 앞장을 서야 수월하게 갈 수 있다.

어두운 밤 길, 규정속도 60km이지만 50km도 안 되는 속도의 차량들이 많다. 2차선의 좁은 길이라 과속도 어렵고 추월도 불가능한 도로다. 2차선으로 좁아지는 지점에서 속도를 내어 수월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이튿날, 아무 생각 없이 아침 운동을 하러 체육관엘 들렀다. 아침마다 만나는 이웃이 느닷없이 엊저녁에 과속하지 않았느냐 한다. 어제저녁 집으로 돌아오는 내 차를 보고 하는 말이다. 계절 따라 자전거는 즐거운 삶의 놀이다.
 
시골에서의 삶은 아름답지만 어려운 일도 너무 많다. 보기에는 아름다운 잔디밭도 고단한 노동이 필요하다. 저녁에 만나는 전원에서의 풍경이 하루의 고단함을 씻어주기에 충분하다.
▲ 시골에서 만난 야경 시골에서의 삶은 아름답지만 어려운 일도 너무 많다. 보기에는 아름다운 잔디밭도 고단한 노동이 필요하다. 저녁에 만나는 전원에서의 풍경이 하루의 고단함을 씻어주기에 충분하다.
ⓒ 박희종

관련사진보기

 
자전거를 타며 시골동네 곳곳을 돌아다닌다. 이 동네는 어떻게 생겼고 저 동네는 무엇을 하며 사는가가 궁금해서다. 오늘도 자전거에 올라 동네를 돌고 돌아 냇가를 따라 달려간다. 헬멧을 썼고 눈이 부심과 날벌레들을 막기 위해 선글라스를 썼으니 누구인지도 알아보기 어려운 복장이다. 우연히 만난 주민이 어제 자전거를 타지 않았느냐 한다. 이웃이 아닌 우연히 알게 된 사람이다. 조용한 시골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긴 연휴를 그냥 보내기 아쉬워 동해안을 한 바퀴 돌고 왔다. 대문이랄 것도 없지만 문이 닫혀 있었고, 불이 꺼졌으니 이웃이 여행길을 모를 리 없다. 조그마한 동네에 살다 보니 어디를 가도 일거수일투족이 알려진다. 좋기도 하고 조금은 불편하기도 하다. 시골에서 살아가기가 즐겁지만 어려운 이유이다. 

파란 잔디밭은 보기에는 평화스럽고 시원하다. 은퇴 후에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전원주택, 하지만 시골살이는 의외로 할 일이 많다. 시골살이의 꽃인 정원을 돌봐야 하고, 잔디밭도 가꾸어야 한다. 작은 텃밭이라도 있으면 잡초와의 싸움은 끝없이 이어진다. 시골살이 골칫거리인 습기와의 싸움도 끊임이 없다. 좋은 점이 있기에는 많은 어려움도 따르기 때문이다. 시골로 이주하고 난 어느 날, 잔디밭에 잡초를 뽑고 있는 중이었다.

검은 승용차 한 대가 대문 앞에 선다. 창문을 열고 잔디밭 가꾸는 모습을 바라보는 노부부다. 어렵게 말문을 열더니 시골에서 살아가기 괜찮으냐고 묻는다. 아직은 별문제 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말에 얼른 차에서 내린다. 전원살이가 하고 싶어 주택을 지으려 땅을 사놓았다면서 하소연이 시작되었다. 주택 지을 집터를 사놓았지만 팔고 나와야겠단다. 
 
아침에 일어나 만나는 앞산 풍경이다. 안개가 내려왔고 햇살이 찾아왔다.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아름다움도 참고 이겨내는 현명한 삶이 필요하다.
▲ 안개 낀 앞산 풍경 아침에 일어나 만나는 앞산 풍경이다. 안개가 내려왔고 햇살이 찾아왔다.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아름다움도 참고 이겨내는 현명한 삶이 필요하다.
ⓒ 박희종

관련사진보기

 
지역주민들의 텃세와 낯선 사람들과의 적응이 어려워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이유다. 전원주택을 지으려다 모든 것이 어려워 포기하고 말았단다. 동네에 대형 트럭이 오가는 것도 쉽지 않고, 현지인들과 마찰이 너무 어렵다고 한다. 전원살이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어 이곳저곳의 새로운 전원주택을 보러 다니는 중이란다. 더러는 현지인들이 텃세를 부리기도 하고, 동네에 발전기금을 강요하기도 한다. 현지인들과 어울리기가 어려운 이유이다. 

현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전원살이는 즐거움을 주지만 어려움도 많다. 특히, 현지 사람들과 같이 어우러지며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나와야 하지만, 집을 처분하기도 만만치 않다. 하루 종일 일을 해야 하는 현지인들의 하루, 이웃은 동해안을 다녀왔다 한다.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아다닌다. 울긋불긋한 옷차람에 헬맷을 쓰고 골짜기를 누빈다. 논일을 하는 이웃이 바라보는 시선은 어떤 것일까?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지 못하면 시골에서 함께 살아가기는 너무 어렵다. 

