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2.21 15:41최종 업데이트 24.02.2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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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정신이자 미래의 침로인 'ESG'가 거대한 전환을 만들고 있다. ESG는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의 앞자를 딴 말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세계 시민의 분투를 대표하는 가치 담론이다. 삶에서, 현장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실천하는 사람과 조직을 만나 그들이 여는 미래를 탐방한다. [편집자말]

바닷속 산호초 ⓒ 하와이안항공

 
"나는 결코 산호초를 멸종시킨 세대의 일원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I just don't want to be part of the generation that says, 'we lost the coral reefs'."

영국 해양학자 엠마 캠프가 한 말이다. 실제로 산호초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피부를 지키기 위해 흔히 바르는 선크림이 산호초를 하얗게 말려서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1] 미국 하와이주는 산호초에 피해를 주는 것으로 확인된 화학물질인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가 함유된 자외선 차단제의 사용을 2021년에 제한했다.[2] 앞서 남태평양의 작은 섬 팔라우는 2020년 선크림 규제를 시작했다. 산호초를 지키기 위해서이다.


자외선 차단제는 크게 물리적 차단제, 화학적 차단제로 분류되고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는 화학적 차단제의 원료로 쓰인다. 화학적 차단제는 화학성분이 자외선을 흡수해 열로 변환, 발산하는 원리로 작동하는데 물리적 차단제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백탁 현상이 비교적 적어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다.[3] 백탁 현상이란, 자외선 차단제의 성분 중 자외선을 산란하는 성분이 피부 속에 스며들지 않고 피부 밖에 막을 형성하며 피부가 허옇게 떠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바다에서뿐만 아니라 육지에서 인간이 사용한 자외선 차단제가 몸에서 씻겨 나와 바다로 흘러 들어가 해양생태계를 교란한다.

옥시벤존 등 화학성분은 햇빛을 받았을 때 사람 피부는 보호하지만, 산호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낸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옥시벤존이 산호의 대사과정에서 독성 감광제로 전환되어 직접적으로 산호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다른 자외선 차단제 성분들도 산호초에 안전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차단제 대부분 성분이 옥시벤존과 화학적 구조가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이다.[4]

산호초의 가치
   
산호초는 성장과 생식을 거듭하는 생물로 수천 종의 해양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물론, 해안선이 침식되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5] 전 세계 산호초 면적은 전체 해저 면적의 0.2% 미만이지만 세계 각지에 분포하는 산호초는 100개 이상의 국가, 5억 명 이상의 사람에게 식량, 생계 및 경제적 기회를 제공한다.

산호초의 경제적 가치는 연간 약 2조 7000억 달러로 추산된다. 산호충의 폴립 속에 서식하는 편모조류(갈충조)와 같은 미세조류가 광합성을 통해 산호초 1㎡당 1500~3700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에 바닷속 열대우림이라고도 불린다.[6]

최근 몇 년 사이에 전 세계 산호초 면적이 급감했다. 하와이와 호주의 대보초(大堡礁, Great Barrier Reef)에서는 40%, 카리브해에서는 85%, 플로리다키스 제도에서는 99%가 감소했다. 하와이주에서 산호초를 파괴하는 자외선 차단제의 사용을 금지한 것을 계기로 미국 정부는 2019년에 매년 6월 1일을 '세계 산호초의 날(World Reef Awareness Day)'로 제정하여 소비자, 기업체, 정부 기관들이 산호초의 민감한 생태계를 보전하도록 촉구하고 있다.[7]

산호초의 위기

2022년 11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과 유네스코(UNESCO)가 공동으로 발표한 '대보초 탐사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대보초는 기후위기로 중대한 위협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 대보초는 호주 북동쪽에 자리 잡고 있으며 총길이가 2300km에 이르러 우주에서도 식별이 가능한, 세계에서 가장 큰 산호초 지대이다. 한반도 길이 두 배에 해당하는 산호초 군락에 수천 종 해양생물이 살고 있다. 1981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국제우주정거장에 탑승한 우주비행사가 2015년 10월 12일 촬영한 호주 대보초에 있는 세 개 산호초 모습 ⓒ NASA

 
앞서 두 단체는 호주 대보초를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것인지 논의에 착수했다. 유네스코는 무분별한 개발이나 전쟁·자연재해·기상 이변 등으로 파괴될 위험이 있는 유산을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분류하고 특별관리한다. 유산을 복원하는 것을 지원하고 보존 상태가 나아지면 목록에서 해제한다. 현재 등재된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은 56개다.[8]

두 단체가 2022년 3월 호주 대보초를 방문하여 기후변화가 가속화하면서 "(대보초가) 위험해 처해 있다"고 지적했으나, 호주 정부는 즉각 "호주가 전 세계에서 산호초를 가장 잘 관리하고 있는 나라"라며 반발했다. 호주는 기후위기 억제를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3%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다. 이 밖에 자망사용 제재, 비료사용 제한, 댐 건설계획 철회, 탄광 개발 금지 등을 시행함으로써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고, 수질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9]

