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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나미 보존지구에는 상점이 아닌 일반 주택, 심지어 교회 문 앞에도 '노렌'을 걸어놨다. 이 거리의 노렌들이 각각의 특색을 살리면서도 차분한 색으로 통일성을 갖출 수 있었던 건 가노 요오코가 운영하는 히노키초목염직공방에서 초목염색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노렌은 개별 상점의 심볼이자, 이 마을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 이한기
  
히노키초목염직공방에서는 건조된 나무의 줄기나 껍질, 뿌리, 줄기, 꽃, 열매 등을 건조하거나 그대로 끓여 우려낸 즙으로 직물에 염색을 해 자연의 색깔을 낸다. ⓒ 이한기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는 스테디셀러로 한국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이 책의 주인공인 와타나베 이타루가 운영하는 시골빵집 '다루마리'의 노렌도 히노키초목염직공방에서 만든 것이다. ⓒ 도서출판더숲
 
가쓰야마 '노렌의 마을'을 만든 히노키초목염직공방

'다루마리'. 일본 오카야마(岡山) 현의 작은 마을 가쓰야마(勝山)에 있는 시골 빵집이다. 이 작은 빵집은 희한하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꽤 알려져 있다. 이 빵집의 주인이자 제빵사인 와타나베 이타루가 지은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2014년, 더숲)라는 스테디셀러 책 때문이다. 한때 일본을 여행하는 한국 관광객들이 이 시골빵집을 보러 가쓰야마를 찾아가기도 했다.

"빵집 다루마리가 자리잡은 가쓰야마에는 여러 장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죽세공 장인, 히노키초목염직공방 장인, 자연재배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 다루마리는 이들이 만드는 상품의 가치를 인정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합니다. 그리고 구입해 온 상품들을 잘 활용해 빵을 만듭니다. 자연스레 돈이 순환되는 지역은 살기 좋은 곳이 됩니다."

지난달 18일 이 책에서 거론된, 다루마리의 이웃사촌인 '히노키(檜木)초목염직공방'을 방문했다. 250년 전 양조장이었던 건물을 쓰고 있는 이곳은 화학 염료가 개발되기 전까지 사용했던 초목(草木)의 색소를 이용해 직물을 자연 염색하는 공방이다. 건조된 나무의 줄기나 껍질, 뿌리, 줄기, 꽃, 열매 등을 건조하거나 그대로 끓여 우려낸 즙으로 직물에 염색을 해 자연의 색깔을 낸다.

히노키초목염직공방이 자리잡은 동네는 '마치나미'(시내에 집·상점이 늘비하게 늘어서 있는 곳) 보존지구다. 시대극에 등장할만한 옛 목조 건물들이 빼곡하다. 110채가 넘는 건물들에는 한 가지 공통된 특색이 있다. 대부분의 상점에서는 상호나 상징 마크를 새긴 천, '노렌(暖簾, のれん)'을 입구에 내걸었다. 이곳은 20여 년 전부터 행정지원을 받아 처음 시작된 '노렌의 마을'이다.

이곳 마치나미 보존지구에는 상점이 아닌 일반 주택, 심지어 교회 문 앞에도 '노렌'을 걸어놨다. 이 거리의 노렌들이 각각의 특색을 살리면서도 차분한 색으로 통일성을 갖출 수 있었던 건 가노 요오코가 운영하는 히노키초목염직공방에서 초목염색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노렌은 개별 상점의 심볼이자, 이 마을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와타나베 이타루가 운영하는 시골빵집 '다루마리'의 노렌도 이 가운데 하나다.

