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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시작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관련 촛불시민혁명 3주년입니다. 1주일에 한 번꼴로 박근혜-최순실게이트 사건을 비롯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들을 다룹니다. 각 사건의 핵심내용 소개에 그치지 않고, 각 사건의 판결문을 바탕으로 사건 관계자들의 범죄 또는 부패 장면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기록합니다. 그래서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권력부패를 기억하는데 주춧돌이 되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박근혜 전 대통령 첫 재판 열린 417호 대법정 뇌물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재판에는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함께 출석했다.
 2017년 5월 23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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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연재 글에서 박근혜와 최순실이 2016년 1월 'K스포츠재단'을 재벌 출연금으로 설립하고 최순실이 운영을 맡았다는 사실을 판결문을 통해 소개했다. 그 뒤 박근혜와 최순실은 재단 설립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대기업들에 자금 지원을 요구한다.

그 과정에서 최순실은 K스포츠재단 사업에 필요한 정보를 사전에 얻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내부검토 자료들을 몰래 입수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K스포츠재단은 수익사업에 제약이 많기 때문에 수익사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스포츠매니지먼트 회사 '더블루케이'를 세운다. K스포츠재단의 창립총회일(2016년 1월 12일)과 같은 날이었다.

더블루케이 자본금 1억 원이나 사무실 임차보증금은 모두 최순실이 현금으로 직접 부담하였다. 더블루케이의 첫 대표이사인 조성민 역시 최순실의 면접을 거쳐 임명되었다. 서류상으로는 조성민이 40%의 주식 지분을 보유한 것처럼 되어 있으나 조성민은 이 지분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각서를 최순실에게 제출하였다. 그만큼 이 회사는 최순실의 개인 회사였다.

더블루케이를 설립하자마자 박근혜와 최순실은 K스포츠재단에서 주관하는 사업에 대기업의 지원을 강요하고 그것과 관련된 일부 수익사업은 더블루케이에 맡기라고 요구한다. 또 대기업 등에 스포츠팀을 창단하고 운영관리를 더블루케이에 맡기라고 강요한다. 최순실의 개인회사가 손쉽게 수익을 얻게 만들기 위한 방편들이다.

더블루케이를 설립하기 반년 전쯤에 독일에서 최순실이 설립한 '비덱스포츠'에도 일거리를 맡길 것을 대기업에 강요한다. 비덱스포츠는 2015년 8월 말 최순실이 삼성그룹으로부터 정유라 승마지원을 명목으로 허위의 용역계약을 맺고 자금을 송금받기 위해 독일에서 급조한 회사인 '코어스포츠'의 이름을 2016년 2월에 바꾼 곳이다.

2016년 4건의 K스포츠재단과 더블루케이 지원 요구 사건

이번 연재 글과 다음 연재 글에서는 K스포츠재단과 더블루케이를 설립한 후 박근혜와 최순실이 이 두 곳을 위한 자금 지원이나 용역계약 체결 등을 대기업 등에 요구한 4개의 사건을 소개한다.

이들이 '돈벌이'를 위해 타깃으로 삼은 곳은 2016년 2~3월에 박근혜와 단독면담을 한 SK그룹, 포스코그룹, 롯데그룹 등 재벌그룹 3곳과 문화체육관광부의 관리 감독을 받는 그랜드코리아레저(GKL)다. GKL은 한국관광공사가 세운 자회사이다.

박근혜와 최순실은 GKL과 포스코그룹에 스포츠팀을 창단한 뒤 운영관리 업무를 더블루케이에 맡기라고 강요한다. SK그룹과 롯데그룹에는 두 그룹의 희망 사항을 들어주는 것을 대가로 K스포츠재단이나 더블루케이, 비덱스포츠에 사업지원 자금을 제공하거나 용역사업 계약을 체결하라고 강요한다.

이들 4곳을 상대로 벌인 불법행위의 시작 순서대로, 이번 글에서는 GKL과 SK그룹 관련 강요와 제3자 뇌물요구 사건을 소개한다. 이어 다음 편에서는 포스코그룹과 롯데그룹을 상대로 벌인 강요와 제3자 뇌물수수 사건을 소개할 예정이다.

