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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영 사진팀장
 윤한영 사진팀장
ⓒ 김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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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은 환경 자체가 사진 촬영이 쉽지 않은 조건을 갖고 있었어요. 최악의 조건이었죠. 바닥은 질퍽거리고 천장에서는 물이 계속 떨어져 헬멧을 써야 했고, 비옷을 입고 카메라 가방을 메고 들어가야 했거든요. 빛이 없는 공간이라 조명은 필수였고요."

윤한영 광명시청 사진팀장은 폐광 가학광산동굴(광명동굴)에서 새우젓 통을 꺼내던 날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2011년 2월 11일이었다. 바깥 날씨는 추웠으나 동굴 안은 따뜻했다. 새우젓 비린내가 진동하는 동굴 안으로 카메라를 메고 들어가면서 그는 자꾸 멈칫거렸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인부들이 손수레에 새우젓이 담긴 드럼통을 싣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어둠에 익숙해지자 카메라를 들었다.

그렇다고 그날, 그가 폐광에서 처음 사진을 찍은 건 아니었다. 1999년에 최봉섭 테마개발과장이 동굴 탐험을 나선 뒤, 현장 사진을 찍으러 들어갔다. 2007년 3월에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폐광을 방문했을 때도 그는 카메라를 메고 그의 뒤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또한 양 시장이 폐광을 처음 방문한 2010년 8월 7일에도 윤 팀장은 그 자리에 있었다.

윤 팀장은 이처럼 광명동굴 뿐만 아니라 광명시에서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빠짐없이 현장을 찾았다. 그가 맡은 역할이 광명시의 역사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가 폐광에서 새우젓이 담긴 드럼통을 빼내는 날, 현장에 간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였다.

양기대 광명시장은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출신으로 기록을 누구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그 때문에 그는 시장 취임 이후,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면 기록으로 남길 것을 지시해왔다. 새우젓이 담긴 드럼통을 빼내는 날도 마찬가지였다.

윤한영 사진팀장
 윤한영 사진팀장
ⓒ 김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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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현장에 간 사람이 바로 윤한영 사진팀장이다. 그는 카메라를 들고 코를 감싸 쥐고 싶을 정도로 지독한 냄새가 나는 폐광 안으로 들어갔다.

"대체 이곳을 어떻게 개발해서 보여줄 것인지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어요. 저는 시장님이 기록으로 남기라고 하셔서 갔을 뿐인데, 생각했던 것보다 동굴 안 상황이 나빴거든요. 그래도 사진을 리얼하게 찍으려고 노력했어요. 그 사진이 지금 동굴 안에 전시돼 있어요."

윤 팀장은 광명동굴이 버려진 폐광이었을 때부터 수도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관광지가 된 지금까지 꾸준히 광명동굴 사진을 찍었다. 그가 지금까지 찍은 광명동굴 사진은 2만여 장 가까이 된다. 그는 광명동굴이 변화, 발전하는 모습을 기록하는 광명시의 사관(史官), 즉 기록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광명동굴 이야기를 할 때 그를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그가 광명동굴에 처음 들어간 것은 1999년. 당시 정책개발팀 직무대리였던 최봉섭 현 테마개발과장이 가장 먼저 광명동굴 탐험에 나섰고, 이후 그는 현장사진을 찍기 위해 폐광 안에 들어갔다. 사진 촬영은 쉽지 않았다.

"기록으로 남겨야 하니까 안으로 들어갔는데 사진을 거의 못 찍었어요. 조명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손전등을 비추고 초점을 맞추고 사진을 찍어야 했거든요. 그렇게 찍으니 돌멩이 밖에 안 나오는 거였죠. 어떻게 찍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어요."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으나 사진 몇 장을 건질 수 있었다. 세월이 흐르니 그 사진도 역시 당시를 증언하는 기록물이 되었다. 때문에 광명동굴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려면 그가 찍은 사진을 검색하는 게 빠를 때도 있다.

광명동굴 개발 당시 공사현장
 광명동굴 개발 당시 공사현장
ⓒ 윤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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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07년 3월 11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광명동굴(당시 가학광산)을 방문했을 때도 동행했다. 경기도지사가 현장방문을 왔으니 그가 카메라를 메고 따라가는 것은 당연했다. 그 때 정광해 공원녹지과장과 최봉섭 테마개발과장도 김 지사를 수행했다. 그들이 김 지사와 함께 찍힌 사진이 당시를 증언하고 있다.

