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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모습.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제378회 국회(임시회) 제1차 회의의 산회를 선포하고 있다.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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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3일 더불어민주당이 더불어시민당을 흡수 합당하여 177석의 거대 여당이 탄생하고, 5월 26일 미래한국당이 미래통합당과 합당을 결정함에 따라 총선 두 달 전에 탄생한 기형적인 비례위성정당 체제가 모두 소멸됐다.

2016년 총선에서 정당득표율 59%를 얻은 두 거대정당이 81.7%의 의석을 차지했다. 이렇듯 비례성이 결여된 선거제도를 개혁하고자 570개 시민단체는 '정치개혁 공동행동'을 결성하여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향해 달렸다. 그리고 부족하나마 공직선거법 개정의 쾌거도 이루었다. 하지만 정당득표율 67.2%를 얻은 두 거대정당은 이번에는 94.3%의 의석을 차지했다. 4년 전이 비례성의 '결여'였다면 이번 결과는 뭐라고 불러야 할까?

비례대표제가 전혀 없는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만 존재하는 나라에서나 있을 법한 이런 선거 결과를, 우리는 '비례성의 난폭한 유린'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비례위성정당의 칼춤이 난무하는 광경을 보면서, 우리는 우리의 첫 번째 선거법 싸움이 실패했다고 자인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우리는 비례성을 갖춘 선거제도를 향한 새로운 싸움을 준비해야 된다.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을 탄생시킨 '알바니아 바람'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① 비례대표 의석이 너무 적고 ② 연동형 대신 준연동형을 적용하며 ③ 준연동형도 30석까지만 적용하도록 함으로써 '비례성의 파괴'를 예정하였다. 하지만 예정된 비례성의 파괴보다 그 파괴 정도가 더 심했던 이유는, 모두 알다시피 급조된 비례위성정당들로 인한 것이었다.

실제로 비례위성정당이 생기기 전부터 이에 대한 우려와 경고가 있었다. 연동형은 지역구 당선이 많아질수록 비례대표 의석이 줄어들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비례 전용 정당의 유혹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OECD 국가 중에서 국회 선거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고 있는 나라는 독일, 뉴질랜드 두 나라이고, 전 세계적으로는 볼리비아, 레소토, 태국 등이 있다. OECD 국가에 속한 나라 안에서 스코틀랜드 자치 의회, 웨일스 자치 의회, 런던 시 의회 등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고 있다.

여기서 독일, 뉴질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런던 등의 정치 '선진국'은 비례위성정당이 활용된 적이 없다. 태국은 1인 1표로 지역구 후보에만 투표하며, 지역구 후보의 득표율을 합산하여 비례대표 배분에 활용하는 (한국에서 2001년에 위헌판결을 받은) 방식으로 연동형을 시행하고 있기에 비례위성정당이 출현할 수가 없다. 그래서 새로 실시하는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위성정당을 낳을 수 있다는 주장은 알바니아, 레소토, 베네수엘라의 과거 사례를 근거로 하여 제시되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이 나라들을 거론하면서 국회에는 난데없는 '알바니아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이 내용은 <뉴스로드> 장소라 기자의 12월 30일자 기사에 잘 정리되어 있다. 장소라 기자는 위성정당이 '묘수'라 생각해서 '비례한국당'을 창당한다면 유권자에게는 오히려 '꼼수'로 인식돼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과거에 '위성정당'이 설립되었던 세 나라의 사례에 대한 자세한 소개를 읽다 보면 위성정당이 '있을 수도 있는' 기획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오, 이런 방법이 있군.

결국 위성정당이 설립되어 선거 결과가 왜곡될 수 있으므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반대한다던 자유한국당은, 위성정당을 직접 설립하여 선거 결과를 왜곡함으로써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망가뜨리기로 결심했다. 결국 자유한국당은 대한민국 정치가 독일, 뉴질랜드 수준이 아니고, 놀랍게도 알바니아, 레소토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했던 것이다. 타국의 위성정당 사례는 이렇듯 거대 정당의 욕망에 불을 질렀다.
 
"2005년 총선 ..... 당시 알바니아 정계를 양분하고 있던 두 거대정당인 민주당과 사회당은 .....각각 4개, 6개의 위성정당을 설립, 유권자들에게 비례선거에서 이들 군소정당에 투표하도록 유도했다..... 거대정당의 위성정당 설립을 막을 장치는 없었기 때문에, 양당의 시도를 예방할 수 없었다..... 선거 결과는 위성정당 전략의 성공이었다." 

"레소토와 베네수엘라도 알바니아의 사례와 거의 유사하다.... 2007년 총선에서 ..... 여당이었던 레소토 민주주의 의회(Lesotho Congress for Democracy)는 선거 승리를 확실히 하기 위해 비례대표 후보를 아예 내지 않고 국가독립당(National Independent Party)이라는 위성정당을 설립했다. 이에 대항하는 전국민대회(All Basotho Convention) 또한 레소토노동당(Lesotho Worker's Party)를 설립해 LCD와 같은 전략을 사용했다. 결국 LCD는 ..... 과반을 차지하게 됐다."

