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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4일 오후 6시 40분

 

"누가 (경제교육협회에) 100억원의 예산을 요구해서 들어갔습니까?"(이용섭 민주당 의원)

"다른 부처에서 요구를 해서…."(김동연 예산실장)

"경제교육을 주관하는 곳이 기획재정부인데, 어디서 (예산배정을) 요구했다는 것이지요?"

"……."

 

4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장. 최근 2년에 걸쳐 91억원에 달하는 특혜성 국고지원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사단법인 한국경제교육협회(이하 한경협)에 대해 민주당 등 야당의원들의 집중적인 공세가 이어졌다.

 

특히 지난 2008년 말 '경제교육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설립된 한경협의 설립 과정부터 정부의 관련 법률 제정과 재정지원 등에 이르기까지 현 정부 권력 실세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경협 특혜 지원 의혹 아느냐"는 질문에, 윤증현 장관 "파악 못했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한경협을 둘러싼 각종 특혜 의혹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이 의원은 "지난 2008년 말 기획재정부에 한경협이 비영리 법인 설립을 신청하면서, 기본 재산목록에 재산이 하나도 없다고 했음에도 (재정부는) 설립허가를 받아들였다"면서 "현 정부들어 현재까지 기재부에 비영리 법인 설립 신청 허가를 받은 25개 단체 가운데, 자본금 0원에 출연약정서도 없는 단체는 한경협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정부는 2009년 2월 경제교육지원법이 통과되기 두 달 전부터 한경협을 경제교육 주관기관으로 선정하는 등 사전에 교감이 있었는데, 이 같은 사실을 장관은 알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윤증현 장관은 "경제교육협회에 대해선 들어서 알고 있지만, (특혜 지원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답변을 꺼렸다.

 

이용섭 의원은 또 한경협의 이사진에 재정부 등 주요 부처의 고위 공직자들이 대거 포함돼 있는 것을 두고, "본 의원도 오래동안 공직생활을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협회 회원사 역시 경제교육과 직접 관련이 없는 협회와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의혹투성이 단체에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모두 91억의 혈세를 지원했다"면서 "내년에는 100억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는데, 누가 이 같은 돈을 요구해서 들어갔는지 장관이든, 담당 과장이 나와서라도 답해 보라"고 따졌다.

 

이에 대해 김동연 예산실장은 "관련 다른 부처에서 (예산 책정을) 요구해 왔다"고 답하자, 이 의원은 "경제교육 주무부처가 재정부인데, 어디서 예산을 요구했다는 것인가"라고 재차 물었지만, 구체적인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한경협의 부실한 경제교육도 도마 위에 올라

 

이밖에 한경협의 부실한 경제교육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년 동안 91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들였지만, 실질적인 교육 수혜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 모두 7000여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전병헌 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경제교육협회가 지난 2년 동안 실시한 경제교육 실적은 ACE 봉사단 강연 등 7개 프로그램에 1482명, 기업현장체험 등 8개 프로그램에 5100명 등 모두 6582명이었다.

 

이 같은 수치는 한경협보다 훨씬 적은 예산으로 경제교육을 하고 있는 한국개발연구원(KDI)나 한국은행 등과 비교해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전 의원실에서 내놓은 자료를 보면, KDI는 같은 기간 동안 8억7000만원의 예산으로 오프라인 경제교육에만 1만150명이 참여했고, 온라인 '클릭 경제교육' 홈페이지에는 모두 118만여건이나 접속돼 교육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 3년동안 15억3000만원을 들여서, 전국 각 지역 본부 등과 함께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제교육에 모두 73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한경협 쪽에선 지난해부터 전국 초·중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배포하고 있는 타블로이드 주간신문인 <아하경제> 발행에 예산의 80% 넘는 금액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전병헌 의원은 "신문의 내용을 보면 이미 기존 경제신문이나 KDI, 한은 등 경제교육 전문사이트 등에 들어가면 얼마든지 볼수 있는 것들"이라며 "특히 (신문의) 주된 내용을 보면 대기업 중심의 시장논리와 함께 이명박 정부의 일방적인 홍보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결국 국고지원의 목적인 국민경제교육보다 신문발행에 정부의 막대한 예산이 사용되면서 본말이 뒤바뀌었다"면서 "이미 기존 국가기관에서 잘 이뤄지던 경제교육에 비해 부실한 경제교육협회 활동에 돈만 낭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내심 불쾌한 기획 재정부, "굳이 예산 깎겠다면..."

 

한경협에 대한 야당의 각종 의혹 제기에 대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감사현장에선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대신 이날 오후에 계속된 재정부 국정감사 보충질의 과정에서 임종룡 제1차관이 적극 해명에 나섰다.

 

임 차관은 "지난 2004년부터 경제교육과 관련해 민관합동으로 협의회가 있었다"면서 "현재 국내 다른 분야에서도 관련 지원법 등이 마련돼 있으며, 이에 따라 체계적인 경제교육을 위해 관련 지원법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경협이 정부 경제교육 주관기관으로 선정되는 과정에서의 사전 교감설 의혹에 대해, 임 차관은 "경제교육협회의 전신이었던 경제교육협의회 등 민간기관을 법인화하면서 이곳이 정부의 경제교육 주관기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은 사실"이라며 사전 교감설을 일부 시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임 차관은 "관련 법령의 절차에 따라 경제교육협회를 정부 주관기관으로 지정했다"고 해명했다.

 

또 한경협의 예산낭비 지적에 대해서도, 임 차관은 "협회에서 초중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해 <아하경제>라는 신문을 발행하면서 정부의 예산 지원 금액도 늘어나게 됐다"면서 "신문은 현재 각급 학교에서 부교재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전혀 근거없이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기획재정부의 관련 담당자는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기자와 만나 "굳이 협회를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국회에서 너무 자신들의 입장에만 놓고 무리하게 주장하고 있다"면서 불쾌한 기색을 보였다.

 

그는 "과거 정부에서도 경제교육을 정부에서 하지 말고 민간으로 넘기라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왔다"면서 "그에 따라 이번에 민간에 (경제교육을) 넘기게 됐고, 교육의 특성 등을 감안해 정부에서 이사진에 합류해 일정부분 교육 방향 등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경제교육협회 예산의 대부분을 <아하경제>라는 신문 제작에 사용하고 있다"면서 "신문 내용에 대해서도 서로의 관점에 따라 지적을 할수는 있지만, 과거 KDI에서 내놓는 어려운 경제교육 책자와는 달리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이해하기 쉽게 경제현상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에서 한경협에 책정된 내년 100억 예산 삭감 요구에 대해, 그는 "(국회에서) 굳이 예산을 깎겠다고 하면야…"라며 "(한경협의) 경제교육 사업 말고도 여러가지로 할 일은 많다"며 애써 담담하게 답하기도 했다.


태그:#한국경제교육협회, #이용섭, #전병헌, #윤증현, #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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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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