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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0일 서울광장 옆 대한문 앞에서 훼손되었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 영정 관련 개인 의견입니다. 무엇보다 영정에 대한 성스러움과 그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 뿐만 아니라 그 누구의 영정도 어떠한 이유로도 이용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에 의견을 게재합니다. (필자주)

 

오늘은 조금 무거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아울러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고 노무현 대통령님의 명복을 빕니다.

 

저도 평생 기억에 남을만한 노무현 대통령님에 대한 기억이 있습니다.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국정홍보처에서 운영하던 '대한민국정책포털'이 있었습니다. 저는 정책 시민기자로 국가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매년 초에 있는 청와대 신년 기자회견에 일반인과 함께 공무원 자격으로 청와대에 초청을 받았었습니다. 

 

그런데 당일 심한 감기가 걸려 기침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픈 몸을 이끌고 영빈관에서 있었던 대통령님의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했었습니다.

 

당시 현장에는 전국에서 200명이 초청받았고 전 그중 가장 가운데 앞쪽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았습니다. 대통령님과는 불과 5미터도 안 되는 거리였고 기자회견은 두 시간 넘게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중간 중간 나오는 기침을 참기 위해 혀를 깨물고 손가락을 깨물고 허벅지를 꼬집고 그것도 안 되면 비틀고 손가락 마디마디를 심하게 누르며 기침을 피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끔찍한 기억이었습니다. 생방송으로 진행 중이었으나 정말 그냥 뛰쳐나가고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어찌됐건 그렇게 시간은 지나갔고 그럼에도 인상적인 말씀에 지금까지도 제 가슴 속 깊이 남아있습니다. 아마 전 당시의 기억을 평생 아름답고 좋은 추억으로 기억할 수 있을 듯합니다.

 

대통령 영정 사진 훼손, 경찰 진압과정에서 나온 것 아냐

 

제게만 의미 있는 이야기가 너무 길었네요. 본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달 30일 오전 5시 30분경부터 경찰은 서울광장에 일반인의 출입을 차단시키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대한문 앞에 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 사진을 '경찰이 내동댕이쳤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그와 관련해서 일부 언론 및 누리꾼들은 개인 블로그나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이 소식을 옮기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도 그런 부분이 있어 이를 바로잡고 싶습니다.

 

일부 인터넷 매체와 방송사 홈페이지에 게재된 내용을 먼저 소개합니다. 사진을 보면 인도 위에 화분이 심하게 깨져 있고 주변에는 흙과 깨진 화분 조각들이 흩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님의 영정 사진이 있습니다. 이는 모두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발생한 일이 아닙니다.

 

당시 경찰은 서울광장과 대한문 주변 천막을 회수했습니다. 그리고 경찰은 대한문 인도 밖 차도 쪽에 대열을 갖춰 경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남성이 경찰을 향해 인도 바닥 주변에 있던 화분을 들어 심하게 내리칩니다. 이 장면은 당시 경찰 측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보고 확인했습니다(당시 동영상을 정지화면으로 출력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당시 바닥에는 노무현 대통령님의 영정 사진이 없습니다.

 

당시 경찰은 이미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상황이었고 그 이후로 어떠한 충돌이나 경찰의 조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똑같은 장소에 대통령의 영정사진 하나가 가지런하게 바닥에 놓였습니다. 한번 유심히 봐 주세요. 주변에 흩어진 모습과는 달리 영정사진은 너무도 깨끗합니다. 물론 다행입니다. 그런데 이를 누군가 고의로 그랬다면 잘못 아닐까요?

 

만약 경찰의 천막 철거 과정에서 발생된 일이라면 영정은 깨진 화분과 흙 밑쪽에 위치해야 합니다. 어느 시민이 화분을 깬 부분이 나중에 발생한 일이니까요. 그런데 화분은 위쪽에서 떨어진 모양이 아니라 가지런하고 깨끗한 상태로 놓여 있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경찰 측에서 발생된 일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일단 현장에 있던 진압복장의 경찰은 인도 밖으로 물러난 뒤 그곳에서 시민들과 어떠한 충돌도 없었습니다. 그럼 사복을 입은 경찰이 그랬을까요? 그럴 일도, 그럴 이유도 없습니다.

 

어찌됐든 해당 사진은 많은 곳에 알려졌고 당시 <오마이뉴스>도 해당 언론사로부터 사진을 제공받아 게재했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제가 '이 부분은 오해가 있는 듯하며 마치 경찰이 화분을 깨고 주변을 어지럽게 한 뒤에 영정을 바닥에 방치한 것처럼 보도된 만큼 다시 한번 정확한 취재를 해 달라'고 부탁드렸고 사실 확인 후 <오마이뉴스>는 관련 사진을 삭제했습니다. 늦게나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당시 현장에서 사진을 찍었던 인터넷매체 이모 기자를 통해서도 확인했습니다. (그분은 저와는 개인 친분이 있는 사람으로 경찰측 주장이라기보다는 일반인 처지에서 당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가지 들었습니다.) 물론 그 외 다른 복수의 현장에 있던 일반인을 통해서도 확인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영정 사진이 이렇게 이용되어선 안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고의였든 무엇이었든, 아니면 목적이 있었든 없었든 간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바른 판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제가 알고 있는 그 무엇보다도 영정이 주는 의미는 크고 중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영정이 본래 취지와 달리 다른 목적이나 이유로 이용되어선 안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말입니다.

덧붙이는 글 | 박승일 기자는 현직 경찰입니다. 미디어다음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했습니다.


태그:#경찰, #노무현, #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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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하고 있으며, 우리 이웃의 훈훈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현직 경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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