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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추진하는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선정됐다.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추진하는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선정됐다.
ⓒ 산천어축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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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돈 있냐?"
"왜요? 군수님 돈 필요하세요?"
"아니, 돈 있으면 자고 내려와라. 길 미끄러우니까 내려오면 안 된다."

지난 12일 전국적으로 많은 눈이 내렸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서 2014년 문화관광축제를 선정하는 날이었다. 서울에 올라가봐야 담당자도 만나지 못 하고, 심사장 또한 들어가지도 못할 거란 걸 알면서도 서울로 향했다. 어떻게든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서였다. 정갑철 화천군수는 그런 우리 일행이 애처롭다고 생각했던지 돈 있으면 자고 내려오라며 당부가 아닌 명령조로 말했다.

"개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유리하다"

화천은 진입도로가 여건이 매우 악하다. 그 흔한 고속도로나 철로도 없다. 화천으로 오려면 꾸불꾸불한 2차선 국도 내지는 지방도가 유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곳에 기업을 하겠다는 투자자도 없다.

산과 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92%에 이른다. 농지는 고작 8%에도 미치지 못한다. 논보다 비탈진 밭이 대부분이다. 농업으로 승부를 걸 수 없는 여건이다. 군사시설보호구역, 하천변 행위제한 구역 등 규제로 묶인 면적이 140%에 이른다. 중복으로 규제되는 지역이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낙후지역일 수밖에 없다.

"개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유리할 수 있다."

2002년 35대 화천군수로 당선된 정갑철씨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개발을 할 수 없는데, 뭐가 유리하단 말이냐"며 지역 주민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 매년 130만 명가량의 관광객이 찾는다.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 매년 130만 명가량의 관광객이 찾는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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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도 산천어축제를 시작했다. 산천어라는 물고기는 15℃이상의 수온에선 살지 못할 정도로 '청정'을 대표하는 물고기라는 것에 착안했다. 또 山(산),천(川),어(魚)라는 단어를 개별적으로 떼어 "산이 수려하고, 물이 맑은 화천에 물고기들이 산다"는 의미를 담아 청정함을 알리려 노력했다. 그렇게 해서 적은 농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비싸게 팔고, 청정 환경을 이용한 관광산업을 하면 성공할 수 있을거라 여겼다.

예상은 적중했다. 축제 첫해인 2003년도 22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기 시작해 2006년부터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참여했다. 문체부에서도 축제 이듬해인 2004년에 문화관광 예비축제로 선정했다. 이어 2006년 예비축제, 2008년 우수축제, 2010년도에 최우수축제로 지정했다. 이어 2013년까지 4년 연속 최우수 축제로 선정됐다. 축제로 인한 지역경제 직접효과는 500여억 원이 넘고 파급효과가 1500여억 원에 이른다는 것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문체부 방침에 따르면, 특정 축제가 한 등급에서 3년을 넘길 수 없다는 것이다. 화천 산천어축제가 4년 연속 최우수축제 지정이 가능했던 것은 예외규정때문이었다. 2011년 당시, 구제역 확산방지를 위해 화천군수는 축제 이틀 전 중단을 결정했다.

문체부는 이를 감안, 2010년 축제 데이터 현황을 바탕으로 2011년도에도 화천 산천어축제를 최우수 축제로 선정했다. 축제기간 중 농산물 판매액이 10억 원이 넘고,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축제를 열지 않았음에도 연이어 2년째 최우수축제로 선정되고, 4년간 최우수축제로 남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2014년에는 최우수축제로 선정될 수 없다. 대표축제로 올라서지 못하면 그대로 탈락하게 된다. 어떻게든 대표축제가 되어야 한다는 게 지상과제가 되었다.

대표축제 선정, 가장 기뻐할 사람은?

지난 12월16일, 문체부에서는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적으로 2014년 문화광광축제를 발표했다. 화천 산천어축제와 김제 지평선축제를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최우수 축제 8개와 우수 축제 10개, 유망 축제 20개를 문화관광축제로 선정했다.

누구보다 기쁨이 클 정갑철 화천군수를 찾아 인터뷰를 요청했다.

