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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덴마크에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면서 태권도, e-스포츠를 중요한 수업과목으로 하는 인생학교가 있다면? 요리 클럽에선 김밥과 김치를 만들고, 댄싱 클럽을 만들어 K-POP 댄스를 함께 추고 한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젊은이들이 기숙 생활을 하며 지내는 덴마크의 보세이 인생학교의 교장 선생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다(관련 기사 : 1유로에 학교 건물을 살 수 있었던 이유). 
 
친선 축구 경기에서 보세이 팀이 득점을 하자 기뻐하고 있는 케넷 교장 선생님
 친선 축구 경기에서 보세이 팀이 득점을 하자 기뻐하고 있는 케넷 교장 선생님
ⓒ 양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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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보세이 인생학교(아래 폴케호이스콜레)에서 교장을 맡고 있는 케넷입니다.

저는 사람들과 함께,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것이 내 삶을 다채롭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해요. 교장 역할 외에 할 일이 많기 때문에 때로는 힘든 일이라는 생각도 하지만, 제 직업이 정말 좋고 행복해요.

지금 저는 당직 근무 중인데 이곳에서 당직 근무를 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입니다. 왜냐하면 주변에 젊은 친구들과 축구할 수 있고, 식사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거든요.

토카이 대학은 건물을 기증할 때, 폴케호이스콜레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어요. 지금도 그 약속은 변함이 없습니다. 만약 우리가 폴케호이스콜레를 더 이상 운영하지 못하게 된다면 학교 건물은 다시 토카이 대학으로 돌려줘야 합니다. 그것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맺은 약속이며 합의입니다.

보세이 폴케호이스콜레에서 한국 관련한 프로그램은 우연히 시작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태권도를 가르치던 구 사범님이 이곳에 있었는데, 그의 아내가 한국 요리와 한국어를 때때로 가르친 적이 있어요. 그때쯤 K-POP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도 그때쯤 느낄 수 있었어요. 이전에 J-POP의 인기도 있었기 때문에 의논 끝에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그때 처음 한국어와 한국문화 선생님으로 보세이에 왔고요. 아시아 특히 한국에는 e-스포츠도 크게 성장하고 있는 문화중의 하나였기 때문에 선생님 중에 한 분이 주목해서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국어와 한국문화 수업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e-스포츠 프로그램도 시작하게 됐어요.

저는 항상 학교생활을 좋아했어요. 뛰어난 학생은 아니었지만, 학교에 있는 것을 좋아하고 가르치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저는 항상 학교에 있으면 좋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의사가 되고 싶은 적도 있었지만 미국에서 공부해야 했고 공부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인생이 저를 데려온 곳으로 향했습니다. 보세이에서 근무한 지 6개월째, 전임 교장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갈 때 이사진은 제게 교장을 제안했어요.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12년 6개월을 보세이의 교장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제 아내도 교사입니다. 지금은 교육자들에게 교육 시키는 교사로 미래의 교육자들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피아노 반주를 하고 있는 케넷 교장 선생님
 피아노 반주를 하고 있는 케넷 교장 선생님
ⓒ 양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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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교장이 되기 전부터 저는 교육자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교육을 전공하고 스포츠 애프터스콜레에서 음악, 배구, 연극 교사로 10년 동안 근무를 했습니다. 방과후 학교에서 오랫동안 근무를 하고 어느날 저는 상사에게 더 이상 가르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계속 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갑자기 찾아왔어요.

그리고 조금 다른 길을 들어섰는데, 공동 창업자와 함께 정보기술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를 창업해서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있는 레드먼드에서 일을 했었습니다. 공동 창업을 한 친구가 정말 일을 잘했고, 저는 함께 일을 돕는 역할이 있었는데, 서비스를 하는 것 보다는 사람에게 교육 하는데 더 관심이 많아서 3년 정도 함께하고 저는 그만두게 됐습니다.

그러고는 음악을 하는 일을 했어요. 사람들의 파티나 결혼식 때 연주하는 작은 밴드를 친구들과 함께했습니다. 그런 다음에는 배구에 아주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덴마크에서도 잘하는 선수에 속했습니다. 코펜하겐에서 수년 동안 1부 리그에서 경기했기 때문에 코펜하겐에서 일주일에 5~6회 훈련과 경기를 위해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학생을 걱정하는 전화가 부모로부터 오기도 합니다. 성인으로 인정할 수 있는 학생들이 폴케호이스콜레에 오기 때문에 그들이 나이가 어리다고 부모님이 간섭할 순 없습니다. 그래서 학부모가 전화하면 전 이렇게 말해요.
 
"많은 관심에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수도 있지만, 당신의 따님이나 아들에 대해 이야기 해 드릴 수 없습니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말할 수 없습니다."

이곳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들에게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가 이곳에 있는 의미가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할 수 있는 중요한 삶의 사다리 어디엔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당장 스스로가 생각하는 안전한 경로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는 여유를 갖는 것 그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폴케호이스콜레가 그들의 삶에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시 현실 세계로 나가서 이곳에서 얻은 마음가짐을 계속 유지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도 중요합니다.

보세이에 선생님을 채용할 때도 저는 그 일에 열정을 가졌는지를 살펴보는 질문을 합니다. 폴케호이스콜레의 교사라면 해당 과목에 대한 지식도 중요하겠지만 그것은 50% 정도이고, 젊은이들과 함께 호흡해야 하는 부분이 중요합니다. 그것을 강조하는 것이 제 역할이기도 합니다. 배구만 가르칠 수도 없고, 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고 있는 한국에 젊은이들에게 '스스로 열정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하고 노력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일상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일상생활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즉,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덴마크의 한 노 의사가 건강한 삶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담배를 피우지 말고, 살을 너무 찌우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그리고 사회적 관계를 소중히 할 것을 이야기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건강한 일입니다. 당신의 삶에서 정말 중요한 사회 공동체를 항상 기억하세요.

보세이 다음 계획은 아직 모르겠네요. 제 나이가 58세인데 계속해서 이곳에 있을 것 같아요. 교장의 역할이 아니라 또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이곳에서의 정말 좋은 삶을 살고 있거든요. 그래서 제게 '지금 행복하십니까?'라는 질문을 한다면 아마 답은 이미 알고 계실 것 같네요.
 
케넷 교장선생님의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모습
 케넷 교장선생님의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모습
ⓒ 양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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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덴마크, #폴케호이스콜레, #보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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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만들기 수업을 거친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입니다. IT/인터넷 업계에서 기획자로 일했고, 코워킹 스페이스를 창업하고,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활동하다가 현재는 삶을 위한 자유학교 운영자이기도 합니다. 쉼과 전환을 위한 안전한 실험실 - 자유학교 https://www.jayusko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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