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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가니 제 시간에 따끈한 밥 딱딱 나와서 좋아. 메뉴도 다양해서 편식도 사라질 같다."

군대 간 아들의 첫 소감의 주제는 군 급식이었다. 앗, 이 말에 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입대 전 내가 어떻게 해주었기에... 맞다. 난 일이 중요했다. 사회 활동을 많이 하다 하다 보니 늘 만만한 건 가족이었다. 이 일 끝내 놓고, 마감시간이 다 되어, 회의 끝나고 가서 챙겨 줄게... 등의 이유로 우리집 식사 시간은 늘 불규칙했다. 내 일이 끝나는 시간이 식사 시간이었다.

군수학교에서 열린 시식평가회
 군수학교에서 열린 시식평가회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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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엄마 이상으로 아들 밥 챙겨주는 군이 참 고마웠다. 혹자는 아들 군에 보내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는다고 했다. 난 아들 입대를 계기로 변화하고 있는 군을 체험하느라 바빴다. 특히 올해는 국방기술품질원에서 운영하는 어머니 장병급식 모니터링단 활동으로 자주 병식 체험을 했다. 군 급식업체와 시식평가회에도 참석해 의견을 내고 개선방안도 찾았다.

한해를 마무리하며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한 군 급식활동을 더듬어 본다. 가장 눈이 동그래진 일을 꼽는다면 전투식량 체험이었다. 내가 맛본 (주)참맛의 전투식량은 물과 불이 필요없는 즉취식형제품으로 내장된 발열팩의 줄을 잡아당기면 발열이 시작되어 20분이면 음식이 데워졌다.

전투식량은 고등어, 멸치조림,카레,제육볶음  등 메뉴가 다양했다.
 전투식량은 고등어, 멸치조림,카레,제육볶음 등 메뉴가 다양했다.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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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멸치조림, 제육덮밥, 쇠고기볶음밥, 미트로프, 양념소시지, 김치, 파운드케이크, 초코볼 등 가정에서 또는 여느 음식점 못지않은 메뉴로 구성되었다. 식품을 데운 후 발역팩에 물을 추가하면 3~4시간 40도 이상 발열이 지속돼 체온 유지를 위한 보온팩으로도 활용할 수 있었다. 레토르트 멸균 과정으로 인해 별도의 보존료 첨가 없이 3년 동안 맛과 영양 유지가 가능했다.

사실 '전투식량'하면 밥에 간단한 간 정도만 맞춘 주먹밥이 떠오른다. HACCP시스템을 갖추고 다양한 메뉴가 제공되는 전투식량을 보니 군 급식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었다. 특히 이 전투식량업체는 사우디아라비아 상공회의소와 할랄식품 MOU를 체결해 현재 할랄식품공장 신축 및 장비설치를 하고 있다고 해서 반가웠다.

해군2함대에서의 병식체험
 해군2함대에서의 병식체험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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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서북해역을 지키는 해군 제2함대 제천함에서의 병식체험이다. 요즘은 강감찬함, 유관순함 등 애국지사들의 이름을 딴 배들이 선보이만 과거에는 배이름에 도시 이름을 붙였다. 소도시 충북 제천시명을 딴 1200톤급 제천함은 도시의 규모답게 100여 명이 생활했다. 24시간 배에서 생활하는 해군은 타군에 비해 체력소모가 많을 것이다. 때문에 급식비도 타 군 대비 1일 1700원 더 배정되었다고 했다. 
  
컴퓨터와 책장이 갖춰진 식당으로 들어서자 식탁 위에 놓힌 야채 접시가 눈에 띄었다. 오이, 앙파, 당근이 먹기 좋은 크기로 한 쟁반씩 놓여 있었다. 주메뉴는 묵, 소시지, 김, 갈비탕이었다. 장병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아들 입대 후 군복만 입어도 다 아들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이등병, 상병 계급장을 단 장병들과 마주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 뭐냐고 묻자 한 장병은 "육류, 채소, 과일, 유제품 등이 골고루 나오기 때문에 딱히 먹고 싶은 게 없다"고 답했다.

