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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고민 타파해주는 내 마음 속의 세심정(洗心亭) 괴목정

 

누군가 여행은 멀리 떠나는 맛이라고 했던가! 멀리 떠나지 않고서도 여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는 없을까?

 

어디론가 가고는 싶은데 먼 곳으로의 여행을 떠나기에는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주변의 여행지 곳곳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계룡 8경도, 논산 8경도 모두 떠올려 보았지만 고독한 지금의 내 심경을 달래줄 수 있는 여행지로서는 적당하지 않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바로 그때. TV에서 ‘무릎팍 도사’라는 프로가 방영되고 있었다.

 

“무슨 고민이 있어서 무릎팍 도사를 찾아오셨습니까? 고민을 해결해 드립니다. 팍~팍~”

 

무릎팍 도사를 보면서 나는 문득 고민이 있을 때마다 찾았던 나만의 공간인 괴목정을 떠올렸다. 나는 이곳을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고 자연과 함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고 여겨 ‘세심정(洗心亭)’이라고 이름 붙일 만큼 나에게는 아주 소중한 공간이었다.

 

이곳은 이미 충남 계룡시에 사는 시민들이나 계룡대에 근무하는 군인들에게는 유명한 명소 중의 하나이다. 또한, 괴목정은 계룡시에서 동학사로 연결되는 도로의 바로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있어 굳이 계룡시에 살고 있지 않아도 계룡시를 방문하거나 논산으로 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으로 계룡시 인근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알고 있는 유명한 공원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주말만 되면 괴목정에는 가족끼리 연인끼리 무리를 이루어 나무 아래에 자리를 깔고 앉아 준비해 온 도시락을 까먹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루곤 한다.

 

무학대사의 지팡이가 괴목이 되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괴목정’

 

이렇게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괴목정에는 그 옛날 조선태조 이성계와 친분을 나눈 사이인 무학대사와 관련된 설화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계룡시에서 소개하고 있는 ‘계룡의 명소’에는 괴목정에 대한 전설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괴목정은 계룡시 용동리에 위치하고 있는 유서 깊은 공원으로 옛날에는 사람 많은 곳을 피해온 사람들이 이 근처에 자리 잡고 살았다고 한다. 그들은 이곳에 앉아 신선객 이야기를 하다가 나무를 골라서 심곤 하였는데, 되는대로 땅에 꽂은 나무는 모두가 괴목이었다고 하며, 나무가 많아서 괴목정이라 부른다고 전한다. 또한 이태조(이성계)가 신도안을 도읍지로 정하고 주변 형세를 살필 때 무학대사가 이곳을 지나다가 지팡이를 무심코 꽂아 놓은 것이 나무가 되어 지금까지 살아 큰 괴목이 되었다고도 하는데 그 괴목이 정자 같은 구실을 한다 하여 괴목정이라고 부른다고 전한다." - 계룡시청 홈페이지 ‘계룡의 명소’ 중에서

 

전해 내려오는 설화처럼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계룡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괴목정은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자리잡고 살았다는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명당자리이면서도 바로 옆 신도내 주초석이 자리하고 있는 것처럼 도읍을 정하기에도 훌륭했던 요새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또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가던 명당자리이기에 지금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괴목정의 가을 단풍

 

가을이 남자의 계절이라는 게 누구의 입에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이 말이 진리는 아닌 것 같다. 가을이 ‘남자의 계절’이라면 가을을 즐겨야 하는데 고독과 사색에 빠져 있다는 것은 분명 계절을 즐기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 인식의 전환을 해 보면 오히려 ‘고독과 사색’이 가을을 즐기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덧 나도 모르게 나만의 사색공간인 괴목정에 도착해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발걸음이 옮겨지는 곳이 바로 이곳 괴목정이니 분명 이 곳은 내 마음 속의 안식처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10월의 마지막 날에 찾은 괴목정의 모습은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공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빨갛게 물든 나무며,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또 다른 형용할 수 없는 색을 띠고 있는 이름 모를 나무들이 한데 어울려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더욱이 계룡산의 단풍과 어우러져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어찌 자연이 연출해내는 모습을 인간이 표현할 수 있으랴!

 

깊어가는 가을에 서로가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경쟁(?)하는 나무들의 향연은 고독한 나의 마음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내가 괴목정을 찾은 날이 평일이었음에도 공원 여기저기에 놓여 있는 벤치에는 가을을 만끽하려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나를 포함해 아름다운 괴목정의 모습을 담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사람들도 일부 눈에 띄었다.

 

괴목정이 아름다운 모습에 심취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다 보니 어느덧 고민은 사라지고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었다.

 

세심정(洗心亭). 아무래도 내가 이름 하나는 잘 붙인 것 같다.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몰라도 계룡시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고민이 있으면 이곳 괴목정을 찾아 마음을 정화시켜보는 것도 가을을 멋지게 보내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곳 괴목정을 찾아 모든 고민을 잊고 단풍놀이를 즐기면서 커다란 교훈 하나를 얻었다.
그것은 바로 멀리 떠났다고 해서 여행이 즐겁고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비록 주변에 있는 가까운 곳이지만 그곳에서 더 의미를 찾고 여행의 즐거움을 누렸다면 이것이 바로 진정한 여행이 아닐까 하는 깨달음이었다.

 

즉, 여행이라고 해서 멀리 떠나는 것도 좋지만 우리 주변에도 찾아보면 더 아름답고 더 좋은 여행지가 있다는 말이다.


옛말에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도 있듯이 가족끼리 연인끼리 멀리 떠나는 여행도 좋지만 그 전에 먼저 가까운 주변에서 여행의 멋을 만끽해보고 멀리 떠나는 것도 깊어가는 가을 여행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주변 가까운 곳에 나만의 여행지를 만들어보자.

덧붙이는 글 | <'테마'가 있는 나만의 여행> 응모글


태그:#괴목정, #계룡시, #가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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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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