화천 산천어축제 대한민국 대표축제 선정, 산천어축제를 만든 정갑철 화천군수가 축하의 전화를 받고 있다.
 화천 산천어축제 대한민국 대표축제 선정, 산천어축제를 만든 정갑철 화천군수가 축하의 전화를 받고 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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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최고의 축제가 된 것에 대해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 예상은 했었나?
"예상보다 기대를 많이 했다. 전국적으로 1500여 의 축제가 있다. 1등을 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3선 군수이기 때문에) 이번 축제가 마지막이라는 측면에서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 산천어축제 만큼 많이 알려진 국내 제도 드물다. 대표축제 선정이 다소 늦은 감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미국 <타임>에서 포토사진, CNN선정 세계7대 불가사의, IFEA 축제도시(화천) 선정, 겨울이 없는 동남아 관광객들의 최고 인기 선호 축제, 축제기간 70여 개의 외국 언론 주목 등 국제적으로는 많이 알려졌다. 그런데 국내 대표축제로서의 선정은 참 어려웠다. 까다로운 평가를 통한 축제의 질적 향상 유도 및 건전한 경쟁을 시키려는 정부의 의지로 풀이된다."

- 대표축제로 지정되면 지원금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표 축제엔 각 5억 원, 최우수 축제는 각 2억5000만 원, 우수축제는 1억3000만 원, 유망축제는 89000만 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지원금보다 대표축제로 선정됐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 산천어축제가 겨울철 경제활동 인구 증가의 원인도 되었다는 말도 들었다.
"사실 산천어축제가 만들어진 2003년 이전만 해도 서민들을 위한 겨울철 레저가 거의 없었다. 당시 스키장은 중산층 이상의 국민들만 이용했다. 산천어축제 성공 이후 전국적으로 유사축제가 15개나 생겨났다. 산천어축제는 서민들이 참여하는 지역경제 활동인구 증가에 기여했다.

또 송어 등 얼음낚시 축제가 많이 생기다 보니 수천 톤의 물고기가 필요했다. 내수면 산업 발전에도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축제장 상품권 도입도 산천어축제가 최초였다. 일정액의 입장료를 받고 그 금액만큼 지역 상품권으로 돌려준다. 소액으로 발행하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상품권을 쓰기 위해) 돈을 더 쓰게 된다. 당연히 지역경제 활성화의 주된 원인이 된다."

- 2014년 산천어축제,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어떻게 전망하나.
"먼저 이번 축제는 1월 4일부터 26일까지 23일간 열린다. 스노우 펀파크, 빙벽 체험 등 투명광장으로 웅장함을 더했다. 산천어 낚시 외에 무려 40여 개가 넘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대표축제가 된 만큼 축제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전망? 관광객숫자를 묻는 것 같은데, 이번에도 100만 명이 넘는 시점에서 공식적인 카운팅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관광객 숫자에 연연해 양적인 팽창을 추구하다보면 관광객 편의 등 질적인 면을 소홀히 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 마지막으로 대표축제 선정의 영광을 누구에게 전하고 싶나
"2만5000 군민의 적극적인 열정과 참여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또 산천어축제와 화천을 아껴주신 관광객 여러분들께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또 한 사람. 몇 년 전 먼저 하늘나라에 간 사랑하는 아내가... (한동안 말을 멈추었다) 가장 기뻐할 것이라 생각한다."

[2014 문화관광축제 선정 결과]
- 대표 축제(2개) : 김제지평선축제, 화천산천어축제
- 최우수 축제(8개) : 광주7080충장축제, 강진청자축제, 강경젓갈축제, 무주반딧불축제, 문경찻사발축제, 이천쌀문화축제,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진도신비의바닷길축제
- 우수 축제(10개) : 대구약령시한방축제, 담양대나무축제, 산청지리산한방약초축제, 순창장류축제, 창원가고파국화축제, 춘천국제마임축제, 통영한산대첩축제, 평창효석문화제, 포항불빛축제, 한산모시문화제,
- 유망 축제(20개) : 광안리어방축제, 거창국제연극제, 고령대가야체험축제, 괴산고추축제, 목포해양문화축제, 동래읍성역사축제, 보성다향제 녹차대축제, 부여서동연꽃축제, 봉화은어축제, 수원화성문화제, 여주오곡나루축제, 울산고래축제, 인천펜타포트축제, 정남진장흥물축제, 정선아리랑제, 제주들불축제, 충주세계무술축제, 파주북소리축제, 한성백제문화제, 해미읍성역사체험축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기획담당입니다.



태그:#산천어축제, #대한민국 대표축제, #화천, #정갑철 화천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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