[#1] GKL에 대한 스포츠팀 창단 및 에이전트 계약 강요 사건
 
박근혜 탄핵심판 증인으로 출석한 이기우 이기우 그랜드코리아레저(GKL) 사장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3차 공개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대심판정을 나서고 있다.
 2017년 2월 14일 이기우 그랜드코리아레저(GKL) 사장이 헌법재판소에서 열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3차 공개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대심판정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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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 스포츠팀을 창단하고 그 팀의 운영관리를 더블루케이에 맡기라고 강요한 사건이다. 이 사건의 등장인물은 이렇다.

박근혜최순실, 안종범 경제수석, 김종 문체부 차관이다. 더블루케이의 조성민 대표이사와 조성민의 후임자인 최철 대표이사, 그리고 고영태 이사가 등장한다. GKL 측에서는 이기우 대표이사가 등장한다.

최순실이 GKL로 하여금 더블루케이의 사업을 지원하도록 박근혜에게 부탁한 2016년 1월 20일보다 얼마 앞선 2016년 1월 어느 날이었다. 최순실은 자신의 측근인 김종 문체부 차관에게 이렇게 지시했다.
 
'동계영재센터 사업을 확장해야 하는데, 그랜드코리아레저(주)에서 좀 도와줘야겠다.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 사회복지재단이 있지 않냐.'

동계영재센터는 최순실이 조카 장시호에게 맡긴 사단법인으로 2015년 7월 14일에 최순실이 세우고 운영을 장악한 곳이다. 영재센터 설립 직후부터 삼성그룹에서 동계영재센터 지원금을 뇌물로 받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은 최순실은 2016년 1월 GKL의 후원금도 강요하기 시작한다. 문체부 관리 감독을 받는 곳이니 문체부 차관이나 청와대의 힘을 두려워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기우 GKL 대표이사가 GKL이 100% 출자하여 세운 GKL사회공헌재단이 후원금 내는 방식을 제시한다. 그래서 2016년 1월 20일 동계영재센터 이규혁 전무이사가 GKL사회공헌재단 이덕주 이사장을 만나 후원금을 요구한다.

[2016년 1월] '정호성 비서관이 대통령에게 이야기해달라'

그런 상황에서 최순실은 이제 '동계영재센터'가 아닌 '더블루케이'의 돈벌이를 위해 GKL을 다시 먹잇감으로 삼는다. 더블루케이를 설립한 지 열흘도 되지 않은 2016년 1월 20일, 최순실이 박근혜의 측근인 정호성 부속비서관에게 이렇게 말한다.
 
'더블루케이가 그랜드코리아레저(GKL)와 스포츠팀 창단·운영 관련 업무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대통령에게 이야기해 달라.'

최순실은 이틀 뒤 1월 22일에는 조성민 더블루케이 대표이사에게 이렇게 지시한다.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이 연락을 할 것이니 잘 듣고 업무를 처리하라.'

다음 날인 1월 23일, 이번에는 박근혜가 안종범 경제수석에게 조성민 대표이사 연락처를 전달하며 이렇게 지시한다.
 
'GKL이 스포츠단을 설립하는데 컨설팅할 기업으로 더블루케이가 있다. GKL에 더블루케이라는 회사를 소개해줘라. GKL의 대표이사 이기우와 더블루케이 대표이사 조성민을 연결해주라.'

박근혜의 지시를 받은 다음 날(24일), 안종범이 이기우 GKL 대표이사에게 전화를 건다. 그러고는 조성민 전화번호를 알려주면서 이렇게 말한다.
 
'더블루케이라는 스포츠 매니지먼트 회사가 있다. GKL에서 스포츠팀을 창단해서 더블루케이와 같이 운영해보라.'

이 무렵에 박근혜는 안종범에게 이런 지시도 내렸다.
 
'K스포츠재단이 체육 인재를 양성하고자 하는 기관이니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을 김종 문체부 2차관에게 소개해줘라.'

이에 따라 안종범은 1월 26일 김종 차관을 정현식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과 더블루케이 조성민 대표이사에게 소개해준다.

며칠 뒤인 1월 28일, 최순실은 조성민과 고영태에게 이기우 GKL 대표이사를 만나라고 지시한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을 통해 이기우에게 GKL이 배드민턴 및 펜싱 선수단을 창단할 것과 창단·운영 관련 매년 80억 원 상당의 업무대행 용역계약을 더블루케이와 맺을 것을 요구한다.

조성민과 고영태를 통해 이런 요구를 받은 이기우가 이렇게 말하며 난색을 표시한다.
 