모양은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 특별한 이야기를 담은 노렌 덕분에 '마치나미 보존 사업을 응원하는 모임'도 발족했고, 관광객도 꾸준히 늘었다. 지난 2008년에는 일본 사인디자인협회(SDA)가 주관하는 'SDA 어워즈(Awards)'에서 히노키초목염직공방의 작품 '노렌의 마을'이 일본산업디자인진흥회장 상(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일본의 상점이나 상인들에게 '노렌'은 단순한 상징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노렌을 과시하다(のれんを誇る)'는 '상점의 역사·품격을 자랑하다', '노렌을 지키다(のれんを守る)'는 '사업이나 전통을 지켜나가다', '노렌이 걸린 문제다(のれんにかかわる)'는 '상점의 신용이 걸린 문제다'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상점을 폐업하는 것을 '노렌을 내리다(のれんを下ろす)', 오래 근무한 종업원이 독립해서 같은 상점명으로 영업하게 하는 것을 '노렌을 나누다(のれんを分ける)'라고 표현한다. 또한 노렌이 상점에 내걸려 있으면 영업중이고, 노렌이 치워져 있으면 영업이 종료되었음을 나타낸다." (<사진 통계와 함께 읽는 일본 일본인 일본문화>, 2011)
  
히노키초목염직공방이 자리잡은 동네는 '마치나미 보존지구'다. 110채가 넘는 건물들에는 한 가지 공통된 특색이 있다. 대부분의 상점에서는 상호나 상징 마크를 새긴 천, '노렌(のれん)'을 입구에 내걸었다. 이곳은 20여 년 전부터 행정지원을 받아 처음 시작된 '노렌의 마을'이다. ⓒ 이한기
 
히노키초목염직공방에서는 여러 종류의 손수건에 초목염색을 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일단 염색된 샘플 손수건을 보고 어떤 무늬를 만들 것인지 결정한다. 그런 뒤 나무젓가락를 이용해 유리 구슬을 천 안에 넣고 그 주위를 고무줄로 묶어준다. 구슬을 많이 넣어 묶을수록 다양한 무늬가 생긴다. 그런 뒤 염료에 담가 고루 적셔주고, 물기를 짜낸다. 다림질을 하면 자연의 색깔로 물든 손수건이 완성된다. 그 손수건은 나만의 노렌이다. ⓒ 이한기

히노키초목염직공방에서 직접 노렌을 만들어볼 수는 없지만, 여러 종류의 손수건에 초목염색을 하는 체험은 할 수 있다. 흰 면의 작은 손수건에 자연 염색을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염색된 샘플 손수건을 보고 어떤 무늬를 만들 것인지 결정한다. 그런 뒤 나무젓가락를 이용해 유리 구슬을 천 안에 넣고 그 주위를 고무줄로 묶어준다. 구슬을 많이 넣어 묶을수록 다양한 무늬가 생긴다. 그런 뒤 염료에 담가 고루 적셔주고, 물기를 짜낸다. 다림질을 하면 자연의 색깔로 물든 손수건이 완성된다. 그 손수건은 나만의 노렌이다.

※ 여행 정보히노키초목염직공방(https://hinoki.exblog.jp)은 전철 JR히메지 역에서 약 4시간, 주코쿠가쓰야마 역에서 내린다. 차로 이동할 경우 히메지 시내에서 약 1시간40분, 오사카 시내에서 약 2시간30분 걸린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겨울철은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수요일은 휴무. 초목염색 체험 비용은 일반 손수건 3500엔, 일본전통 손수건 4000엔, 스카프 4500엔.
 
지난해 70주년을 맞이한 슛사이 가마는 산비탈에 계단 모양으로 만든 '노보리(오름) 가마'에서 도자기를 굽는다. 1년에 4차례 불을 넣어 도자기를 굽는다. 한 번에 1000점 가량. 가마 온도는 약 1260도. 이틀 동안 불을 떼고, 이삼 일 동안 식힌다. 애초 이즈모(出雲)의 흙만을 쓰다가, 지금은 고갈돼 다른 곳의 흙을 쓴다. ⓒ 이한기
 
도자기를 생산하는 슛사이 가마 공방 옆에는 전시 판매장이 있다. 100년이 넘은 일본 가옥을 옮겨와서 쓰고 있단다. 일상생활 속에서 쓰이는 '실용의 미'를 강조한 민예운동의 영향으로, 이곳 도자기는 대부분 실용적인 용도로 만들어졌다. ⓒ 이한기
 
