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추석을 코앞에 둔 지금, 많은 이들이 고민에 빠져 있을 것이다. 몇 달이면 지나갈 줄 알았던 코로나19가 가을까지 이어져 다소 이른 미래형 명절의 모습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24일 대구 스타디움 태극광장에서 열린 '2020년 도농상생 추석맞이 한우고기 드라이브스루 소비촉진행사'에서 관계자들이 차에 탄 손님들의 주문을 받고 있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와 대구시·경북도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만 판매한다. 한우 구이용, 국거리 등을 시중가보다 최대 50%까지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며 행사는 오는 26일까지다.
 24일 대구 스타디움 태극광장에서 열린 "2020년 도농상생 추석맞이 한우고기 드라이브스루 소비촉진행사"에서 관계자들이 차에 탄 손님들의 주문을 받고 있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와 대구시·경북도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만 판매한다. 한우 구이용, 국거리 등을 시중가보다 최대 50%까지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며 행사는 오는 26일까지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온라인 성묘, 비대면 차례, 요양병원의 비대면 면회, 명절 음식 드라이브 스루라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추석 덕담을, 올해는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라는 캠페인이 대신할 모양이다.

"그래서 이번 추석에 부모님 뵈러 가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이 질문을 마음에 품고 있을 수많은 이들을 위해 어르신들은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르신 생각1] "야물딱지게 나라 말을 들어야제"

노행자(87)씨는 전라남도 벌교에서 남편과 함께 산다. 아들 부부와 손자 부부는 인천에 살아 명절마다 일 년에 두 번 얼굴을 봤다. 얼마 전 노씨는 아들에게 먼저 전화해 추석에 오지 말라는 말을 전했다.

"나라에서 이렇게 방송을 때리면서 모이지 말라고 하는데 말을 들어야제. 이번에 애들 얼굴 못 보는 것도 서운하게 생각하면 한도 없지만, 그렇다고 병이 없어진다냐. 그래서 그냥 전부 다 못 오게 했어요. 다음 구정(설날)에나 오라고 했어요. 정부 말도 들어 줘야지, 건들건들 하고 댐서 옆 사람에 피해 주면 어떡하요.

추석에도 암 것도 안 할라고. 보성군에서 와서 사람 많은 데 가지 말라 하고, 식당도 가지 말라 하고, 10명 안으로만 모이라고 항께 사람들도 전부 안 나와 불어. 약도 병원서 지어와야 하는데 사람 많으니까 걱정이고, 불편한 게 한두 개가 아녀. 그러니 다들 어디 사람 많은 데 가지 말고, 야물딱지게 하고 댕겼음 좋겠어요. 코로나야, 어서어서 무사히 지나가라!"  


[어르신 생각2] "따로따로 모이자고 해서 그냥 그러자고 했어요"  
 
 추석을 앞둔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월드컵시장이 방문객으로 붐비고 있다.
 추석을 앞둔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월드컵시장이 방문객으로 붐비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인천에 사는 최동식(83)씨는 자녀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명절이 아니어도 손주들을 자주 만나곤 했다. 하지만 최씨에게 이번 추석은 코로나19 때문이 아니어도 완전히 달라진 명절이다. 지난해와 달리 많이 아픈 남편 때문이다. 현재 집에서 병간호 중인 남편의 병세가 깊어 여러모로 걱정이 많다.

"올해 추석엔 아무 생각도 없어요. 예전 같으면 명절이라고 집에서 김치도 하고, 게장도 담글 텐데 요샌 뭘 할 생각도 안 나. 우리 손녀가 다 같이 모여서 밥 먹지 말고 날짜 정해 따로 오자고 하길래, 그러자고 했어요.

그렇게들 서로 만나지 말라고 하는데, 그러지 말자고 우길 수도 없잖아. 온다고 해도 안 막고, 안 온다고 해고 어쩔 수 없고, 애들이 하자는 대로 따르는 거죠.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옛날이면 이것저것 할 생각에 바쁠 텐데, 요샌 명절이 돌아오는지 아닌지도 모르겠어."


[어르신 생각3] "5일간의 즐거움보다는... 감염되면 아픔이 더 크니까"

안양과 서울에서 지내는 두 딸의 아버지인 이호성(57)씨는 전라남도 여수에 산다. 거리가 멀어 자주 보긴 어렵지만 주로 명절 때 딸들이 여수에 내려와 지냈다. 타지역에 비해 확진자가 적은 여수인 만큼 이번 추석 연휴를 고비로 보고 있다.

