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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전환연구소는 2주간(9월 10일~25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후 급변하고 있는 유럽사회의 에너지·기후 관련 현장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지역과 마을 단위로 전환의 과정과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다양한 도시와 장소, 연구기관, 의회 등을 방문합니다. 이를 통해 실제로 유럽사회의 성과와 여전히 남은 과제와 한계에 대해 몇 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기자말]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쇠나우 시민들은 1997년부터 전력망을 사들여 전기회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재 쇠나우 전력회사(EWS)는 21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하는 독일 최대 재생에너지 전력회사로 성장했다. 1987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핵 없는 미래를 위한 부모 모임(Eltern für eine atomfreie Zukunft)'이 원전 전기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시작한 일이 현재의 EWS로 발전된 것이다.

쇠나우 전력회사의 성장과 더불어 독일 정부는 2002년 탈핵을 선언했고, 마침내 2023년 4월 15일 남아있던 3기의 원전을 멈추어, 탈원전 국가가 되었다. 독일에서 전력 중 원전 비중은 2000년만 하더라도 30%였는데, 지금은 '0'이 되었다. 2022년 말 독일의 재생에너지 전기는 46%로 증가했다. 태양광, 풍력, 바이오 에너지가 원전을 완전히 대체했을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을 생산한 것이다. 

지역독점 전력회사와의 싸움에 나선 시민들
     
패시브 건축물로 지어진 쇠나우 전력회사 본사
 패시브 건축물로 지어진 쇠나우 전력회사 본사
ⓒ 안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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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나우 전력회사(EWS)'는 1997년 7월 1일부터 1700가구에 전기를 공급했다. 평범한 시민들이 거대 지역독점 전력회사와 싸워 전기 공급을 위한 전력망을 확보하는 데만 두 번의 주민투표와 7년의 세월이 걸렸다. 첫 전력 공급으로부터 26년이 지난 지금 쇠나우 전력회사는 249명의 직원을 고용하며 21만 가구에 전력과 열을 공급하는 독일 최대 재생에너지 회사가 되었다.

EWS는 전기와 열 판매, 에너지 공급망 건설과 운영, 풍력발전소를 포함한 분산형 발전소 계획·건설·운영 등 종합적인 에너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약 5억 유로(7068억 원)다. 인구 2500명이 사는 작은 마을의 전력회사가 베를린과 프라이부르크에 지점을 두고 있다. 

독일은 시민들이 전력회사를 선택할 수 있다. 1998년 전력시장 자유화로 여러 전력 공급회사가 서로 다른 요금체계를 놓고 경쟁한다. 전력회사는 전기를 어떤 에너지원으로 사용했는지를 공개하고, 그에 따른 비용도 다르게 책정한다. 쇠나우 전력회사는 100% 재생에너지로 생산한다. 지난 12일, 쇠나우에 있는 EWS 본사에서 알렉산더 슬레덱 이사를 만났다.

"푸틴 대통령이 독일 사람들을 각성시켰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화석연료에 의존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사실 독일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전력 부분은 높지만, 열은 15.2%, 수송은 7.3%밖에 안 된다. 지난 12년 동안 메르켈이 진전시킨 것이 없으니 지금 독일이 심각한 상황이다."

슬레덱 이사는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EWS는 수익보다 핵발전 폐쇄, 기후위기 대응, 에너지전환 지원을 목표로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의 설립 목표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정책이 전력회사가 벌이는 절약지원 프로그램과 선센트(Sun-cent) 기금이다. 
 
EWS 이사 알렉산더 슬레덱
 EWS 이사 알렉산더 슬레덱
ⓒ 녹색전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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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반대 가스 절약 캠페인과 선센트 기금

EWS에서 전기를 공급받는 고객의 평균 전력 소비량은 전국 평균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시로 전기와 에너지절약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절약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에너지 비용 급등으로 인한 저소득층의 에너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6672명이 절약에 참여했다. 그렇게 총 1만3000유로를 모아 저소득 가정의 에너지절약을 돕는 '전기절약체크(Stromspar-check)'프로젝트에 기부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전쟁에 반대하는 가스 절약 캠페인'을 벌였다. EWS는 참여를 신청한 1750가구에 대해 가구당 20유로를 모아 총 3만5000유로를 우크라이나에서 오래 활동해온 의사단체에 기부했다.

EWS는 독일 전역에 새로운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만들어지는 것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전력소비자로부터 전기요금에 킬로와트시당 0.5유로센트의 '선센트 기금'을 조성해 재생에너지와 교육에 지원한다. 기금을 내지 않는 것도 가능하다. 지금까지 선센트 기금은 독일 전역 5600개의 시민재생에너지 발전소에 지원되었으며, 그렇게 만들어진 발전소 규모는 약 2만5000명이 거주하는 마을 전체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EWS가 재생에너지발전소에 자금을 지원한다고 해서 지분을 갖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순수하게 독일의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가 늘어나는 것을 돕는 역할을 한다. 
 