'GKL의 회사 규모에 비추어 더블루케이가 요구하는 용역계약은 규모가 너무 커 수용하기 어렵다.'

조성민과 고영태는 최순실에게 GKL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보고한다. 그러자 최순실은 자신의 측근인 김종 문체부 2차관에게 이렇게 요구한다.
 
'GKL이 배드민턴과 펜싱 선수단을 창단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더블루케이를 도와줘야 되지 않냐. 차관이 해결을 해보라.'

그러자 김종이 이기우를 만나 이렇게 지시한다.
 
'규모를 줄여서 가능하면 두 종목 정도 팀을 만드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라.'

[2016년 2월] 'GKL 장애인 스포츠단 설립 어떻겠냐?'

이렇게 문체부 차관으로부터 지시를 받자 이기우는 최순실 측 제안을 거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이기우는 김종에게 이렇게 제의한다.
 
'배드민턴과 펜싱 선수단 대신에 GKL 장애인 스포츠단을 설립하는 것이 어떻겠냐?'

이에 대해 김종은 이렇게 다시 제안한다.
 
'더블루케이에서 두 개(배드민턴과 펜싱 선수단)를 가져왔으니, 장애인 팀에 일반 배드민턴팀을 하나 추가해서 창단하면 어떻겠냐.'

그러나 이기우가 여전히 난색을 표한다. 그러자 김종은 2월 25일에 조성민 더블루케이 대표이사를 만나 이렇게 말하면서 협상을 계속해보게 한다.
 
'장애인팀으로 창단하면  GKL 입장에서 명분이 생길 것이다. 계약금액을 줄여  GKL에서 장애인 스포츠단을 창단하고, 더블루케이가 에이전트를 맡는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2016년 3~4월] '문체부 공문 보내주면 도움 되겠습니다'

이에 따라 양측은 협상을 이어간다. 그러나 GKL 내부에서는 장애인 스포츠단을 만들고 그 운영을 꼭 에이전트사에 맡기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았다. 왜냐하면 이미 모굴스키팀을 GKL에서 창단했고, 운영 역시 에이전트에 맡기지 않고 직접 하고 있어서 GKL 이사회나 내부 직원들의 반대 여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기우 대표이사는 3월 28일 김종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문체부 장애인스포츠 과장으로 하여금  GKL 실무진에게 연락해 장애인 스포츠단 창단을 독려하라고 지시해주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이어 4월 29일에도 김종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차관님, 선수단 계약서 내용은 합의가 되어(저희들 안을 거의 수용) 서명만 남은 상태입니다. 문제는 에이전트가 개입하여 서명하는 문제로 회사 내에서 제동이 걸립니다. 그래서 장애인 체육과에서 에이전트와 함께 계약해도 된다는 공문을 하나 보내주시면 해결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자 김종의 지시에 따라, 5월 3일에 문체부에서는 GKL에 다음 내용이 담긴 '장애인 실업팀 창단 협조 요청'이라는 공문을 보낸다.
 
'향후 정부에서는 장애인 체육 선수들의 권익 보호와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프로팀뿐만 아니라 아마추어팀 창단 시에도 전문 스포츠 대리인(Agent) 제도를 활성화해나갈 방침이오니, 적극 활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6년 5월] '더블루케이 에이전트 계약 해지 어떻겠냐?'

이런 과정을 거쳐 결국 5월 11일에 'GKL 장애인 펜싱 실업팀 선수 위촉계약'이 체결된다. 이 계약은 더블루케이가 GKL 장애인 펜싱팀 소속 선수에 대한 에이전트 권한을 갖는 GKL-선수-더블루케이 3자간 계약이었다.

2주일 후인 5월 24일에는 이 계약에 따라 GKL은 소속 선수 3명에게 전속계약금 명목으로 1인당 2천만 원씩 총 6천만 원을 지급한다. 그리고 그 무렵 더블루케이는 각 선수들로부터 계약금의 절반인 1천만 원, 총 3천만 원을 에이전트 비용 명목으로 받았다.

그런데 두 달 쯤 지난 후인 7월 19일에 김종 차관은 갑자기 이기우 대표이사를 만나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고 이렇게 말한다.
 