천안함 전시실에 들러 묵념을 했다.
 천안함 전시실에 들러 묵념을 했다.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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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식체험 후 인근에 위치한, 2010년 북한잠수정의 어뢰공격으로 침몰되었던 천안함 전시실로 향했다. 곳곳에 똟린 총알 흔적을 보며 비명에 간 46명 용사들의 명복을 빌었다. 서해수호관에서 본 해군 창시자 손원일 제독의 부인 홍은혜 여사와 천안함 46용사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여사의 사연은 우리의 활동을 더욱 채찍질했다.

홍 여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군가인 '바다로 가자'를 지었고, 모금운동과 사비를 털어 해군 최초의 군함 백두산함을 탄생시켰다. 윤 여사는 아들의 사망보험금 1억 원과 성금 898여만 원을 기증해 3·26 기관총을 보급했다. 이 기관총의 몸통 왼편에는 천안함 폭침일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 '3·26 기관총'이란 글자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해군 신분은 아니지만, 해군 역사의 산증인이며 해군 발전의 공헌자로 '해군의 어머니'로 존경을 받고 있는 99세의 홍은혜 여사님, 조국의 영해를 지키다 산화한 아들을 둔 윤청자 여사님의 넓고 깊은 정신을 길이 새기며 군 발전을 위해 일익할 것을 다짐했다. 
      
 물과 불이 필요없이 발열팩으로 데워지는 전투식량들
 물과 불이 필요없이 발열팩으로 데워지는 전투식량들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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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군수학교에서 열린 신규급식제안 품목 시식회 또한 새로운 발견이었다. 추어탕, 생태채, 붕장어살, 천연벌꿀, 6년근 홍삼진본, 복분자 소스... 가정에서도 귀하게 여기는 이 메뉴들이 군 신규급식 제안 품목에 등장했다.

시식장에 들어서자 다양한 메뉴들이 저마다 맛을 뽐내며 선택을 기다렸다. 바지락, 피조개살, 대구 등 자칫 신세대 장병들에게는 비선호인 듯 보이지만 장병들 기호와 영양을 고려해 조리한 메뉴가 눈에 띄었다. 한눈에 신규 품목 질적 수준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었다.

이날 선보인 23개 품목은 평가단의 의견을 수렴, 육군 주관 심의를 거쳐 12월 국방부 최종심의 순으로 진행된다고 했다. 단순한 맛보다 단체급식의 적합성과 객관성, 영양의 균형 등을 고려해 내년 군 급식에 반영된다.

HACCP형 조리실습장 견학
 HACCP형 조리실습장 견학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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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평가자는 "철판 볶은면은 단맛이 너무 많다. 비빔면은 매운 맛이 강하다 ,두 품의 장점이 섞였으면 좋겠다"라고 평하며 "빵식에 사용되고 있는 기존 쨈은 설탕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 신규제안 품목인 천연벌꿀이 진짜 꿀이라면 쨈보다 훨씬 낫겠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 한 평가자는 "홍삼진액 한 포는 음료수 2병 주는 것보다 좋을 듯하다. 김말이와 장어에 최고점을 주었다. 만약 장어가 채택된다면 양이 적을 것 같다. 김말이는 요리한 지 제법 시간이 경과했지만 바삭바삭한 면이 살아 있어 맛이 좋다. 복분자소스도 맛이 독특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조리실습 도구가가지런히 놓여있다.
 조리실습 도구가가지런히 놓여있다.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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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조리교육생들이 조리를 할 수 있는 HACCP형 조리실습장도 둘러보았다. 관계자는 "전처리가 가능한 이곳은 연간 4천여 명을 배출한다. 교육생들은 3주간 교육을 거쳐 각 군에 파견된다. 처음엔 라면 끓이기 더디던 조리병들이 3주가 지나면 수준급이 된다"라고 내부를 소개했다

100세 시대를 기준으로 친다면 나는 막 인생후반기에 접어들었다. 인생 전반은 정말 앞만 보고 달렸다. 청운의 꿈을 안고 고향 울산을 떠나 상경, 내가 꿈꿨던 일을 찾았다. 이제 좀 천천히 뒤도 돌아보고 살고 싶다. 취재여행을 하면서. 올 한해 이어진 군 급식체험 또한 군 급식의 진화를 확인하는 의미있는 취재여행이었다.


태그:#국방기술품질원 , #어머니 장병급식 모니터링단 , #병식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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