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광주문예회관 건물 외벽에 광주연극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내 걸려 있다.
▲ 제25회 광주연극제가 열리는 광주문예회관 소극장 전경 광주문예회관 건물 외벽에 광주연극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내 걸려 있다.
ⓒ 김영학

관련사진보기


지난 3월 17일부터 23일까지 광주 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열린 제25회 광주연극제가 막을 내렸다. 올해도 창작초연 작품으로 경연했고, 예년보다 적은 네 팀이 참여했다. 6월에 원주시에서 개최되는 전국연극제에 나갈 광주 대표를 뽑는 경연대회형식으로 열렸는데,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극단 '터'의 <막차 타고 노을 보다>(김창일 작, 정순기 연출)가 나가게 되었다.

수상작 <막차 타고 노을 보다>는 오랫만에 만나는 사실주의극이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전개 과정, 구수한 전라도 방언, 인과율에 입각한 결말 등 사실주의적 요소로 극을 이끈 덕에 이해하기 쉬웠고, 감정이입도 꽤 잘 된 편이었다. 게다가 조연배우들이 관객의 웃음보를 계속 터트리고 있어 1시간 40분이라는 런닝타임이 훌쩍 지나갔다.

이웃집 아저씨 같은 친근한 연기로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는 윤희철과 마당극 무대에서 익힌 곰삭은 연기를 선보인 추말숙이 특히 돋보였다. 두 사람은 부부로 나오는데 별다른 역할 없이 감초 기능만하고 있어 아쉬울 정도였다.

두 노인이 감초연기로 관객의 웃음보를 터지게 한 장면이다.
▲ 두 노인 두 노인이 감초연기로 관객의 웃음보를 터지게 한 장면이다.
ⓒ 극단 터

관련사진보기


이런 조연들의 감초연기도 좋았지만, 짜임새 있는 극 구성도 관객을 작품에 빠져들게 했다. 런닝타임에 비해 화소(이야기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는 많지 않았지만, 노련한 극작술로 화소를 집중력 있게 이끈 덕이었다. 특히 극 중반 이후에 등장한 저승사자와 유체이탈(영혼이 몸에서 분리되는 현상)한 사내의 만남은 작품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극이 정체될만하면 유체이탈한 사내가 등장해 관객의 웃음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유체이탈'이라는 극적 상황을 연극적으로 잘 활용한 결과였다.

두 아내를 거느린 사내가 뇌출혈로 쓰러 진 후 잠시 정신을 차리더니 아내들을 불러달라고 하는 장면이다.
▲ 사내의 회복 두 아내를 거느린 사내가 뇌출혈로 쓰러 진 후 잠시 정신을 차리더니 아내들을 불러달라고 하는 장면이다.
ⓒ 극단터

관련사진보기


작품은 두 여자를 거느리고 사는 사내가 혈압으로 쓰러진 후에 남은 가족들이 겪는 얘기다. 사내가 갑자기 쓰러져 장기 입원을 하는 바람에 남은 가족들은 병원비 독촉에 시달린다. 백수로 지내던 작은댁 아들이 병원비를 내려고 두 모친 앞으로 된 땅을 팔려고 시도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 간다. 그동안 한 남자를 두고 맞서왔던 두 여성은 재산 문제로 목소리를 높이지만, 본처이면서도 후처에 밀려 소외된 삶은 살았던 큰댁이 양보함으로써 결국 화해하고 막은 내린다.

한 사내를 두고 각각 살림을 차려 온 큰댁, 작은댁이 동병상련을 느끼고 있는 장면이다.
▲ 두 여주인공 한 사내를 두고 각각 살림을 차려 온 큰댁, 작은댁이 동병상련을 느끼고 있는 장면이다.
ⓒ 김영학

관련사진보기


막이 내린 후에 관객에게 선사한 웃음 만큼 여운이 오래 남지는 않아 아쉬웠다. 본처인 큰댁의 양보가 개연성을 깨트린 게 원인이었다. 연극 개념을 최초로 규정한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행동의 동기는 사상과 성격에 따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럴 때에야 개연성이 확보된다고 강조하였다. 큰댁의 성격이 명확이 드러나지 않고 어떤 동기 없이 작은댁에게 양보한 것으로 그려졌기에 행동의 개연성이 깨트려진 것이다. 그밖에 무대에 배우의 그림자가 드리운 점과 배우들의 목소리 톤이 일정치 않은 점도 옥의 티였다. 의도하지 않은 그림자 때문에 무대 정경이 산만해졌고, 배우들의 들쑥날쑥한 목소리는 극의 몰입에 장애를 주어 아쉬웠다.

공연 후 출연진이 모여 기념촬영을 했다.
▲ 공연 후 단체 사진 공연 후 출연진이 모여 기념촬영을 했다.
ⓒ 극단 터

관련사진보기


이런 아쉬움이 있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작품의 탄탄한 구성력과 조연들의 빛나는 연기는 지방 연극의 수준을 넘어선 것이었다. 두 달 이상 남은 기간 동안 필자가 지적한 사항을 보완해 전국연극제에서 작년 실적을 능가하는 성과를 얻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광주지역 예술소식지 '아트가이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극단 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