"여름 휴가철에 혹시 감염자가 대폭 발생할까 봐 지역 사람들이 걱정을 많이 했어요. 우려한 것보단 큰 문제 없이 지나갔죠. 그래서 더욱이 추석 연휴를 조심하는 분위기입니다. 이건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다 마찬가지겠죠. 연휴 기간 모이지 말자는 정부 시책은 대부분 적극적으로 따르려는 추세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이니, 일부 일탈 행위는 있겠지만요."

이씨 역시 이번 추석엔 딸들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됐다. 다른 지역에 사는 형제들과 함께 지내던 차례도 이번엔 간소하게 차릴 예정이다.  

"딸들에게도 전화해서 '5일간의 즐거움보다는, 오가면서 혹시 모를 감염으로 인한 아픔이 더 크니까 안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게다가 지역 사회에 끼칠 수 있는 피해도 생각해야 하니 다음에 보는 걸 선택했네요. 부모로선 내 딸들 한 번 안아보는 즐거움이 큰데… 서운해도 어째요. 할 수 없죠." 

[어르신 생각4] "조금 불편해도 서로 도와야죠"

경기도 용인에 사는 손연옥(66)씨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외손주 한 번 보기가 어려워졌다. 그동안은 충주에 사는 딸 부부가 매번 일찌감치 와서 명절을 함께 보내곤 했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가 진정되지 않은 탓에 그들 역시 이번 방문을 다음으로 미뤘다.

"올해는 너무 많이 이동하면 위험하니까, 남편과 제가 오지 말라고 했어요. 여기 오려면 휴게소도 들르고 여러 장소를 거쳐야 하는데 겁도 나고, 또 정부에서도 되도록 올해는 참아 달라고 하니까요. 조금 불편해도 이 시기는 지나도록 서로 도와야죠. 뉴스 볼 때마다 오늘보다 내일 더 확진자가 늘어나는데… 우리 외손주가 할머니, 할아버지 보러 왜 안 가냐고 물어본다는데, 참 보고 싶죠."

명절마다 일가친지와 함께 모여 가던 대구의 산소도 이번엔 그림의 떡이다. 올해 벌초는 시누이와 조카들에게 맡겼다.

"차례상은 남편과 둘이 차리고 음식은 적게 하려고요. 이맘때면 벌초하고 성묘할 때인데, 시누이랑 조카가 한다고 한사코 오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가서 같이 하고 싶었는데, 아쉽죠. 그래서 남편이랑 둘이 평일에 잠시 가서 성묘하고 왔어요. 사람도 한 명 안 만나고 차 타고 갔다가 바로 돌아왔죠. 그런 식으로라도 하고 오니까 마음은 편안해요."   

'정부의 이동 자제 권고 필요하다'는 60대 응답이 가장 높아 
 
 경남 함양지역에 내걸린 '추석 연휴 고향 방문 자제' 펼침막.
 경남 함양지역에 내걸린 "추석 연휴 고향 방문 자제" 펼침막.
ⓒ 함양군청

관련사진보기

 
직접 들은 부모 세대의 생각은 이와 같았다. 모두의 생각은 아니지만, 어르신들이 이번 추석을 대하는 분위기는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대부분 상황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섭섭한 마음보단 자식과 이웃에 해를 끼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다른 분들의 생각도 그럴까?

언론보도에 따르면, 20~60대 남녀 305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응답자 가운데 1433명(47%)이 '이번 추석 연휴에 이동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정부의 이동 자제 권고가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응답자의 62%를 차지했는데, 연령대별 통계 중 특히 60대에서 68%로 가장 높았다.

또한 이번 추석에 듣고 싶은 말로 꼽힌 '이번 추석엔 안 와도 된다'와 '이번 추석은 건너뛰자' 문항에서도 50~60대가 각각 46%, 38%의 응답률을 보였다. 이처럼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부모 세대가 '추석 연휴 동안 대대적인 이동은 위험하다'는 입장에 공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4일, 전 국민에게 "이번 추석은 만남 대신, 마음을 표현해주세요. 서로의 건강과 안부를 묻는 따뜻한 전화 한 통으로, 여느 때보다 넉넉하고 풍요로운 한가위 되시길 바랍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올해 추석은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라는 색다른 방법으로,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 보면 어떨까?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명확하고 공감이 가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