EWS의 전기요금표와 선센트 기금
 EWS의 전기요금표와 선센트 기금
ⓒ 녹색전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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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요르버그 EWS 이사회 의장은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전환에서 시민은 언제나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라며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 생산에 기여하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행동을 바꾸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알렉산더 슬레덱 이사도 "시민들이 기후위기 해결에 더 많이 직접 참여할수록 더 빠르고 효과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다"라며 "재생가능한 전력 시스템은 훨씬 더 분산된 방식으로 시민 생활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다. 시민이 참여하면 발전소의 수용성을 높이고, 필요한 토지에 대한 접근성을 열어준다"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토지 소유주로부터 부지를 임대하는 것과 프로젝트 개발자로서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이 소유하고 투자하는 것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WS 성장의 의미... 에너지시민과 독일재생에너지법
 

시민들이 만든 전력회사 EWS는 어떤 조건에서 성장할 수 있었을까? 핵심은 정부의 역할이었다. 정부가 시민들이 만든 전력회사가 경제성을 갖도록 보장해주는 제도를 시행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EWS는 재생에너지 전력만으로 생산한 전기를 공급해도 도산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독일 에너지 정책 싱크탱크 아고라 에네르기벤데 선임연구원 염광희 박사도 "재생에너지 경제성 확보를 위한 정부 지원제도가 핵심"이라고 말한다. 독일 정부는 2000년 재생에너지법(EEG) 제정을 통해 태양광, 풍력, 바이오가스와 같은 재생에너지를 우선 구매하며, 재생가능에너지를 고정가격에 구매하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도입했다. 이러한 정부의 재생에너지 지원제도로 인해 독일에 시민협동조합 발전소가 급격히 늘어났다. 

독일 에너지 협동조합연합회 산하에 약 900개의 에너지 협동조합이 있고, 에너지 생산 및 공급부터 전력망 운영, 에너지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약 20만 명의 시민들이 직접 관여하고 있다. 시민참여와 정부 정책이 연결되어야 이런 변화가 가능하다. 아무리 시민들이 에너지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있더라도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없이는 EWS 같은 기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것이다. 
 
독일과 한국의 전력 소비량과 전력 믹스 비교
 독일과 한국의 전력 소비량과 전력 믹스 비교
ⓒ 녹색전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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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한국 : 2030년 재생에너지 80% vs. 21.6% 사회

독일의 전기 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6%에서 2022년 43%로 증가했다. 한국은 같은 시기 0.03%에서 9.2%로 늘었다. 한국도 늘긴 했지만, 같은 시기 독일의 전력 소비량은 2000년 572.3TWh에서 2022년 582.28TWh로 유지됐지만, 한국은 272.52TWh에서 606.51TWh로 2.2배가 늘었다.

독일 면적이 한국보다 3.6배가 크고, 인구는 1.6배가 많고, 1인당 국민소득도 1.5배 많은데, 한국이 전기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비중도 늘려야 하지만, 에너지 전환에 있어 수요관리와 효율에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면서 더 속도를 낼 예정이다. 2045년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했고, 2030년 전력 중 재생에너지 목표를 80%로 설정했다. 한국의 2030년 전력 중 재생에너지 목표는 21.6+알파이다. 두 나라가 목표를 달성하면 독일은 한국의 4배 정도의 재생가능한 전력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현실은 더 암울하다. 2024년 산업통상자원부 예산안에 따르면 전력기금 예산에서 원전 지원은 전년 대비 141% 증액된 2603억 원으로, 원전 생태계 금융지원사업에 1000억 원, 수출보증에 250억 원을 새로 지원한다. 반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예산은 올해 1조 489억 원에서 내년 6054억 원으로 42%나 줄였다.

정부 정책 영향으로 국내 태양광 시장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2021년 국내 태양광 발전설비 신규 설치량은 4.2기가와트였는데, 2022년 3.0기가와트로 줄었고, 올해는 더 줄어 2.5기가와트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7월에는 100킬로와트 이하 소형태양광 우대제도도 연장 없이 폐지했다.

재생에너지는 에너지 전환만으로서의 의미를 갖지 않는다.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가가 151개국에 달한다. 탄소중립의 핵심은 석유, 석탄, 가스와 같은 화석연료 시대를 30년 이내에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의 에너지전환은 전 세계의 산업전환 정책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향후 30년간 가장 큰 시장이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재생에너지 기반의 에너지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EU, 독일, 미국, 중국 모두 재생에너지를 산업전환 정책으로 접근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 42.5%로 높이고, '탄소중립산업법'을 통해 태양광 등 탄소중립 기술 제조역량을 높이는 제도적 틀을 강화했다. 지난 8월 29일 독일 연방정부는 독일 경제 회생을 위한 10가지 정책을 발표하였다. 이 정책의 핵심은 독일 경제 전환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탄소경제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인프라법을 통해 전력망에 대한 투자와 더불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재생에너지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태양광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산업과 설비에 있어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상황에서 한국은 원전으로 역주행하고 있다. 한국에도 137개의 태양광협동조합이 등록되어 있다. 현재 시민참여 에너지협동조합은 110개가 넘었고 발전소 개수도 220여개, 27메가 규모이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이 척박하고 심지어 배척받는 상황에서도 에너지전환을 위해 모여있는 시민들이 버티고 있다. 한국의 에너지 시민들은 얼마나 버티며, 활동해야 '에너지전환' 정부를 가질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입니다.


태그:#녹색전환, #어네지자립,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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