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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정운천 후보님, 민주통합당 이상직 후보님, 통합진보당 이광철 후보님!

 

어느새 오늘입니다. 초조하고 떨리시겠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총선취재특별팀에 합류해 전주 완산을에 출마한 후보님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유권자로서 굉장히 행복한 경험이었습니다. 유권자들이 투표하기 전, 자신의 지역구 후보자들을 이처럼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면 우리의 정치 지형도 분명 바뀔 거라고 확신합니다.

 

저도 이전에는 투표나 정치에 무심한 유권자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선거 당일,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용지를 바라볼 때면 저절로 한숨이 나왔습니다. 어려운 시험문제를 대할 때처럼 난감했습니다. 아는 게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올해는 다릅니다. 4월 11일이 기다려집니다. 관심의 변화로 투표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 바뀔 수 있다는 건, 이번 취재를 통해 제가 얻은 가장 큰 소득입니다.

 

사실, 취재특별팀에 합류하기 전 저는 이 활동에 회의적인 입장이었죠. 어차피 제가 사는 전북 전주는 '따놓은 당상'인데 얼마나 취재거리가 될까 싶었죠. 굳이 취재거리가 된다면 민주통합당의 경선까지만 사람들의 집중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후보님들께서도 알다시피 전주는 민주통합당의 텃밭 아닙니까.

 

시민기자로 취재한 한달... 유권자로서 '행운'

 

그런데 웬걸. 완전히 오산이었습니다. 잘못 봤습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가 의외로 높은 지지를 얻기 시작한 거죠. '반짝 현상'일 거라며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이던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도 선거 후반이 되자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제가 거리에서 만나본 유권자중 상당수가 민주당에서 마음이 떠난 듯했습니다. '애증'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그것도 결국은 애정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민주통합당 지지자들은 말합니다만, 과연 그럴까요? 물론, 내일 투표용지에 누굴 찍을지는 두고 봐야 알겠습니다.

 

이번 선거운동 기간에 전주시민이면 누구나 뼈저리게 느꼈을 사실, 후보님들도 아마 느꼈을 겁니다. 후보님들이 출마한 완산을은 완산갑 지역에 비해 젊은 사람이 많고, 이동 인구도 많습니다. 전주시의 신시가지가 대부분 이곳에 포함되어 있고, 땅 값도 비쌉니다. 이쪽 유권자는 자녀들 교육에 관심이 많고, 재테크에도 무심하지 않습니다.

 

정당정치, 정치이념... 이런 것은 이제 이들에게 한물간 '순애보' 같은 존재입니다. 이들은 자신에게 현실적으로 이득을 줄 후보를 지지합니다. 그 냉혹한 현실, 후보님들도 느꼈을 겁니다. '옛 정'에 기대어 지지를 호소한다는 게 얼마나 처량하고 허망하기 짝이 없는 일인지.

 

유권자들은, 몇몇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무디지 않습니다. 일편단심도 아닙니다. 물타기에 혹하지도 않습니다. 매우 변덕스럽고 무섭습니다. 이런 사실이 한 후보에게는 악재로 작용하고, 또 다른 후보에게는 호재로 작용했겠지만, 그것 역시 한 순간일 것입니다. 끝까지 긴장하고 더욱 바짝 '쫄아야' 할 것입니다.

 

전주 완산을 '격전지'... 정치에 불 붙었습니다

 

사실, 전 이번 판세를 보며 내심 신났습니다. 당사자인 후보님들은 피를 말렸겠지만 저는 재밌었습니다. 내가 속한 선거구가 '격전지'가 되다니요. 덕분에 삼삼오오 친구들끼리 만나서 나누는 정치 이야기는 더욱 풍성했고, 뜨거웠고, 치열했습니다. '깃발만 꽂으면 (민주당이) 된다'는 말이 묵계처럼 인정됐던 이 무덤덤하고, 심심하고, 때론 미련스럽기까지 한 이 곳에 불꽃이 타닥타닥 붙었습니다.

 

전주의 음식문화 바꾸기만큼 어렵다던 정치인식에 차츰 의문표가 붙었습니다. 예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선거 벽보를 한번 더 쳐다보고, 집으로 발송되어 온 홍보물을 한 번 더 훑어보았습니다. 4·11 총선을 두고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합니다. 저는 누가 되느냐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이런 과정의 변화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후보님들. 후보님들도 떨리시겠지만 저도 떨립니다. 사실, 떨린다기보다 궁금합니다. 저도 이번에 작은 내기를 하나 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며칠 전, 한 식당에서였죠. 남편과 남편 친구, 저, 이렇게 세 명이서 주꾸미를 먹으러 갔습니다. 그곳에서 총선 이야기를 하다 전북지역의 가장 '핫'한 지역인 '완산을' 선거구로 화제가 넘어갔죠.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가 될 거라고 확신하는 남편 친구와,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남편. 두 사람이 서로 옥신각신하더니 얼결에 누군가의 입에서 내기 제안이 나왔습니다. 정운천 후보가 되면 남편 친구가 한우를, 민주통합당이 당선되면 남편이 미국산 쇠고기를 쏘기로 내기했습니다. 제가 어느 쪽에 걸었는지 여기서 말씀드릴 수는 없겠지만요. 하여간 저도 했습니다.

 

누가 쇠고기를 쏠지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이렇게 관심을 가지니까 재밌다는 것입니다. 투표율 70%가 넘으면 머리 깎고, 키스하고 춤추고 노래하겠다는 정치인, 연예인 예술인들을 보는 게 즐겁습니다. 다소 황당한 공약도 있어 웃음이 납니다. '투표는 이렇게 즐겨야 되는구나' 그냥 으레껏 '어차피 될 사람이나 밀어주자'는 식으로 내 재미를 내가 알아서 포기했던 지난 시절이 아깝기도 했습니다.

 

후보님들의 당락여부도, 우리 사회의 미래도 4월 11일이면 결정나겠죠. 그리고 쇠고기를 누가 쏘게 될지도요. 그런데 제가 꼭 이겼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일하는 방송국의 파업이 12일이면 한 달이 됩니다. 카드 결제를 비롯해 그 외 오만가지 압박이 밀려옵니다. 차츰 조금씩 힘들어지네요. 한 달이 이러할진대 다른 이들은 어떻겠습니까. 4월 11일의 선택이 방송국, 언론사 파업을 비롯해서, 모든 파업이 해결되는 첫 단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후보님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덧붙이는 글 | 안소민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태그:#4.11총선, #전주 완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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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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