폐광을 둘러본 김문수 지사는 폐광이 개발 가치가 있다면서 내부 청소를 한다면 당장이라도 학생들의 현장학습이나 탐험 장소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김 지사 역시 폐광의 가치를 한 눈에 알아봤던 것이다. 4년 뒤, 김 지사는 양기대 시장이 폐광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하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김 지사가 광명시에 1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한 것은 이런 배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윤 팀장은 양기대 시장이 폐광을 처음 방문하던 날에도 카메라를 메고 시장을 따라 나섰다. 그날, 양 시장은 노란색 비옷을 입고 무릎까지 오는 장화를 신었다. 머리에는 흰색 헬멧을 썼고, 손에는 랜턴을 들고 있었다. 양 시장이 고개를 숙인 채 동굴 안을 살피는 사진은 그날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그날도 그는 어두컴컴한 동굴 안에서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했지만, 늘 그렇듯이 지나고나니 아쉬운 게 너무 많다.

동굴음악회
 동굴음악회
ⓒ 윤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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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시장 취임 이후 윤 팀장은 폐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폐광 개발 현장을 사진으로 남겨야 했고, 폐광 내부가 정리되면서 외부 공개가 시작되면서 다양한 행사가 열렸기 때문이다.

2011년 10월 31일에 열린 동굴음악회 사진 촬영 역시 그의 몫이었다. 그 사진은 광명시 전역에 걸리면서 광명시민들에게 광명동굴의 존재를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동굴 예술의 전당 개관행사 역시 그가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은 지금 시장실에 걸려 있다. 시장실을 방문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자리에.

그렇다고 그가 늘 광명동굴에서 사진만 찍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 점을 가장 아쉬워 한다. 다른 업무 때문에 광명동굴이 개발되는 전 과정을 온전하게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2010년까지만 해도 광명시청에서 사진은 오로지 윤 팀장 몫이었다. 그 혼자 일해야 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일이 엄청나게 많았다. 광명시에서 열리는 행사 사진들을 찍는 것만도 버거웠기에 광명동굴 개발과 변화 과정을 전부 사진으로 찍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현재는 김수한씨와 함께 그 일을 나눠서 하고 있지만, 그래도 일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그는 광명동굴을 방문한 손님들 사진도 많이 찍었다. 광명동굴이 유명세를 타면서 유명 인사들이 광명동굴을 찾았던 것이다. 양기대 시장이 그들을 직접 안내하는 경우도 많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손님들은 바로 파독 광부들이었다. 양 시장이 특별히 그들을 초청했다.

광명동굴을 방문한 파독 광부들.
 광명동굴을 방문한 파독 광부들.
ⓒ 윤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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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시장은 그들의 손을 꼭 잡고 함께 폐광을 둘러봤다. 이들은 독일 탄광에서 일하던 어렵고 고된 시절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냈고, 윤 팀장은 사진을 찍으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한 분이 유난히 기억에 남아요. 컴컴한 동굴을 둘러보는 동안 내내 선글라스를 벗지 않으셨거든요. 옛날 생각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셨던 것 같은데, 그걸 보이기 싫으셨던 거죠."

동굴 사진을 처음 찍을 때만 해도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아서 애를 먹었던 윤 팀장은 2만여 장의 사진을 찍으면서 동굴사진 전문가로 거듭나게 됐단다. 대한민국에서 자신보다 동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생겼다.

"우리나라에서 저만큼 동굴 사진을 많이 찍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처음에는 사진 촬영이 어려웠지만 지금은 동굴 사진 전문가가 다 됐다고 할 수 있죠. 어디서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조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됐거든요. 5년 동안 사진을 꾸준히 찍은 결과죠."

비결이 무엇일까?

"광명동굴은 사진을 찍기 위해 있는 게 아니잖아요. 조명이 제대로 갖춰졌다면 동굴의 느낌이 잘 드러나는 아름다운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현실적인 여건이 그렇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현실이 받쳐주지 않으면 내가 현실을 쫓아가야지 현실 탓만 할 수는 없잖아요. 광명동굴이 갖고 있는 조건에서 가장 좋은 사진을 뽑아내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쉽지 않았죠. 그만큼 사진을 많이 찍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윤한영 사진팀장 ②로 이어집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윤한영, #광명동굴, #광명시, #양기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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