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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강사로 자원봉사를 했던 적이 있다.
필리핀 이주여성을 개인 지도하는 것이었는데
다행히 한국어를 이미 잘 하는 편이어서
한국 국적을 획득하는 것이 목표인 수업이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동남아 이주여성을 무시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는 편이다.
심지어 동남아 여성은 게으르다는 선입견과
편견을 피력하는 사람을 쉽게 마주하게 된다.
더운 나라라서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만나본 필리핀 여성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나보다 더 부지런한 여성이었다.
치매로 요양원에 입원한 시어머니 때문에
시댁과 합가한 지 1년여 되었다는데
시아버지 식사부터 유치원 다니는 아들 둘을 챙기고.
영어학원 시간 강사로 일한 돈을 친정으로 부치고 있었다.

나보다 열 살 이상 어린 데도, 수업을 마치고 나올 때 
과일이나 과자 같은 것을 꼭 챙겨주곤 했다.
오히려 그녀로부터 한국의 전통 인심을 느끼는 기분이었다.

그 집 식탁을 책상 삼아 수업을 하다 보니
아침에 뭘 해 먹었는지도 알 수 있었는데
한국 음식 솜씨도 썩 괜찮았다.
오늘은 남편이 좋아하는 삼계탕을 끓였다는 둥
시아버지가 좋아하는 김치찌개라는 둥
한국 음식 만들기에 늘 도전하는 중이란다.

게다가 친정을 도와주고 싶지만 남편이 벌어 온 돈으로 주기는 싫어서,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영어를 가르쳐
틈틈이 번 돈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남편도 아내가 번 돈에 대해서는 일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단다.

예의도 바르고 학구열도 높아서 인상적인 학생으로 기억된다.
선생님 덕분에 국적 획득 시험에 합격했다고 반가운 소식을 전해오기도 했다.

필리핀 이주여성, 루시 학생을 만나면서
나는 동남아 여성이 게으르다는 말도 안 되는 선입견과 편견에 맞서
훌륭한 논리를 펼 수 있게 되었다.

왜냐하면 내가 만난 단 한 명의 필리핀 여성은
너무나 부지런하고 훌륭한 여성이었으므로
나에게는 확률 100 퍼센트의 편견이 생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