'더블루케이와 체결한 에이전트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이기우는 바로 그 자리에서 김종의 제안을 수용한다. 애초 원했던 팀 창단과 계약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들어 청와대는 최순실게이트에 대한 언론의 취재를 감지하고 몸을 바짝 낮추기 시작했는데, 그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GKL은 바로 다음 날인 7월 20일에 더블루케이 최철 대표이사(3월 말부터 조성민에 이어 대표이사 취임)를 만나 에이전트 계약 해지에 관해 논의를 시작한다. 그에 따라 8월 2일에 더블루케이와 GKL간의 장애인펜싱팀 매니지먼트를 위한 에이전트 계약이 해지된다.

[#2] SK그룹에 대한 89억 원 요구 사건
 
박근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최태원 최태원 SK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7년 6월 22일 최태원 SK 회장이 서울중앙지방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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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시간 순서상으로 GKL에 이어 벌어진 SK그룹을 타깃으로 한 사건이다. 2016년 1월 22일에 K스포츠재단을 설립한 박근혜와 최순실은 2월부터는 이 재단을 통한 사업에 재벌 동원을 본격화한다.

그 첫 번째 타깃은 2월에 박근혜와 순차적으로 단독면담을 했던 재벌그룹 중 SK그룹이었다. 박근혜와 최순실은 K스포츠재단 설립 출연금으로 43억 원을 낸 SK그룹에 89억 원을 또 요구한다.

이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박근혜최순실 외에 안종범 경제수석, K스포츠재단 정형식 사무총장과 박헌영 과장이다. SK그룹 측에서는 최태원 회장과 김영태 부회장, 이형희 부사장, 박영춘 전무 등이다.

박근혜와 최순실이 SK그룹을 타깃으로 삼은 것은 그 당시에 SK그룹과 최태원 회장이 처한 약점 때문이다. SK그룹은 1992년부터 운영하던 '워커힐호텔 면세점'이 면세점 특허사업자 선정에서 2015년 11월 14일 탈락했다. 다음 해 5월 16일 자로 워커힐호텔 면세점 사업을 중단하는 처지에 빠졌다.

박근혜는 2015년 11월 27일 청와대 경제수석실을 통해 면세점 제도개선 방안 마련을 지시하고, 이어 2016년 1월 31일에는 면세점 신규 특허 수를 늘리는 방안을 포함한 '면세점 제도개선 대책'을 3월까지 앞당겨 신속히 발표하라고 지시하였다. SK그룹 입장에서는 워커힐호텔 면세점 특허를 재취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부의 '면세점 제도개선'이 추진되기를 바라는 상황이었다.

또한, SK그룹은 2015년 11월 2일에 SK텔레콤을 통해 CJ그룹 계열 케이블 방송사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한다고 발표하였다. SK텔레콤이 CJ오쇼핑에서 CJ헬로비전 주식 30%를 인수한 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을 합병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 계획은 방송시장과 이동통신시장에서 SK그룹의 독과점이 심해질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었다. 특히 경쟁업체인 KT나 LG유플러스뿐만 아니라 SBS 등 방송업계에서도 SK그룹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반대하였다. 그래서 SK그룹 입장에서는 2015년 12월 1일에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기업결합 승인 신청이 어서 통과되기를 바라는 상황이었다.

끝으로 2016년 들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수감 중인 동생 최재원 부회장의 사면이나 가석방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었다. 최태원은 최재원과 함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횡령)죄의 공범으로 2014년 2월 27일에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최태원은 2015년 8월 14일에 잔형집행 면제 특별사면 복권되어 교도소에서 출소하였다. 하지만 최재원의 경우 그의 형인 최태원과 달리 2016년 초에도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다.

최태원은 1심부터 징역 4년을 선고받아 일찍 수감생활을 시작했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최재원은 형 최태원보다 수감생활 시작이 늦었다. 그래서 최재원은 2016년 2월 즈음에야 형집행률이 80%를 넘어서게 되어 사면복권 가능성이 생겼다.

[2016년 1월] 최순실, K스포츠재단 사업계획 마련 지시

2016년 1월, 최순실은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에게 여러 가지 사업계획안을 마련해보라고 지시한다. 그러자 박헌영이 가이드러너 사업을 기획하는데, 처음에는 탐탁지 않게 보던 최순실이 괜찮은 듯하다며 구체적으로 만들라고 지시한다. '가이드러너'는 시각장애인의 스포츠 경기 시 장애인 선수 곁에서 함께 경기하며 돕는 선수를 말한다.

