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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져서 그런 걸까요? 유독 층간소음의 고통에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게 느껴집니다. 시민기자들이 겪은 다양한 층간소음 사례를 담아봤습니다.[편집자말]
A가 또 이사를 간다고 한다. 오래 살 요량으로 아이 학교 옆으로 이사를 간 게 불과 1년 전이다. 결혼 후 총 8번의 이사를 한 그녀를 우리는 '이사의 달인'이라고 불렀다. 더는 이사를 안 하겠다던 그녀의 인생에 또 한 번의 이사 이력이 추가됐다. 그녀는 낙담했다. 

법도, 경찰도, 주먹도 소용없는 층간소음
 
 아이들을 조심시키려 다락으로 올려 보냈다. 그랬더니 계단 오르내리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호출이 왔다.?
 아이들을 조심시키려 다락으로 올려 보냈다. 그랬더니 계단 오르내리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호출이 왔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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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프리랜서다. 회사원 남편과 6학년 딸, 중2 아들이 있다. 지난 번 집에서 층간소음으로 힘들었던 적이 있어 A 부부는 무리를 해서 탑층으로 이사를 갔다. 다른 층보다 1억이 더 비쌌다. 

"이 집은 옥상도 있고, 다락방도 있어. 거기선 눈치 안 보고 놀아도 돼."

아이들에게 말했다. 자주 와서 놀다 가라며 A는 집들이 때 기분 좋게 웃어 보였다. 아래층에 인사를 다녀온 뒤 그녀의 표정은 한층 더 밝아졌다. 아래층 이웃은 밤톨만 한 아들 셋을 둔 집이라고 했다. '이 집을 선택한 건 정말 잘한 일이야' 그녀는 덩실덩실 춤을 출 기세였다. 

하지만 그녀는 곧 그 집을 싫어하게 됐다. 자꾸만 죄송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서 아래층에서 시끄럽다고 호출이 왔다. 죄송하다고 고개를 조아렸다. 또 호출이 왔다. 또 죄송했다. 또또 호출이 왔다. 또또또 죄송했다.  

다 큰 애들이라 뛰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도 연신 울려대는 벨 소리에 A는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다. 아이들을 조심시키려 다락으로 올려 보냈다. 그랬더니 계단 오르내리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호출이 왔다. 

코로나19가 터지자 상황은 더 악화됐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아래층 항의는 더욱 집요하고 강도가 세졌다. A는 더 이상 죄송하지 않기로 했다.  

"큰 애들이라 뛰면서 노는 일이 없다. 같은 애 키우는 입장끼리 너무한 거 아니냐. 온 가족이 주의를 하고 있다. 하지만 다락에서 노는 것까지 뭐라고 하면 웃돈 주고 이 집에 온 이유가 없지 않냐!"  

감정은 격앙됐고 언성이 높아지며 몸싸움이 오갔다. 급기야 경찰까지 오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경찰은 원만한 합의점을 찾자고 했다. 하지만 끝끝내 원만해지지 못했다.

그녀는 매트를 깔고 슬리퍼를 신고 까치발로 걸었다. 그래도 호출은 계속 이어졌다. 급기야 아래층 남자는 히스테릭한 목소리로 다 죽여 버리겠다고 했다. A는 살해 협박으로 아래층 남자를 신고했다. 

그녀는 자주 불안했다. 지하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길에서, 아래층 사람과 마주칠까 봐 자꾸 주변을 살폈다. 그녀의 표정은 그녀의 집만큼이나 생기를 잃어갔다. 그녀는 더 이상 그 집이 좋지 않았다. 아니 징글징글했다. 하루라도 빨리 그 집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말로만 듣던 층간소음 분쟁이 사람을 이토록 피폐하게 만드는구나. 나는 그 과정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법도, 경찰도, 주먹도 다 소용없었다. 종국엔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같은 유치하고 악랄한 감정만 남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괴로워하는 A에게 백 퍼센트 공감의 맞장구를 쳐주지 못했다. 도를 한참 벗어난 아래층 횡포엔 함께 분노했지만 층간 소음 그 자체에 관해선 다소 냉정했다. A는 맨 위층에 살았지만, 나는 맨 아래층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맨아래층이라 층간소음 걱정 없을 줄 알았더니

우리 집은 필로티다. 아이가 태어나고 필로티만 골라서 이사를 했다. 아래층이 없으니 좀 더 느슨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겠다 싶어서 한 선택이다. 하지만 소리가 윗층으로도 올라갈 수 있다고 해서 눈치껏 조심시켰다.   

우리 집 위층은 올망졸망한 여자애 둘을 키우는 부부가 살았다. 어느 날부턴가가 내 감각의 어느 부분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청각이었다. '후다다다다다다닥', '쿵쿵', '후다다다다닥' 소리라는 것이 한 번 신경 쓰이기 시작하면 자꾸만 그쪽으로 감각이 쏠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종종, 자주, 천장을 올려다봤다. 관자놀이를 사포로 긁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때마다 내 몸에 분노 세포가 자라났다. 같은 아이 키우는 처지인데 이해하자는 남편 때문에 분노 세포를 억지로 눌렀다. 다행히 그 분노가 터지기 전에 위층이 이사를 갔다. 그제야 내 감각은 원 상태로 돌아왔다. 

공동주택 생활을 하면 어김없이 따라오는 것이 이 같은 층간소음 문제다. 피하려 한다고 피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A와 나를 보고 알게 됐다. 맨 꼭대기 층으로 이사를 간 A나 맨 아래층을 택한 나나 층간소음에서 벗어나고자 한 선택이었지만 결국은 실패했다. 뜻하지 않게 우리 둘 모두 층간소음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되고 만 것이다. 

요리조리 피하려고 피했는데도 이 정도라면 다른 집 사정은 더 할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집콕'이 늘면서 층간소음 분쟁이 더욱 높아졌다고 한다. 

한국 환경공단의 '최근 5년간 층간소음 접수 건수' 자료에 따르면, 전화상담 건수가 지난해 1만 7114건에 비해 올해 같은 기간 2만 2861건으로 34% 증가했다. 현장진단 접수 건수도 지난해 5075건에서 올해 7431건으로 46% 증가했다.    

이웃 운에 기대 살아야 하는 아파트 살이
 
 아래층과 위층에 어떤 이웃이 사느냐, 그 운에 기대야 한다니. 내가 예민한 것인가? 당신이 너무 한 것인가?
 아래층과 위층에 어떤 이웃이 사느냐, 그 운에 기대야 한다니. 내가 예민한 것인가? 당신이 너무 한 것인가?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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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문제 건수는 점점 증가하는데 매끄럽게 해결했다는 소식은 좀처럼 들려오지 않는다. 다양한 법안과 제도가 만들어지고 있다곤 하지만 피부로 와 닿는 해결책은 없다. 법적대응을 시도한 A도 결국은 떠날 결심을 하고 나서야, 미련하게 참은 나도 떠나보내고 나서야 문제가 해결됐다. 하지만 이것이 해결일지 또 다른 시작일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아파트에서 사는 한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하면 뭔가 아찔한 기분이 든다. 아래층과 위층에 어떤 이웃이 사느냐, 그 운에 기대야 한다니. 내가 예민한 것인가? 당신이 너무 한 것인가? 이런 생각이 아파트 살이의 당연한 번뇌라니. 

이웃간의 배려와 양보, 예의를 넘어선 손에 잡히는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법은 멀고 이웃은 너무 가깝다. 부디 A가 9번째로 이사 가는 그 집에서는 지금보다 좀 더 편해질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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