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 ⓒ KBL 제공

 
2경기에서 총 4번의 연장전, 이틀에 걸쳐 그야말로 농구 팬들을 열광시킬만한 명승부를 보여줬다. 하지만 늘 마지막에 웃지는 못했다. 힘은 힘대로 빼고 경기는 경기대로 졌다. 그것도 하필 결정적인 순간마다 석연치 않은 심판판정 때문에 분루를 흘린 꼴이 되었으니 더욱 억울할만하다. 바로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이야기다.
 
가스공사가 구단 역사상 잊기 힘든 이틀을 보냈다. 가스공사는 주말 연전으로 치러진 원정 경기에서 28일 디펜딩 챔피언 서울 SK를 상대로 3차 연장까지가는 접전 끝에 116대 118로 석패했다.
 
하루 뒤인 29일에는 선두 안양 KGC를 상대로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 했으나 또 한번 연장승부 끝에 85대 87, 한 골차로 닮은꼴 연패를 당했다. 3연패의 수렁에 빠진 가스공사는 13승 22패(.371)로 리그 9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가스공사는 리그 상위권팀들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력을 보이며 선전했다. SK전은 프로농구 26년 역사상 9번째 3차 연장 경기였다. 2009년 1월 21일 있었던 서울 삼성과 원주 동부의 전설의 5차 연장 승부를 제외하면 3차연장까지 간 경우는 총 8번이었고, 가스공사-SK전은 승부가 갈릴때까지 총 2시간 59분이 소요되며 역대 3차 연장 최장경기시간 신기록을 수립했다. 경기 후반 국가대표 가드인 이대성(30점)과 김선형(47점)의 국내 선수간 역대급 '쇼다운'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루뒤 안양 KGC전은 더 힘든 상황이었다. 전날 3차 연장까지는 가는 혈전을 치르고 패배한 탓에 체력은 물론 정신적으로 피로가 극심했다. 설상가상 외국인 선수 머피 할로웨이가 개인사를 이유로 갑작스럽게 퇴단을 발표했고, 이대헌까지 부상을 당했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선두팀을 몰아붙이며 투혼을 발휘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가스공사는 2경기 연속으로 마지막에 웃지 못했다. 이길 수 있는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번번이 고비에서 무너졌다. SK전과 KGC전 모두 연장까지 가기전에 4쿼터 리드를 잡았을 때 승부를 끝냈어야 할 타이밍에 수비 집중력이 흔들렸고 실책까지 겹치며 흐름을 내줬다. 이 점은 가스공사의 뒷심부족이 아쉬운 대목이다.

다만 공교롭게도 두 경기 연속으로 중요한 고비에서 가스공사에게 불리한 판정이 나왔다는 것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상황도 판박이처럼 흡사했다. SK와의 2차연장에서는 종료 0.3초 전, 가스공사가 111-109로 앞선 상황에서 리바운드 다툼을 하던 중 정효근이 SK 워니와 다툼으로 파울이 선언되며 자유투를 내줬다. 워니는 침착하게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켰고 SK가 3차연장에서 승기를 잡았다.

KGC전에서는 4쿼터 종료 0.8초전, 이번에도 가스공사의 76-74, 2점차 리드 상황이었다. 이번엔 KGC 데릴 먼로에게 데본 스캇이 파울을 범했다는 콜이 나왔다. 이 장면을 바로 앞에서 지켜보던 유도훈 감독은 데자뷰같은 상황에 기가 막혀서 다리가 풀린 듯 벤치에 주저앉아 버렸다.

가스공사는 어제의 재방송처럼 동점 자유투를 헌납하고 또 연장을 치른 끝에 무너졌다. 두 번 모두 경기 종료 버저소리가 울렸음에도 파울과 자유투가 먼저 인정되며 시간을 되돌리는 '타임슬립' 패배가 되풀이됐다.

이 장면들이 논란이 된 가장 핵심은, 오심 여부보다도 경기운영의 일관성에 있었다. 앞서 설명한 SK와 KGC전 종료직전 파울콜은 보기에 따라서 파울을 불 수도 안 불 수도 있는 다소 애매한 상황이었다. 특히 KGC전 먼로에게 주어진 자유투는 느린 화면으로 봐도 확실한 컨택이 있었다고 판단하기 어려웠다.

문제는 그동안 대부분의 프로농구 경기들, 특히 이런 중요한 승부처에서 KBL 심판들이 이런 식의 엄격한 파울콜을 과연 얼마나 보편적으로 적용해왔느냐는 의문이다. 심판들마다 개인차는 있다고 해도 경기 종료 1초 미만의 상황이라면 누가봐도 명백한 파울이 아닌 이상 휘슬을 부는 경우는 드물었다.

1998년 NBA(미 프로농구) 시카고 불스대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동부 컨퍼런스 결승전에서 레지 밀러가 마크맨이던 마이클 조던을 따돌리고 경기 종료 직전 위닝 3점슛을 꽃아넣은 명장면은 지금도 농구 팬들에게 회자된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밀러는 수비가 뛰어나고 자신보다 덩치가 더 큰 조던을 떨쳐내기 위하여 노골적으로 두 손을 써서 밀어버렸다.

엄밀히 말하면 명백하게 공격자 파울이 선언되어야하는 상황이었지만, 당시 심판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먼 훗날, 은퇴한 다음에야 밀러는 조던 앞에서 "그래, 내가 밀었던 게 맞다"고 인정하면서 "그런 상황에서는 어지간해서 심판이 휘슬을 불지 않다는 것을 감안했다. 그리고 조던도 반대로 그런 상황에서 수많은 선수들에게 이득을 본 일이 많으니 나도 괜찮겠지 싶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여기서 파울콜의 정확성 유무보다 중요한 것은, 심판이 어디에 초점을 맞춰서 경기를 운영하느냐에 따라 내용과 결과가 전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심판도 사람인 만큼 이러한 긴박한 승부처에서는 되도록 경기 흐름을 끊지 않고 공을 다투는 장면에 더 집중한다. 물론 심판의 역할이 객관적이고 엄격한 파울콜 적용이 우선이라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그런데 똑같은 상황에서 한쪽에만 엄격하고 한쪽에는 느슨하게 콜을 적용하여 일관성이 없다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한 골 싸움에 운명이 갈리는 상황에서 격렬하고 신체접촉이 많은 농구의 특성상, 파울을 유도하는 플레이가 빈번해지는데, 자칫 심판의 휘슬 하나에 승부가 바뀔 수 있다. 유도훈 감독도 "농구를 몇십 년 했는데, 이틀 연속으로 0초대에 파울이 불리는 걸 본 건 처음"이라고 황당해했을 정도다.

가스공사는 단 두 번의 휘슬 덕분에 이틀 연속 혈투를 펼치고도 돌아온 결과는 2승 대신 2패였다. 1승이 소중한 상황에서 연장전만 4번이나 치르면서 체력적-정신적으로 엄청난 후유증까지 안게 됐다. 더구나 가스공사는 올스타 휴식기 직후 10일간 벌써 6경기(1승 5패)를 치르는 엄청난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가스공사는 하루 휴식 이후 또다시 31일에는 수원 KT와 원정경기를 치러야 한다. 힘들고 맥이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팬들을 위해서라도 다시 심기일전하여 일어서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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