그 결과 4억 원 규모의 '가이드러너 육성방안 연구용역 제안서', '가이드러너 전문학교 설립 기획안'이 마련된다. 그 외에도 50억 원 규모의 '펜싱·배드민턴·테니스 각 종목별 유망주 지원을 위한 연간 해외훈련 계획 및 예산표'도 마련되었다.

[2016년 2월] 박근혜, 최태원 SK회장과 단독 면담

비슷한 때인 2016년 1월 30일, 박근혜는 안종범에게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 출연금을 내거나 약정한 재벌그룹 중 출연금 규모가 큰 상위 9개 그룹 회장들과의 비공개 단독 면담을 준비하라고 지시한다. 이 9개 그룹은 삼성, 현대차, SK, LG, 포스코, 롯데, GS, 한화, KT였다.

이어 2016년 2월 16일 오후 5시경, 박근혜는 서울 삼청동 안가에서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단독으로 만나게 된다. 이날 두 사람은 약 4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누는데, 최태원은 면담 초반에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 문제를 먼저 이렇게 언급한다.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만, 저희 집이 편치는 않습니다. 저는 나왔는데 동생이 아직 못 나와서 제가 조카들 볼 면목이 없습니다.'

이어서 최태원이 정부가 규제프리존 지역을 설정하면 SK그룹이 그곳을 '테스트 베드'(시험장)로 활용하고 그 결과 사물인터넷(IoT) 분야의 새로운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등의 이야기를 한다. 그러자 박근혜는 전문적인 이야기는 안종범 경제수석이 함께 들어야 한다면서, 면담장 밖 대기실에 있던 안종범을 직접 데리고 들어온다.

박근혜는 안종범에게 SK그룹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금액이 얼마인지를 물어보고 안종범은 각각 68억 원과 43억 원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박근혜는 최태원에게 출연해 준 것에 대해 고맙고 계속 관심과 지원해 달라고 말한다. 이어서 이렇게 말한다.
 
'가이드러너 사업이 사회적 약자인 시각장애인을 돕는 좋은 사업인데, 작은 기업에서는 도움을 주기 어렵고 SK그룹처럼 대기업이 도와주면 좋겠다.'

가이드러너 사업은 최순실이 1월에 박헌영을 통해 K스포츠재단의 사업으로 기획한 바로 그것이었다. 이어서 안종범이 SK그룹 현안 중 워커힐호텔 면세점 특허 선정에서 탈락해 사업을 지속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자 박근혜가 이렇게 말한다.
 
'면세점 선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다.'

최태원 입장에서는 SK그룹 현안 해결에 희망이 보였을 것이다. 안종범이 또 다른 SK그룹 현안으로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건이 있다고 말하고, 최태원이 신속하게 인수합병 심사승인 결론을 내주시는 것이 모두에게 좋겠다는 취지로 말한다. 그러자 박근혜가 '알겠다'고 답한다.

최태원과 단독 면담을 끝낸 박근혜는 최순실로부터 받은 자료를 안종범에게 건네며 최태원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한다. 그 자료는 박헌영이 최순실 지시를 받아 만든 '더블루케이의 가이드러너 육성방안 연구용역 제안서', '가이드러너 전문학교 설립 기획안', '펜싱·배드민턴·테니스 각 종목별 유망주 지원을 위한 연간 해외훈련 계획 및 예산표',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 정현식의 명함, 더블루케이 회사소개서다.

한편 최태원은 단독 면담 직후 SK그룹에서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SK텔레콤 이형희 부사장에게 전화하여 박근혜가 말한 것이 무엇인지 확인을 하기 위해 이렇게 묻는다.
 
'가이드러너인지 러너가이드인지 들어본 적이 있냐?'

'더블루케이에 4억, K스포츠재단에 35억, 비덱스포츠에 50억 달라'
     
박근혜와 최태원의 단독면담 1주일 후인 2016년 2월 23일, 안종범 경제수석이 SK텔레콤의 이형희 부사장에게 전화해 이렇게 말한다.
 
'K스포츠재단 관련 자료를 보낼 것이니, 잘 검토해서 협조해 주면 좋겠다.'

이날 이형희 부사장은 곧바로 청와대를 방문한다. 그러고는 안종범의 보좌관인 김건훈으로부터 최태원에게 전하라고 한 자료들을 받아 간다. 최순실이 박근혜에게 준 가이드러너 사업 관련 자료였다.

