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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 위치한 한 일본 식자재 전문 마트의 풍경
 서울에 위치한 한 일본 식자재 전문 마트의 풍경
ⓒ 류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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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국에 왜 일본 물건을 팔고 있냐고 그러더라고요. '매국노냐'는 말까지 들었어요."

일본 식품·식자재 전문 체인점인 ㅁ마트의 경기도 지역 점주 최아무개(30)씨는 이같이 답하며 씁쓸한 듯 웃었다.

일본의 경제 제재에 반발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불붙고 있는 가운데, <오마이뉴스>는 지난 16일과 17일 이틀에 걸쳐 불매운동의 표적이 된 ㅁ마트와 ㄴ마트 등 국내 대표적인 일본 식자재 업체들을 취재했다. 그 결과 업체 점주들은 "일본 쪽 처사에 화가 난다"면서도 "우리가 불매운동의 대상이 된 것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입을 모았다.

불매운동 자체는 한국인으로서 납득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이 거칠어지고 매출이 줄어드는 것을 보고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 업체들은 모두 한국 회사이고, 취급하는 제품들의 상당수도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소비자단체와 업계 일각에서는 원산지와 제조회사를 잘 확인해 불매운동을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점주 5명 중 4명 "불매운동으로 매출 줄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매출이 줄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ㅁ마트 점주 5명 가운데 4명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렇지 않다"고 답한 나머지 1명은 그나마도 매장이 소비자와의 거래(B2C)보다 이자카야 등 외식업체와의 거래(B2B)에서 이윤을 더 많이 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타격이 덜하다고 했다.

경기도 북부에서 ㅁ마트를 운영하는 점주 최씨는 "지금까지 우리 가게는 단골고객 덕분에 매출이 유지돼 왔는데, 최근 단골 몇 분이 반일감정 때문에 더 이상 오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기도 지역에서 같은 체인점을 운영하는 점주 이아무개(28)씨 역시 "평일에 하루 방문객이 50명쯤 됐는데 지금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며 "덩달아 매출도 30~40% 가량 줄었다"고 속상해했다.

이씨는 얼마 전 계산을 하다 의아한 장면을 목격했다. 계산을 마친 물건들을 가게 봉투에 담아 손님에게 건넸더니 손님이 자신이 들고 온 다른 봉투에 다시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생각한 이씨가 이유를 묻자 손님은 "일본 식품마트 로고가 박힌 봉투를 대놓고 들고 다니기는 좀 신경이 쓰인다"고 설명했다는 것.

온라인에서만 일본 식자재를 유통하고 있는 ㄴ마트의 상황도 ㅁ마트의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ㄴ마트쪽 관계자는 "날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불매 운동 시작 전보다 매출이 50% 가량 줄었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상인연합회, 한국마트협회 등 중소상인 자영업자 단체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일본제품 판매 중단 확대 기자회견을 열고 붉은 엑스 표를 한 아베 일본 총리의 사진을 들고 있다.
 서울상인연합회, 한국마트협회 등 중소상인 자영업자 단체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일본제품 판매 중단 확대 기자회견을 열고 붉은 엑스 표를 한 아베 일본 총리의 사진을 들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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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적반하장에 우리도 화 나지만... 우리는 한국 회사"

일본의 보복성 조치에 분노한 국민들은 현재 주요 SNS를 통해 일본 제품을 사지 말자는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인스타그램 검색창에 '보이콧재팬(boycottjapan)'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해봤더니 1000개가 넘는 게시물이 나타났다. 대다수의 게시물은 사지 말아야 할 일본 제품의 목록을 게시하거나 그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국내 기업 상품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불매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ㅁ마트의 서울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점주 김아무개(35)씨는 "일본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장사는 해야겠고, 미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일본으로부터 배울 점도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들의 적반하장에 한국인으로서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일본에 대해 불만 섞인 목소리를 털어놓은 건 그 뿐만이 아니다. 서울에서 또 다른 지점을 운영하는 점주 이아무개(29)씨는 17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B2B 거래 비중이 높아 불매운동으로 인한 피해는 크지 않다"면서도 "일본이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동시에 "일본 제품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ㅁ마트는 한국 회사라는 점을 소비자들이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ㅁ마트와 ㄴ마트 두 곳 모두 한국 회사다. 또한 경기도 지역 점주인 이씨는 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이 모두 일본과 관련 있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는 "여기 있는 물건들 중 개수로만 따지면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제품이 더 많다"면서 "개업 초창기에는 일본 제품이 많았지만, 우리나라 기술력이 좋아져 지금은 면과 가쓰오부시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에서 직접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똑똑한 불매운동 필요... 제조업체는 원산지 적극 표기하고 소비자는 잘 확인해야

이날 서울에 위치한 ㅁ마트를 직접 찾아가보니 곳곳에 한국 제품들이 진열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냉동식품 중 대다수는 한국 제품이었다.
  
 서울에 위치한 일본 식자재 전문 마트의 냉동창고. 감자고로케의 제품 설명에는 ‘우리 농축산물을 이용하여 일본 전통방식으로 만든 수제 야채고로케’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서울에 위치한 일본 식자재 전문 마트의 냉동창고. 감자고로케의 제품 설명에는 ‘우리 농축산물을 이용하여 일본 전통방식으로 만든 수제 야채고로케’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 류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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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고에 놓인 감자고로케의 제품 설명을 들여다보니 '우리 농축산물을 이용하여 일본 전통방식으로 만든 수제 야채고로케'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제조 방식만 일본 스타일일 뿐, 정작 재료조달과 제조는 우리나라에서 이뤄졌다는 이야기다.

겉모습만 일본 제품인 듯 보이는 재료들도 있었다. 단무지가 대표적인 예다. 제품의 겉표면에는 '신선한 단무지'라는 일본어가 적혀 있었지만, 그 아래로 '절임무 95%(국내산)'라는 글자가 함께 붙어 있었다. 또 일본어를 한글로 표기한 '사누끼' 우동면은 일본의 한 냉동식품회사와 기술제휴를 맺은 한국 회사가 만든 제품이라고 점주인 김씨는 설명했다.

김씨는 그러면서 "일본의 적반하장격인 처사에 항의하기 위한 불매운동 자체는 어쩔 수 없지만, 소비자들이 제품의 원산지나 제조회사를 잘 확인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수현 소비자시민모임 정책실장은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엉뚱하게 한국 자영업자들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제조업체들도 원산지를 적극적으로 표기해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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