시마네(島根) 현의 히이카와 강변에 위치한 '슛사이 가마(出西窯)'. ⓒ 이한기
  
도자기를 생산하는 슛사이 가마 공방 옆에는 전시 판매장이 있다. 100년이 넘은 일본 가옥을 옮겨와서 쓰고 있단다. ⓒ 이한기

아직도 오름가마에서 도자기를 굽는 '슛사이가마'

"1950년 태평양전쟁 이후 반전의식과 자유주의 사상을 흠모하는 20대의 진보적 젊은이 5명이 도자기와는 전혀 연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슛사이 지역에 들어가 1952년에 창업했다. 지금은 2세대 동인 5명과 10명의 종업원이 있는데, 도자기업계에서는 보기드문 기업조합 형식의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실용 도자기의 따뜻함과 깊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이곳에는 '써서 길들여 아름답게 되는 물건'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으며, 그들의 장인의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따라서 슛사이 정신은 변함이 없으며 '꾸미는' 물건이 아니라 '사용하는' 물건을 추구하기 때문에 설령 찻잔 한두 점이 없어졌다 해도 상관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외길 장인>, 2005)

시마네(島根) 현의 히이카와 강변에 위치한 '슛사이 가마(出西窯)'에 관한 설명이다. 지난달 18일 이곳을 찾았다. 취재진의 안내를 맡았던 후카츠 노리코(深津典子). 34년 동안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그녀의 아버지가 슛사이 가마 창업주 가운데 한 명이다. 지금은 20명 가량의 장인들이 도자기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70주년을 맞이한 슛사이 가마는 산비탈에 계단 모양으로 만든 '노보리(오름) 가마'에서 도자기를 굽는다. 산사태가 난 뒤, 1965년 이곳에 오름 가마를 만들었다.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1년에 4차례 불을 넣어 도자기를 굽는다. 한 번에 1000점 가량. 가마 온도는 약 1260도. 이틀 동안 불을 떼고, 이삼 일 동안 식힌다. 애초 이즈모(出雲)의 흙만을 쓰다가, 지금은 고갈돼 다른 곳의 흙을 쓴다.
 
도자기를 생산하는 슛사이 가마 공방 옆에는 전시 판매장이 있다. 100년이 넘은 일본 가옥을 옮겨 와서 쓰고 있단다. 일상생활 속에서 쓰이는 '실용의 미'를 강조한 민예운동의 영향으로, 이곳 도자기는 대부분 실용적인 용도로 만들어졌다. 소박하고 건강한 민중의 그릇을 굽고자 하는 '민예론' 실천 그룹이 만든 공방이기 때문이다.

※ 여행 정보슛사이 가마(https://www.shussai.jp)는 이즈모시 역에서 택시 타고 약 10분 거리. 택시비는 약 2500엔.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공휴일은 쉬지 않고, 매주 화요일은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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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효고(兵庫) 현에 있는 미나미아와지( 南あわじ) 기와 격파 체험(https://karatekawara.com)은 오사카에서 차로 약 1시간30분 걸린다. 기와 격파 체험은 기왓장 5장 2000엔, 10장 2900엔. 격파 후 사진과 기념 증서를 준다. ⓒ 이한기
  
일본 효고(兵庫) 현에 있는 미나미아와지( 南あわじ) 기와 격파 체험장은 기와생산 공장의 2층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 공장에서 생산한 다양한 문양의 기와. ⓒ 이한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의 내용 일부는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사진 통계와 함께 읽는 일본 일본인 일본문화>, <아름다운 외길 장인>, <차생활문화대전> 등을 참고했습니다. 
이 기사는 일본정부관광국(JNTO)의 취재 지원으로 진행됐습니다. 일본 면세점|https://tax-freeshop.jnto.go.jp/kor/index.php

태그:#히노키초목염직공방, #슛사이가마, #기와격파체험, #로렌, #다루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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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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