(출처: 뉴스로드(
http://www.newsroad.co.kr))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위성정당을 설립해야 하고, 위성정당 설립에는 위성정당 설립으로 "대항"해야 한다는 해결책까지 제시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인들 다수가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는 아프리카 나라 레소토의 13년 전의 역사적인 선례를 좇아, 실제로 통합당은 한국당을, 이에 맞서 민주당은 시민당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 알바니아, 레소토, 베네수엘라의 사례는 사실이 아니다.

알바니아의 위성정당(?) 설립 – 2005년 알바니아 팩트체크
    
위 기사에 따르면 알바니아의 두 거대 정당이 연동형 비레대표제의 허점을 노려서 각각 4개와 6개의 위성정당을 "설립"하여 지역구 선거에서는 자기 당에, 비례선거에서는 이들 10여 개 군소정당에 투표하도록 "유도"한 것처럼 되어 있다. 하지만 2005년 선거에서 민주당, 사회당과 연합한 정당들은 민주당, 사회당이 설립한 정당이 아니다.

첫째, 민주당이 설립했다는 '민주당의 위성정당들'은 알바니아에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생기기 전부터 있던 버젓한 공식 정당이다.
 
[표2]  알바니아 민주당이 설립한(?) 위성정당
▲ [표2]  알바니아 민주당이 설립한(?) 위성정당
ⓒ 김찬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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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05년 선거에서 20.0%의 득표로 11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제1우당(!)인 공화당은 1990년 공산정권 붕괴 이후 민주당에 이어 두 번째로 생긴 정당으로 미국 공화당을 '롤 모델'로 하는 유서 깊은 우파 정당이다. 졸지에 공화당은 '알바니아의 미래한국당'이 되어 버렸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2001년 선거에서 우파 정당연합(선거연합명부) Union For Victory Coalition을 이미 함께 했던 연합 파트너였다. 민주연합당은 1992년 민주당에서 분리된 정당이지만, 1997년 사회당 주도의 연립정부에 참가한 적이 있는 독립적인 중도 정당이다.

둘째, 사회당이 설립했다는 '사회당의 위성정당들'도 사회당이 만들지 않았다. 어떤 정당은 사회당과 같은 해에 설립된 경우도 있다.
  
[표3]  알바니아 사회당이 설립한(?) 위성정당
▲ [표3]  알바니아 사회당이 설립한(?) 위성정당
ⓒ 김찬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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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선거에서 사회당이 이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에게 정당투표를 하도록 지지자들에게 호소했기 때문에, 이 정당들은 지지율과 의석이 꽤 올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회당이 선거를 앞두고 위성정당으로 급조한 정당들이 아니다. 사회당 지지자들이 이 정당들에 정당투표를 한 것은, 3월에 백낙청 명예교수가 '비례민주당'과 '연합정당론' 등 민주당의 위성정당 시도 모두를 비판하면서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군소정당에 전략적 분할투표를" 하자고 한 것과 유사한 것이다.

사회당이 설립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실제 위성정당처럼 행동하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할 수도 있다. 물론 사회당은 과거 공산정권 때 지배정당이었던 알바니아 노동당의 후신이다. 하지만 알바니아는 더 이상 공산 체제가 아니다. 사회당이 이래라 저래라 한다고 다른 좌파 정당들이 위성정당 꼭두각시 노릇을 하지 않는다. 자기 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한 것 뿐이다. 유럽에 일반적인 정당 간의 연립을 '위성정당'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것은 현실과 어긋난다.

셋째, 한국처럼 민주당, 사회당은 지역구만 나오고 비례명부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비례대표 투표를 소수정당에 몰아준 것이 아니라, 모든 정당들이 지역구 및 비례대표에 다 출마했다. 알바니아 정치 질서 내에서 원래 정당 활동을 하고 있던 정당들이니 만큼,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표4] 2005년 알바니아 의회 선거 결과
▲ [표4] 2005년 알바니아 의회 선거 결과
ⓒ 김찬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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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민주당과 사회당은 대한민국의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과는 달리 '떳떳이' 연동형 비례대표 명부를 제출하고 각각 7.7%, 8.9%의 정당득표를 기록하면서 장렬하게 비례대표 0석을 받았다. 다만 각각 우파연합, 좌파연합 정부의 성립을 호소하면서 연립 파트너 정당들에 널리 투표해 줄 것을 호소했을 뿐이다.

이것은 편법도 아니고 꼼수도 아니다. 다른 소수정당들도 모두 지역구에 출마했다. 한국과 똑같이 두 거대정당을 제외하고는 딱 1명밖에 당선되지 못하긴 했지만 말이다. 즉 소수정당들은 비례전용정당이 아니었다. 결국 한국의 거대정당들은 존재하지도 않은 '알바니아 위성정당'을 창조해 자신의 정치적 욕망을 채운 셈이다.

결국 알바니아 2005년 사태는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설립 사태도, 특정 비례정당에로의 표 몰이 사태도 아니다. 알바니아의 정치 지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맞는 정당연합을 시도한 것이다. 알바니아가 다른 유럽 나라들처럼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였다면 이런 방법이 필요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2009년 선거에서 알바니아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바꾸었다.

결론 지으면, 2020년의 대한민국 총선은 공산체제를 벗은 지 얼마 안 된 2005년의 알바니아보다도 훨씬 후진적인 상황이었던 것이다.

[* 2부에서 계속]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찬휘씨는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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