산호초가 직면한 문제-해수면 온도 상승

그러나 호주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산호초는 많은 위협에 직면해 있다. 산호초 연구자들이 밝힌 산호초 스트레스 요인으로는 해수면 온도 상승, 해양 산성화, 열대성 폭풍, 토지이용압력, 인구 압력 등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2023년 해수면 6월 평균 온도 ⓒ 유럽위원회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

 
이 중 가장 큰 위협은 해수면 온도 상승이다. 2019년 5월 유엔 생물 다양성 과학기구 총회가 채택한 보고서는 2009년~2018년 사이에만 세계 산호초의 약 14% 정도가 사라졌으며, 남은 전 세계 산호초 중 3분의 1이 멸종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앞서 2016년 호주 대보초 현장 조사에서는 백화현상으로 대보초의 23%가 완전히 죽어 사라졌고 67%가 죽어가고 있는 상태로 대보초의 93%가 백화현상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화석연료 연소로 만들어진 온실가스는 대기층 열을 가둔다. 갇힌 열의 93%가 바다로 전해지고 수온이 높아진다.[10] 산호초가 있는 적도 부근의 열대 바다 해수면 온도는 일년 내내 29℃ 전후를 나타내며, 일 년 동안 수온 변화가 약 2℃ 미만이다. 지난 50년 지구의 평균 해수면 온도가 0.55℃ 상승했고, 특히 열대 지역에서는 0.71℃ 상승했다.[11]

지구온난화로 대기가 더워지고 해양 수면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산호 폴립에 서식하는 미세한 조류에 영향을 미쳐서 산호초의 건강을 위협하고 이에 따라 산호가 백화한다.[12] 산호의 모양이 식물과 비슷하지만 의외로 산호는 '동물'이다. 똑같이 생긴 산호충(polyp)이 군집을 이룬 형태로 살아가며 산호초를 이룬다.

사실 산호는 대부분 투명하다. 우리가 보는 산호의 다채로운 색깔은 산호에 깃들어 살아가는 공생 미세조류(藻類, algae)의 색깔이다.[13] 산호 체내에 사는 1㎤당 평균 100만~200만 개 미세조류가 다양한 색깔을 띠는데, 이 색깔에 따라 산호초는 갈색, 황금색, 적색, 청색, 녹색 등 다양한 색상을 보인다. 산호는 미세조류에 서식지를 제공해 주고, 공생 미세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만든 영양분을 산호에 제공한다.

보통 해수 온도가 29~30℃를 넘으면 산호는 몸 안에 있던 미세조류를 방출하게 되고, 몸을 지탱하고 있던 석회질만 남게 되어 백색이나 옅은 색으로 변하는데, 이 현상이 백화현상(Coral Bleaching)이다.[14] 백화한 산호가 따뜻한 바닷물에 오랫동안 노출되며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하면 결국 죽게 된다.

2022년에 세계 최대 산호초 군락인 호주 대보초에서 역대 6번째 대규모 백화현상이 일어났다. 호주 정부 산하 '대보초 해상공원관리청'(GBRMPA)이 750개 산호초 군락이 서식하는 해상공원 전체를 항공 조사한 결과 전체 2300km 중 1300km에서 백화현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2022년은 바다 수온이 평년보다 낮아지는 라니냐가 일어나 산호초가 온난화 피해에서 회복되는 기간이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예상이 빗나갔다. 데이비드 와첸펠드 GBRMPA 수석과학자는 "라니냐 시기의 백화현상 발생은 예상치 못한 것이지만 지구와 산호초 지대의 수온은 150년 전보다 1.5℃ 더 따뜻해졌다"며 "기후는 변하고 있고 이런 예상치 못한 사건이 더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2022년의 대규모 백화현상은 해상공원 4개 구역 모두에서 일어났으며 1998년 이후 5번째 대규모 백화현상이자 라니냐 시기에 일어난 첫 사례이다.[15]

1980년대 초 전세계에서 대규모 산호초 백화현상이 발생한 이후 발생 주기가 급격히 단축되고 있다. 백화현상이 반복하는 주기가 단축됨으로써 산호초 회복 기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다면 몇십 년 안에 산호초는 멸종하게 된다.[16]

미국 하와이대학교 지리환경학과 연구팀의 또 다른 연구는 현재와 같은 탄소 배출 시나리오에서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라도 최악으로 치닫는 경우 2050년까지 산호의 절반을 멸종위기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개 이상의 스트레스 요인이 동시에 악화한다면 산호초의 절반이 멸종위기에 처하는 시기가 2035년으로 당겨진다. 지구 표면 평균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로 제한하더라도 70~90%의 열대 산호초는 여전히 멸종위기에 놓여 있게 된다.

