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은 독립영화를 빛낸 여배우

▲ 이채은 독립영화를 빛낸 여배우 ⓒ 이채은


무비조이에 독립영화실이란 메뉴를 만들고 30여건이 넘는 기사를 발행했다. 항상 독립영화 관련 글을 작성할 때마다 고백하는 것이지만 여전히 난 한국독립영화에 대해 잘 모르는 초보다. 그래서 초보답게 지난 몇 개월간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단편, 중편, 장편 가리지 않고 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나름 한국독립영화를 탐독하면서 한 배우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이채은이다.

그녀는 최근 온라인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윤성호 감독의 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에 재은 역으로 출연했다. 하지만 그녀가 더 빛났던 곳은 무수히 많은 독립단편영화에서였다. 그동안 그녀가 얼마나 활발히 단편영화 작품 활동을 했는지 알 수 있는 것은 지난해 수상 기록이다. 한국 최고의 독립영화축제인 2009년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 배우부문 수상, 미쟝센단편영화제 연기부문 심사위원특별상 등으로 그녀는 자신의 노력에 대해 보답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그동안 많은 단편, 중편 독립영화 등을 보면서 아쉬웠던 것은 감독의 연출력 부분도 있었지만 배우들의 연기부분이 더 컸다. 물론 이런 현상은 단편영화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있다. 한정된 제작비와 촬영기간을 생각한다면 좋은 배우를 섭외해서 영화에 맞는 캐릭터를 구축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배우 이채은이 출연한 단편영화들은 달랐다. 좋은 배우가 단편영화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게 해준 것이다.

그녀가 출연했던 <친구사이?>, <거짓말>, <뜨거운 커피> 등에서 보여준 연기는 이전 단편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여배우의 모습이었다. 출연분량이 많던 적든 그녀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었다. 그녀가 여러 작품에서 보여준 연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더 많은 출연작들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한국영화아카데미 2009년 25기 실습작품 <수진들에게>를 구해보기 위해 직접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전화해서 2009년 작품집을 구해보기까지 했다.

물론 단편영화란 특성 때문에 그녀가 긴 호흡에서 어떤 연기를 보여줄 것인지 누구도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없다. 하지만 그녀가 이미 단편영화를 통해 기본기가 갖추어져 있는 연기자임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르게 표현하면 그녀가 어떤 역할을 맡던 자신에게 주어진 배역에서 자신의 몫을 다해낼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녀가 출연했던 무수히 많은 독립단편영화에서 이미 그 가치를 입증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연기자로서 얼마나 욕심이 많은 배우인지 출연작품만 확인해도 알 수 있다. 2008년부터 총 출연한 작품이 17편이다. 물론 대부분이 단편영화이며 장편영화의 단역도 포함된 작품 수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지난 3년 동안 지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묵묵히 작품에서 해내었단 사실이다. 사람은 어떤 꿈을 이루기 원하지만 지치기도 하고 포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어떤 역할이 되었던 지치지도 포기하지도 않았다. 그녀의 뚝심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오랜 시간 동안 그녀와 인터뷰 하기위해 노력했지만 쉽게 연락처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를 제작한 인디스토리의 도움을 받아 배우 이채은의 연락처를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은지 그녀의 꿈을 지금부터 직접 들어보자. 이 서면인터뷰는 지난 10일 도착하였다.

어려서부터 영화배우가 꿈

이채은 독립영화를 빛낸 여배우

▲ 이채은 독립영화를 빛낸 여배우 ⓒ 이채은


- 한국 단편영화 보면서 이채은씨를 모른다는 것은 힘들 것 같습니다. 상당히 많은 단편영화에 출연했는데요. 이렇게 다수의 단편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무엇입니까?
"저는 어려서부터 영화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하며 배우가 될 수 있는 길이 조금 열린 듯이 보였습니다. 대학에서 체계적인 연기교육을 받을 수는 있었지만, 제 꿈을 펼칠 만한 장을 찾아 나설 만한 자신감이 충만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연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본 것이 단편영화였습니다. 처음에는 단편영화를 꾸준히 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좋은 결과가 제가 출연한 몇 작품에 따라왔습니다. 그 뒤로는 알음알음으로 자연스럽게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 장편영화보다 단편영화 캐릭터 잡기가 더 힘들단 이야기도 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감독이 원하는 방향의 캐릭터를 구축해야 되기 때문인데요. 개인적으로 단편영화 찍으면서 캐릭터 잡는데 애로사항은 없었습니까?
"저는 캐릭터 구축에 있어서 장편영화와 단편영화의 차이점은 잘 모르겠습니다. 단편영화에 출연하면서 오히려 캐릭터의 이야기가 뚜렷이 보여 연기하기 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딱히 '어떤 캐릭터다'하고 연기로 표현하지 않아도 이야기 안에서 캐릭터가 설명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배역의 행동이나 대사가 이해가 되지 않을 때는 감독님들과 대화하면서 상황을 바꾸기도 하고, 더 깊이 이해하고 수용하게 되기도 하면서 캐릭터를 풀어갑니다."