다음 날 24일, 이형희는 SK그룹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인 김영태 부회장에게 청와대로부터 받은 자료들을 전달한다. 김영태는 이 자료들을 다시 대관업무 담당인 SK그룹 CR팀장 박영춘 전무에게 준다. 이어서 K스포츠재단 정형식 사무총장에게 연락해 자금 지원을 협의하라고 시킨다.

그래서 박영춘은 이날(24일) 정형식과 박헌영에게 연락한다. 이들은 5일 뒤인 2월 29일에 만나기로 약속한다. 최순실도 2월 29일에 열릴 양쪽의 1차 미팅을 며칠 앞두고 정형식 사무총장과 박헌영 과장에게 이렇게 지시한다.
 
'SK그룹과 이야기가 다 되어 있으니 SK그룹 관계자를 만나 지원을 요청하면 돈을 줄 것이다.'

정형식과 박헌영은 약속대로 2월 29일에 서울 종로구에 있는 SK그룹 CR팀 회의실에서 CR팀장 박영춘 전무와 CR팀 오아무개 부장을 만난다. 최순실 지시대로 정형식과 박헌영은 이렇게 요구한다.
 
'더블루케이에 4억 원 규모의 가이드러너 연구용역을 맡겨달라.'
'K스포츠재단에 가이드러너 전문학교 설립과 운영에 드는 자금 35억 원을 제공해달라.'
'독일 비덱스포츠에 펜싱과 배드민턴, 테니스 종목 선수 해외전지훈련비 50억 원을 송금해달라.'

박영춘 전무가 김영태 부회장에게 이런 요구사항 등을 보고한다. 그러자 김영태가 이렇게 지시한다.
 
'K스포츠재단에 우리가 출연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시 또 다른 단체를 통해서 이렇게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무슨 일인지 칼같이 따져라. 이렇게 과도한 돈을 요구한다는 것도 내역을 따져봐라. 전지훈련을 가면 어디서 하는지, 누구와 하는지, 가르치는 사람은 누구인지 등을 다 따져봐라. 더블루케이와 비덱스포츠가 어떤 회사인지 철저히 따져보고, 뒤에 누가 있는지도 확인해보라.'

[2016년 3월] 안종범 '박영춘 전무가 너무 빡빡하게 군다'
 
특검 소환되는 안종범 국정농단 의혹 사건으로 구속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수사를 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서 조사 받기 위해 소환되고 있다.
 2017년 2월 24일 국정농단 의혹 사건으로 구속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서 조사 받기 위해 소환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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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양측이 만나 협의가 이어지는데, 어느 날 안종범 경제수석이 이형희 부사장에게 전화해 이렇게 말한다.
 
'박영춘 전무가 너무 빡빡하게 군다. 대통령이 관심을 가지고 지시하신 사안인데 잘 살펴봐 달라.'

안종범이 이렇게 말한 이유는 박영춘이 다음에서 보듯이 최순실 측 제안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영춘은 K스포츠재단 정형식과 박헌영을 만난 뒤 이형희 부사장에게 다음과 같이 부정적인 판단을 보고한다.
 
'K스포츠재단 측에서 준비한 자료가 아무런 내용이 없고, 요청하는 금액도 터무니없이 많아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박영춘은 박헌영에게 외국에 있는 회사인 비덱스포츠에 돈을 지원하는 것은 곤란하고, 더블루케이에 연구용역비 4억 원과 K스포츠재단에 별도로 20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제안한다.

그러나 최순실의 지시를 받은 박헌영은 K스포츠재단에 30억 원을 지원해달라고 박영춘에게 요구한다. 그러자 박영춘은 김영태 부회장에게 비덱스포츠와 더블루케이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취지와 함께 이렇게 보고한다.
 
'청와대의 요청사항인데 그 정도 금액에서 논의를 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러자 김영태는 30억 원을 지원하되 2~3년에 걸쳐 분할하여 지원하는 방안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한다. 그래서 박영춘이 K스포츠재단에 10억 원씩 3년 또는 15억 원씩 2년간 기부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에 대해 K스포츠재단 측이 2016년에 20억 원, 2017년에 10억 원을 지원해달라고 다시 제안한다. 이 방안은 SK그룹 쪽도 수용한다.