배출량을 최선으로 감축하는 시나리오에서도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 산호초 위협 요인 중 한 가지가 악화하면 2100년까지 41%의 산호초가 멸종위기에 직면하고, 여러 요인이 함께 악화하는 상황에서는 2055년까지 99%가 멸종 위험에 처하게 된다.[17]

또 다른 산호초 위협 요인: 해양 산성화
 

백화현상이 일어난 산호초 ⓒ 호주 해양과학청(AIMS)

 
세계기상기구(WMO)가 2020년 발표한 '2015-2019년 5개년 지구 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해양 산성화 지표가 지난 2만 6000년 중 가능 낮은 수준을 보였고, 수소 이온 농도지수(pH) 변화 속도 또한 전례 없는 수준으로 빨라지고 있다. 화석연료의 과도한 연소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했으며 이로 인해 바다의 산성도가 높아졌다. 그 결과로 산호가 탄산칼슘 외골격을 만드는 능력이 억제되었다. 전체 산호초 생태계는 죽은 산호초 위에 계속해서 만들어지는데 산호초의 외골격이 약해지면 질병과 파괴에 취약해진다.

스코틀랜드 '세인트압스 해양연구소'의 에든버러대 연구팀은 바닷속 죽은 산호에게서 '산호초 골다공증' 현상을 발견했다. 유례없는 해양 산성화에 따라 죽은 산호초 기반은, 골다공증에 영향을 받은 뼈와 마찬가지로 약해지고 부서지기 쉬운 상태가 되었다. 전체 산호초 생태계가 붕괴할 위험이 높아져 많은 해양 생물의 터전인 산호초 생태계를 지탱할 수 없게 될 수 있다.[18]

산호초 군락인 보초나 환초가 완전히 형성되는 데는 10만 년에서 3000만 년이 걸릴 수 있다고 한다.[19] 현재의 상황은 지구가 산호초를 완전히 잃어버리는 것이 시간 문제여서 우리 후손은 산호를 영상 자료로만 볼 수 있을 것 같다.

글: 이윤진 ESG연구소 부소장,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덧붙이는 글 [1] (2022.5.8.) 자외선 차단제는 어떻게 산호를 죽였나. 동아사이언스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54105

[2] 하와이안항공, 하와이의 산호초 보호

[3] 송옥진. (2020.9.10.) 해양생물 죽이는 선크림...하와이ㆍ팔라우도 “사용 규제”. 한국일보.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0091009410004237

[4] 2022.5.8.) 자외선 차단제는 어떻게 산호를 죽였나. 동아사이언스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54105

[5] 하와이안항공, 하와이의 산호초 보호
https://www.hawaiianairlines.co.kr/hawaii-stories/adventure/hawaiis-coral-reefs-and-reef-preservation

[6] 이윤진, (2024.1.23.) 지구를 살리는 100가지 방법, 산호초 보호에 AI 딥러닝 기술이 발벗고 나섰다. 뉴스퀘스트

[7] 하와이안항공, 하와이의 산호초 보호
https://www.hawaiianairlines.co.kr/hawaii-stories/adventure/hawaiis-coral-reefs-and-reef-preservation

[8] 김윤경, (2022.11.29.)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위험세계유산’ 등재되나. 파퓰러사이언스https://www.popsci.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45

[9] 남예진, (2023.8.4.) 호주 산호초 지대,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서 멀어지나, 뉴스펭귄
https://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14675

[10] 김준란, (2023.7.24.) ‘뜨거워지는 바다’ 세계 최대 호주 산호초 위기, 아시아경제

[11] 김태환, (2020.1.14.) 열대바다 온도 상승하는 이유는 “아열대 온실기체 때문”, 조선비즈

[12] 김준란, (2023.7.24.) ‘뜨거워지는 바다’ 세계 최대 호주 산호초 위기, 아시아경제

[13] 그린피스. (2020.9.14.) 산호가 동물이었다? 산호초에 대한 (거의) 모든 것.
https://www.greenpeace.org/korea/update/15100/blog-ocean-taiwan-coral-bleaching/

[14] 박흥경, (2023.2.8._ 기후변화로 인한 산호초 소멸 위험, 빌딩경제신문

[15] Graham Readfearn, (Mar.25.2022). Great Barrier Reef authority confirms unprecedented sixth mass coral bleaching event, The Guardian.
https://www.theguardian.com/environment/2022/mar/25/we-need-action-immediately-great-barrier-reef-authority-confirms-sixth-mass-coral-bleaching-event

[16] 하와이안항공, 하와이의 산호초 보호

[17]  Renee O. Setter & oth.(Oct.11.2022), Co-occurring anthropogenic stressors reduce the timeframe of environmental viability for the world’s coral reefs, PLOS Biology.

[18] 이윤진, (2024.1.23.) 지구를 살리는 100가지 방법 , 산호초 보호에 AI 딥러닝 기술이 발벗고 나섰다. 뉴스퀘스트

[19] 미국해양대기청(NOAA)
https://oceanservice.noaa.gov/education/tutorial_corals/coral04_reef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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