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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만점 산천어 돌솥밥. 산천어를 넣었는데 비린 맛이 전혀 없다.
 영양만점 산천어 돌솥밥. 산천어를 넣었는데 비린 맛이 전혀 없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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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값이 서민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단점? 주요 손님들이 방문했을 때, 의미 있는 선물은 될 거 같아요."

화천군청 관광정책과 막내직원인 이진희씨의 지적은 냉정했다. 공짜로 시식을 했으면 대충 "맛있다" 또는 "괜찮다" 정도의 가식적 표현이라도 했을 텐데 말이다.

지난 10일, 화천의 한 식당에서 산천어 돌솥비빔밥을 공개했다. 주인은 맛에 대한 평가가 필요했다. 화천군수, 화천군청 관광정책과, 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을 초청했다.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 맛을 제거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에 대한 나름대로의 연구에 골몰했었어요."

"어떻게 산천어라는 민물고기를 이용한 음식을 만들면서 비린 맛을 없앴느냐?"는 질문에 식당 주인인 심정은(62)씨는 그렇게 대답했다.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개최된 강원음식 아케데미에 참석한 심씨는 산천어 돌솥밥에 대해 관심이 많았단다. 산천어축제로 유명한 동네 화천, 산천어를 이용한 지역대표음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산천어는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양식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여름 물의 온도가 15℃이상 올라가도 폐사한다. 약간의 수질 변화에도 양식이 어렵다. 때문에 내수면 양식업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물고기가 산천어다. 몸값이 비싼 이유이다.

1만5000원. 산천어 돌솥밥 1인분 가격이다. 산천어 한 마리를 살코기만 발라 영양밥 위에 올렸으니 비쌀 만도 하겠다.

"비싸다는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기본적이 밑반찬 외에 돌솥 밥에 사용된 산천어의 뼈를 고아 끓인 산천어 매운탕도 곁들였습니다."

가격을 낮출 해법을 찾았다

산천어 돌솥밥은 양념간장만 넣고 비볐을때 고유의 맛을 낸다.
 산천어 돌솥밥은 양념간장만 넣고 비볐을때 고유의 맛을 낸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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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에 1만5000원? 대도시 고급식당에서는 있을 수 있는 가격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곳 시골에선 (이유야 어떻든) 다소 비싸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비자들은 산천어 가격이 얼마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죠."

산천어축제를 시작해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시킨 정갑철 화천군수는 산천어를 이용한 독특한 음식개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왔었다. 퇴근 후 중요한 약속까지 미루면서 시식회에 참석한 이유이기도 하다. 고가의 산천어 가격에 따른 불가피성도 안다. 그러나 저렴하지 못한 가격에 문제가 있다는 거다.

"'산천어 돌솥밥'이란 음식명보다 '산천어 영양 돌솥밥' 내지는 '산천어 보양밥'이란 수식어를 붙인다면 다소 비싼 것에 대해 설득력이 있어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인 심씨와 함께 맛 평가회를 기획한 화천군청 농업기술센터 박수영 생활개선 담당은 다소 비싼 가격이야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말투다.

"어느 추어탕 집에 갔더니 미꾸라지의 효능을 사방에 써 붙여 놨던데, (타 민물고기에 비해)산천어의 포함된 영양분이 우수하다는 것에 대한 안내판을 설치하면 어떨까요?"

사람이 기본적으로 섭취해야 할 10종의 필수 아미노산 중 산천어에는 8종이 포함되어 있다는 어느 학자의 연구 발표가 떠오른 정 군수는 그렇게 말했다. 참석한 15명의 사람들은 수긍을 한다는 의미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래도 뭔가 미심쩍다는 눈치다.

산천어 돌솥밥과 함께 등장한 산천어 매운탕 맛도 일품이다.
 산천어 돌솥밥과 함께 등장한 산천어 매운탕 맛도 일품이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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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린 맛이 없기 때문에 단백함은 곤드레나 곰취 비빔밥보다 낫다. 질리지 않은 음식향기도 일품이다."

가격을 낮추는 방안에 대한 해법이 쉽게 도출되지 않겠다고 생각했던지 박수영 담당은 대화의 방향을 돌렸다. 산천어 돌솥 밥은 산천어 살코기 외에 당근, 표고 등 온갖 야채를 넣었다. 무를 넣었기 때문인지 양념간장만 넣는 것만으로 돌솥 밥 고유의 맛을 낸다. 산천어를 푹 고은 물을 이용해 밥을 지었기 때문일까 산나물 돌솥밥보다 단백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화천엔 지역을 대표할 이렇다 할 음식이 없다. 전주하면 많은 사람들이 비빔밥을 떠올린다. 춘천은 막국수 내지는 닭갈비, 안동은 찜닭으로 유명하다. 화천이란 말을 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산천어'를 말하지만, 산천어와 관련된 음식을 말하는 사람은 없다. 산천어 회나 매운탕을 말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어디에나 있는 음식이다. 그래서 시도한 것이 산천어 관련 음식개발이었다. 비싼 가격이란 난관에 부딪혔다.

"꼭 산천어 한 마리를 다 넣어야 되나요? 맛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반마리만 넣으면 가격을 낮출 수 있지 않을까요?"

정 군수의 제안. 참석한 15명의 맛 평가단들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하는 눈치들이다. 맞는 말이겠다. 고가의 산천어를 한 마리 다 넣을 것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1/2로 나누면 가격을 그만큼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한 거다.

산천어 돌솥밥을 개발한 화천 대청마루 대표 심정은씨
 산천어 돌솥밥을 개발한 화천 대청마루 대표 심정은씨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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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14년 1월4일부터 23일간의 일정으로 산천어축제가 열린다. 매년 100여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축제다. 세계4대 겨울축제로 꼽히는 이유다. 2012년엔 CNN에서 '7대불가사의'로 선정한 축제이기도 하다. 금강산도 식후경. 산천어를 이용한 음식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았다. 이번 축제에선 담백함과 감칠맛 가미된 산천어 돌솥밥을 추천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관광기획 담당입니다.



태그:#산천어돌솥밥, #화천, #대청마루, #산천어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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