오래전부터 색소폰 동호회를 맞아 일을 하고 있다. 순수한 동호회라 공동회비를 내어 운영한다. 누가 주인도 아니고 모두가 주인인 동호회다. 하지만, 새로운 회원이 들어오면 회비 외에 입회비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언제나 입회비를 고민하게 되는데, 다행히 회비 여유가 있어 입회비를 생략하고 있다. 

현지인들과 입장이 비슷한 기존 회원들 측면에서 보면 생각이 다르다. 기존 회원들이 회비를 내고 아껴서 각종 시설을 마련해 놓았다. 신입 회원들은 기존 회원들이 설치해 놓은 장비를 이용하게 된다. 아무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기존회원들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 이용료를 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입회비를 따로 내야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시골동네로 이사를 왔다면 한 번쯤 생각하게 하는 일이다. 

현지인들이 자금과 지혜를 모아 동네를 가꾸어 왔고, 동네의 모든 일을 꾸려왔다. 시골로 이사 온 사람이 현지인들이 가꾸고 닦아온 모든 혜택을 받게 된다. 현지인들 입장에선 발전기금을  요구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현지인들과 많이 떨어진 곳에 위치해 살아가기에 발전기금도 문제없었고, 이웃들과 어울리며 편안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웃들의 도움으로 방해되지 않는 나의 삶을 살아가지만 시골에선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어려움이다. 

현명한 시골살이 방법은 없을까?

지나는 길에 외면하고 걸어가는 모습, 인사를 해야 할까 말까 망설이게 한다. 마음속까지 알 수는 없는 일이지만, 무슨 생각을 하면서 인사도 하지 않으려 할까? 시골살이는 일거수일투족이 드러나는 삶이다. 항상 조심한다고 하지만 현지인들이 보기에는 거슬리는 삶일 수 있다. 농사철에 운동삼아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뛰어다니는 모습은 어떻게 비추어질까? 친구들을 불러 삼겹살을 굽는 모습은 어떻게 보일까? 나름대로 조심하면서 그들의 입장을 살펴봐야 한다. 현지인들과 잘 어울리되 나의 삶을 누릴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들의 삶은 어떠하고 나의 삶은 어떤 것인가? 시골살이는 언제나 현지인들의 입장을 생각해 봐야 한다. 시골살이를 시작하면서 동네 사람들을 만나면 늘 반갑게 인사한다. 가능하면 다가가려 하고, 말 한마디라도 건네보려 한다. 농사가 잘 되지 않았으면 위로의 전화도 잊지 않고, 동네의 대소사에 관심을 가지려 한다. 이웃 사람과는 부담 없이 지내려 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것은 골짜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하우다.
 
아름다운 가을 전원은 잊을 수 없는 풍경이다. 단풍이 들고 밝은 햇살이 찾아 온 정원, 여기엔 긴 노동과 노력이 곁들여 만들어진 것이다.
▲ 가을에 만난 전원 아름다운 가을 전원은 잊을 수 없는 풍경이다. 단풍이 들고 밝은 햇살이 찾아 온 정원, 여기엔 긴 노동과 노력이 곁들여 만들어진 것이다.
ⓒ 박희종

관련사진보기

 
오늘도 햇살이 밝게 창문을 넘어왔다. 앞산에서 펼쳐지는 모습은 여기가 천상임을 알려준다. 아름다운 산을 보면서 오늘도 감사한 하루가 되길 바라지만, 내 삶의 모습이 남에게는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음에 고개를 끄떡인다. 하루하루의 삶을 생각하며 그들의 삶과 어우러질 수 있어야 한다. 가능하면 밝게 인사하며 그들의 입장에서 행동하고 살아가는 것이 우선이다. 밝게 빛나는 가을 햇살처럼 서로를 인정하고, 그들의 삶에 어긋나는 듯한 행동을 삼가야 시골의 삶이 편안하다. 앞산의 빛나는 아름다움도 현지인들 속에서 만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시골살이가 쉬운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도 항상 느끼는 시골생활이다. 
 

덧붙이는 글 | 시골살이는 보기는 좋지만 어렵다. 일때문이기도 하지만 현지인들과의 불화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어울리며 살아갈 수 있을까? 늘 고민하던 일을 이야기를 오마이뉴스에 처음으로 게재하는 글이다.


태그:#전원, #시골생활, #현지인, #텃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고희무렵의 늙어가는 청춘, 준비없는 은퇴 후에 전원에서 취미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 가끔 색소폰연주와 수채화를 그리며 다양한 운동으로 몸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세월따라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아직 청춘이고 싶어 '늙어가는 청춘'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