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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범죄는 주로 사건 기사 위주로 보도됩니다. 소년사건의 이면을 살펴보는 기사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앞으로 심판 이전과 이후, 즉 보호처분 결정 이전과 이후의 이야기를 보도하겠습니다.[기자말]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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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줘야죠, 법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가르쳐야죠, 사람을 해하면 어떤 대가가 따르는지."

지난 2월 말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의 심은석(김혜수 분) 판사는 강력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고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도 없는 소년범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린다. 

또한, 가정폭력의 가해자인 아버지에게 접근금지 명령을 내린 뒤 피해자인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그리고 진심을 담은 말을 건넨다.

"장하다. 버텨내느라."

촉법소년 연령 하향의 양면성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세 미만에서 만 12세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방안이 추진될 예정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29일 이뤄진 대통령직 인수위 업무보고 과정에서 '현실화 방안'을 보고했다. 법 개정이 이루어지면 초등학생도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엄벌주의는 양면성이 있다. 형사법정에 선 촉법소년에게 법의 준엄함을 일깨워서 재범을 막고 소년범죄를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소년범죄에 대한 전반적인 처벌 강화는 낙인효과로 인해 오히려 재범을 증가시키고 강력범을 양산할 수 있다.

따라서 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의 강력범죄에 한해 조정된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내가 보호관찰을 담당하고 있는 대상 소년 중에서 중학교 1학년인 만 12세 소년이 있다. 소년은 특수협박으로 소년부 법정에서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또래에게 흉기를 휘두르며 협박하고 폭행한 사건이었다.

사건의 단면만 보면 엄벌에 처해야 한다. 그러나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소년에겐 엄벌만이 아니라 치료와 보호, 교화도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소년의 아버지는 과거 지병으로 한 쪽 눈을 잃었다. 나머지 눈도 시력을 거의 잃어가고 있다. 혼자 소년을 양육해야 했지만, 꾸준히 일을 할 수 없었다. 기초생활수급지원금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다. 거의 매일 술을 마셨고, 피멍이 들 정도로 소년을 폭행했다. 엄마의 얼굴도 본적이 없었던 소년은 골방에 숨어서 혼자 두려움에 떨었다.

소년은 결국 초등학교 2학년 때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6학년 때는 수개월 동안 정신병동에 입원했다. 하루는 아버지가 집에서 가스밸브를 열어놓고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소년은 경찰에 신고했고, 법원은 아버지에게 소년에 대한 접근 금지 명령을 내렸다.

그후 소년은 쉼터와 보육시설을 전전했다. 학교생활과 교우관계에 적응하지 못했고 따돌림도 당했다. 친구를 사귀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 늘어갔고, 우울증과 충동조절장애로 동료들과 갈등과 다툼이 잦아 쉼터와 보육시설을 자주 옮겨다녔다.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 스틸 컷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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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관찰 신고를 위해 출석한 소년은 어린 나이답지 않게 차분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했다. 아버지에게 당한 폭력과 학대에 대해 말할 때는 입술이 살짝 떨렸다.

"가출을 한 적은 없어요. 아빠가 때리면 무서워서 도망갔다가도 집으로 돌아왔어요. 세상에 아빠 밖에 없었으니까요."

헝클어진 실타래와 같은 소년범죄

"오랜 취재를 통해 결국 소년사건은 사회 시스템이나 가정환경, 친구관계 등과 실타래처럼 얽혀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4년간의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의 극본을 쓴 김민석 작가의 말이다. 시종일관 균형을 잃지 않고 냉철한 시선을 유지하는 드라마는 소년범죄의 원인과 소년범 교화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언론에 자극적으로 보도되는 소년범죄에 대한 분노와 냉소를 잠시 거두고, 소년범죄의 이면을 냉철하게 들여다보아야 해결책이 보인다는 사회적 함의를 담고 있다.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선 소년범죄를 심판하고 처분을 집행하는 모든 기관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서 소년범죄 예방과 재범 방지, 소년범의 재사회화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집중해야 한다. 촉법소년 연령을 두 살 낮추는 것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많은 수단 중에 하나일 뿐이다.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혐오, 사전적 의미로 싫어하고 미워함을 뜻합니다. 싫어하고 미워할지언정 소년을 위해서라면 최선을 다할 겁니다. 싫어하고 미워할지언정 처분은 냉정함을 유지할 겁니다. 싫어하고 미워할지언정 소년에게 어떠한 색안경도 끼지 않을 겁니다."

<소년심판>의 심은석 판사가 마지막 장면에서 한 말이다. 그동안 자극적인 제목으로 보도되는 일부 소년사건의 기사 몇 줄, 사건의 단면만을 접하고, 소년법 폐지 등의 극단적인 엄벌을 요구해온 기성세대와 사회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소년범을 위해 최선을 다한 적이 있는가?

태그:#소년범죄, #소년심판, #촉법소년, #소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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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보호직 공무원입니다. 20년 동안 소년원, 소년분류심사원, 보호관찰소, 청소년꿈키움센터에서 위기청소년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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