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도 알 수 있는 사실은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거야. 학생 시절 국사를 배우면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미래를 알 수 있다"고들 말하잖아. 음악, 여행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 "역사를 알아야 미래를 안다"는 말 같아.
내가 어릴 적 90년대 초반에는 텐트를 지고 떠나는 캠핑여행에 대세를 이루었어. 그러기를
잠시 호텔과 펜션 등이 점점 늘면서 짐이 되고 자질구레한 일들이 많은 텐트를 등한시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지. 그렇게 점점 소외되기 시작했어.
하지만 가요에서 복고풍이 사람들에게 신선함을 주고 큰 인기를 끄는 이유와 같아서 일까? 소외되는 것 같았던 캠핑여행이 더욱 단단한 마니아층을 형성해 여행객들을 유혹하고 있어. 캠핑으로 어릴 적 여행에 대한 아련한 향수도 느낄 수 있고, 한번의 투자로 인해 계속되는 여행에 대한 비용이 절감되어서 일까? 주변에서는 다시금 캠핑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쉽게 보게 되었어.
이런 캠핑여행의 매력은 뭘까?
해수욕장이나 계곡에서 텐트로 여행을 했던 것은 초등학교 때 끝이나 버렸어. 이후로 가족이 함께 여행을 가는 일이 드물어졌지만, 굳이 텐트보다는 펜션이나 호텔에서 머무는 게 편했거든...
하지만 머릿속에는 유년시절에 대한 소중한 기억이 남아 있었어. 아버지와 함께 텐트를
쳤던 기억, 바다에서 뛰어 놀다가 백사장으로 들어와 텐트 앞 돗자리에 철퍼덕 누워 바라
봤던 파란 하늘, 코펠의 냄비 위에서 지글지글 끓던 김치찌개, 텐트 속에서 옹기종기 누워
나누었던 공포이야기 등 유년시절, 텐트를 이용해 즐겼던 여행이 아련한 향수로 남아
있었지.
그래서 인가봐. 약 10년 만에 처음으로 했던 캠핑여행이 설레였던 게, 어릴 적 유년시절의 아름다운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였나봐.
반짝 반짝, 설렘 가득..캠핑여행은 모든 게 새로웠어. 코펠에 의지해 음식을 홀로 만들어 먹는 것도 텐트를 치는
것도 새로웠지. 그런 새로움 속에서도 익숙함은 있었나봐. 어린 시절 아빠의 모습을 지켜봐서일까? 몸은 자연스럽게 텐트를 하나씩 하나씩 조립해나갔거든...
옹기종기 모여 밥을 먹은 후 렌턴을 끄자 산의 한 모퉁이에 자리 잡았던 우리의 주변에는
빛이 없었어. 그러니 자연의 빛이 우리를 반겨줬지. 밤하늘을 빼곡하게 수놓는 듯 한 별들, 그 별들이 우리를 비춰졌고, 그 반짝임으로 인해 설렘은 더욱 커졌나봐.
별빛을 안주삼아 먹는 술도 너무 매력적이었지. 가을날의 쌀쌀함을 따스함으로 가득 채워주는 정종, 그 술에 취해 별 빛에 취해 텐트에서 잠이 들었을 땐 "이게 천국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했다니깐...
또각 또각 빗방울 아래캠핑 때 너무 많은 비가 오면 문제지만, 적당한 비는 여행을 더욱 sentimental하게 만들
어줘. 텐트 속에서 또각 또각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면 마치 한곡의 피아노 연주를 듣는 것 같거든. 때로는 규칙적으로 때로는 불규칙적으로 박자를 맞추며 내리는 빗소리, 그 소리는 비로 인해 감성적이게 된 사람들을 더욱 센티멘탈하게 만들어.
만약 일행이 있다면, 비로 인해 일행들과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 질 거야. 비 내리는 텐트
안에서 일행들과 못다 한 이야기들을 비가 그칠 때까지 나눌 수 있을 테니까...
어때? 글을 읽다가보니 캠핑여행이 끌리지 않니? 뭐? 끌린다고? 하지만 캠핑여행을 하기 좋은 여름이 다가버렸다고? 뭘 망설이니, 무더위는 여전하고 무더위가 끝났다해도 눈밭에서도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는 걸... 다 생각하기 나름이야. '나중에 해야지, 나중에 해야지'라고 생각하면 결국 못한다는 말이 있잖아.
캠핑여행이 끌린다면 오늘 창고를 뒤적여봐. 너도 몰랐던 장비들이 쏙쏙 발견될 걸? 거기에 조금만 더 보강해 주말에 여행을 떠나는 거야. 잊지 못할 향수, 과거로의 여행을...단, 겨울에는 추위에 대한 대비는 철저히 해야 돼.
2010년 10월 가을에 떠났던 울릉도 캠핑여행 스케치...
갑자기 무더위가 사그라지면,이제는 아름다운 오색빛깔 가을이 우리 곁으로 찾아오겠지...
그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