그런 가운데 3월 어느 날 이형희 부사장이 안종범 수석에게 연락해 이렇게 말한다.
 
'K스포츠재단 측의 요구사항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이 말을 들은 안종범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설명하는 자료를 보내달라고 한다. 그래서 3월 28일에 이형희가 자금 지원에 관한 우려 사항과 리스크, 지원 방식의 문제점 등을 이메일에 적어 보낸다.

[2016년 5월] 안종범 'K스포츠재단에 자금 지원 안 해도 된다'

그 뒤 안종범은 SK그룹이 K스포츠재단이 제안한 개별 사업을 지원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박근혜에게 보고한다. 그 대신에 SK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30억 원을 출연하는 방안을 제안하는데, 그것은 부적절한 것같다고 박근혜에게 건의한다.

그러자 박근혜는 안종범의 건의를 받아들여 K스포츠재단과 더블루케이 관련하여 SK그룹에 요구하는 것을 중단하는 게 좋겠다고 말한다. 그래서 5월 초 또는 중순에 안종범이 이형희 부사장에게 연락하여 이렇게 말한다.
 
'더 이상 K스포츠재단에 대한 자금 지원 문제는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SK그룹 측에서 조금은 깐깐하게 나온 탓에 막판에 이르러 청와대가 지원 요구를 멈춘 것이다. 그 결과 최순실 측은 최종적으로 SK그룹의 자금을 제공받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한편, SK그룹은 2016년 12월 면세점 특허 추가 발표 때에도 워커힐면세점 특허를 재취득하지 못한다. 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해서는 2016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불승인 결정을 내린다.

3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은 최재원 부회장의 경우에는 만기 출소일(2016년 10월 20일)을 3개월 앞두고서야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 승인(7월 20일)을 받아 7월 29일에 가석방되었다. 결과적으로 청와대로부터 별다른 부정한 혜택을 받은 것이 없다고 볼 수 있다.

GKL 사건은 직권남용과 강요죄로, SK그룹 사건은 제3자 뇌물요구죄로 기소

이 두 사건들로 인한 재판결과는 이렇다. 먼저 대통령의 직권과 문체부 2차관의 직권을 남용하여 GKL 측이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어 장애인 펜싱팀 선수단을 구성하고 더블루케이와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하게 한 사건으로 기소된 이들은 박근혜와 최순실, 안종범과 김종이었다.

이들에게 적용된 죄명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와 강요죄였다. 상고심까지 재판을 마친 박근혜는 직권남용죄와 강요죄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았다. 최순실과 안종범의 경우에는 상고심에서 강요죄 부분을 다시 판결하라고 파기했고, 직권남용죄는 인정되었다. 이들과 따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종의 경우에도 2심까지 두 죄명 모두에서 유죄가 선고되었고, 상고심이 진행중이다.

다음으로 SK그룹에 총 89억 원을 K스포츠재단 등에 제공하도록 요구한 사건으로 기소된 이들은 박근혜와 최순실이었다.

이 두 사람에게 적용된 죄명은 제3자 뇌물요구죄였다. SK그룹으로부터 대통령의 직무에 관한 부정한 청탁, 즉 면세점 특허 재취득이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승인 처리 등 SK그룹의 현안들을 지원해 달라는 청탁을 받은 뒤 돈을 요구한 행위는 뇌물을 요구한 것이고, 돈을 제공받을 곳은 최순실과 박근혜 개인이 아니라 제3자인 K스포츠재단 등이어서 제3자 뇌물요구죄가 적용되었다. 이 두 사람은 1심부터 상고심까지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 두 사건의 전모를 알기 위해 참고할 판결문은 다음과 같다.

박근혜에 대한 1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2017고합364-1(분리) 사건이고, 2심 재판은 서울고법 2018노1087 사건이며, 상고심 재판은 대법 2018도14303 사건이다.

최순실과 안종범에 대한 1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2016고합1202-1(분리) 사건이고, 2심 재판은 서울고법 2018노723-1(분리) 사건이며, 상고심 재판은 대법 2018도13792 사건이다.

김종에 대한 1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2016고합1282 사건이고, 항소심 재판은 서울고법 2017노3802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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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참여연대에서 재벌개혁운동을 시작으로, 권력감시와 사법개혁, 반부패 운동, 정치개혁 운동을 경험하였습니다. 약 20년 시민운동 경험을 또 다른 곳에서 펼쳐보려 노력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