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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을 앞둔 MBC 월화드라마 파스타의 인기가 대단하다. '파스타 폐인'을 만들면서 드라마 주요 소재인 파스타 요리와 이탈리안 음식까지 주가를 올리고 있다.

파스타 드라마의 엔딩 크래딧(ending credit)에 올라가는 드라마 촬영장소인 강남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흥행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파스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장소를 묻는 시청자들의 질문으로 가득하다. 실제 배경이 된 레스토랑은 예약을 하기 힘들 정도로 고객이 몰리고 있다.

인기리에 방영돼 종영을 앞두고 있는 드라마 '파스타'의 포스터
▲ 파스타 포스터 인기리에 방영돼 종영을 앞두고 있는 드라마 '파스타'의 포스터
ⓒ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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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안양예술공원은 촬영장소 중 하나이고, 엔딩 자막으로 올라가지만 아는 이가 드물다. 시가 야심차게 추진한 도시마케팅이 '헛발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안양시는 안양문화예술재단에 위탁해 지난해 12월, 드라마 '파스타'의 제작사 측과 1억8천만원의 협찬금 지원을 계약했다. 계약 조건은 안양예술공원을 촬영하고 10회 이상 방영과 한 번 앵글에 잡힐 때마다 10초 이상, 엔딩 크레딧 자막에 계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이다.

협찬은 제작사 측에서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비용은 '안양시민축제'로 잡힌 예산을 전용했다. 지난해 신종플루 기승 등으로 개최되지 못하면서 남은 예산 등을 활용한 것.

시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 인근에 위치해 여건도 좋고 예술공원 거리가 음식문화시범거리로 선정, 음식 소재 드라마와 이미지가 맞다는 판단에서 제안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음식문화시범거리라는 장점이 정작 드라마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방송에 노출된 안양예술공원의 알바로시자홀은 극중 알렉스가 운영하는 미술관이다. 또 노출된 예술공원의 일부는 음식소재 드라마와 관련이 없어 비중이 낮다.

#. 시민도 모르는 안양예술공원 장면

이 드라마의 촬영 대부분은 세트인 주방과 강남의 모 레스토랑 내부에서 진행됐다. 이야기의 주요 무대가 되는 레스토랑은 예술공원과 전혀 다른 장소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다.

이에 따라 시청자들은 어느 장면이 안양예술공원인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다.

호계동에 사는 김모씨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어? 어디에 예술공원이 나왔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드라마 속 비중이 작은데다 안양예술공원의 인상적인 모습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시 홍보 관계자도 "예술공원과 알바로시자홀이 드라마 속 주요 배경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협찬을 한 이유는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제작사 측의 다년간 드라마를 제작한 노하우를 통해 10%~20%의 시청률이 나온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를 믿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협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또 파스타 협찬으로 인해 확실한 홍보 효과를 봤다고 주장했다.

관계자는 "현재까지 대략 500초 이상 노출되면서 처음 계약한 10회분 10초, 총 100초의 시간보다 5배 정도 많이 노출됐다"며 "우려했던 시청률도 20%가 넘었고, 4회 연장 방송하는 만큼, 충분한 홍보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종영을 앞둔 가운데 홍보 효과에 대한 분석 자료도 준비되지 않아 단순한 치적 세우기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시 홍보 관계자는 "종영 이후 최종 분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모니터링은 꾸준히 하지만 자체적으로 노출 빈도에 대해서는 분석이 없다. 제작사 측에서 방영 후 노출보고서를 보낸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이 보고서에도 어떤 장면에서 몇 초간 노출됐는지 세부사항은 없다.

#. 체감 홍보 효과는 거의 없어

파스타가 9일 종영되지만 안양예술공원의 홍보 효과를 상인들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안양예술공원 상인회 임덕모 회장은 "드라마를 보고 찾아온 사람도 더러 있지만 표면적으로 매출이 증가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갤러리카페 '수목원 가는 길'의 관계자 김철운 씨는 "별반 차이는 없다"며 "간혹 어디서 촬영했는지 묻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드라마 방영 이전과 큰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는 "안양 시민들조차 안양예술공원이 전 유원지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며 "영향력 있는 공중파 방송을 통해 예술공원에 대해 알리는 것이 목적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또 "촬영지인 알바로시자홀 맞은편에 촬영 장소를 알리는 홍보 기념물을 세우고, 주연 배우들의 핑거프린트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어려운 시 재정 여건에서 1억8천만원의 예산을 활용하면서도 홍보 효과에 대한 세부적인 분석과 차후 이를 활용한 구체적 홍보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어 예산을 낭비한 셈이 아니냐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시의 한 공무원조차도 "단순히 안양예술공원이나 안양시의 이름을 알리는 데 2억원 가까이 돈을 들인 것은 비난받을 소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안양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파스타, #안양예술공원, #드라마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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