- 연기자로 데뷔는 <공공의 적 2>로 알고 있습니다. 이 작품이 2005년도입니다. 이후 작품 활동이 뜸하다가 2008년부터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습니다. 2008년부터 작품 활동에 매진하게 된 이유가 있습니까?
"<공공의 적 2>의 경우는 학교 선배님이 연출부에 계셔서 자연스럽게 출연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그 당시에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학교에서 좋은 선생님께 연기를 배우는 것에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2008년 이후에 몇몇 단편영화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고, 학업이 거의 끝나가던 시기와 맞물려서 다른 대학생들이 졸업시즌이면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것과 비슷한 느낌으로 많은 작품을 찾아 나서게 되었습니다."

- 출연한 단편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1편을 소개해주실 수 있습니까? 소개 이유도  부탁드립니다.
"초반에 출연한 모든 단편영화들이 하나하나가 다 소중합니다. 그렇지만 지금 제게 가장 뜻 깊은 작품은 아무래도 임오정 감독의 <거짓말>입니다. <거짓말> 이전에도 많은 작품들을 해왔지만 <거짓말> 이후에 배우로서의 입지가 조금 편안해진 것 같습니다."

- 단편영화는 아무래도 영화 촬영환경 자체가 열악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배우로서 단편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무엇입니까?
"열악한 환경이라도 감독, 배우, 스태프들이 다 같이 한 마음으로 이끌어 가면 훨씬 더 보람 있고 일이 즐겁습니다. 각자 너무 자기 분야만 철저하게 하는 것은 단편영화와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또 경제적인 이유로 실현하기 어려운 것들을 너무 쉽게 포기할 때도 안타깝습니다."

수상 이후, 왜 연기가 하고 싶은지 더 진지하게 고민

이채은 독립영화를 빛낸 여배우

▲ 이채은 독립영화를 빛낸 여배우 ⓒ 이채은


- 2009년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 배우부문 수상, 미쟝센단편영화제 연기부문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습니다. 수상 이후 연기자로서 어떤 부분에서 힘을 얻었습니까?
"독립영화에서 권위 있는 두 영화제에서 연기로 수상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영광입니다. 상을 받으면서 오히려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이전에는 저 자신의 만족을 위한 연기를 해왔는데, 막상 상을 받고 나니 제가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배우인가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저를 관심 있게 봐주시는 분들에 대한 생각이 많지 않았던 것 같아 반성하게 됐습니다. 왜 연기가 하고 싶었고, 왜 배우가 되고 싶었는지에 대해서도 더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수상을 하고나서는 '배우 이채은'이라는 타이틀을 조금은 더 편안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특별히 부모님께서 자랑스러워하시니까 기분이 좋고요."

- 2008년과 2009년이 단편영화에 매진한 해였다면 2010년은 단역이라도 충무로 영화에 자주 출연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상업영화에 더 자주 출연할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단편영화나 상업영화를 구분해서 출연하는 건 아니었는데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작업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상업영화에 자주 출연할 계획입니다."

- 하고 싶은 장르 영화와 역할에 대해 이야기해주실 수 있습니까?
"특별히 더 하고 싶다고 생각한 장르는 없습니다. 앞으로도 저한테 즐거운 작업이 될 거라고 생각되는 작품들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 자신의 연기를 확립해 나간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습니다. 이채은씨가 생각하는 좋은 연기란 무엇인지 궁급합니다.
"예전에는 배역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할 수 있는 배우가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했습니다. 요즘에는 배우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확실히 알고, 배역을 자신 안에서 잘 이해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연기, 좋은 배우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지금도 꾸준히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 이채은씨가 롤 모델로 삼고 있는 배우는 누구입니까? 이유 역시 이야기해주십시오.
"딱히 롤 모델을 정해놓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좋아하는 여배우들은 굉장히 많은데 그 분들 나름의 장점들을 조금씩 다 닮고 싶습니다."

- 마지막 질문으로 배우로서 목표가 있을 것 같습니다. 2010년 자신이 세워 놓은 목표가 무엇인지 이야기해주시겠습니까?
"지금까지 단편영화를 많이 할 수 있었던 환경이 주어졌던 사실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연기가 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경제적인 부분도 많이 고려해야 할 때인데 걱정도 많지만 또 기대도 많습니다. 2010년에는 오래오래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나고 싶고, 또 좋은 작품과 좋은 배역과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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