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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폐지 "소비자의 부담 증가" 찬성 vs "도서 생태계 활성화" 반대

[비교] 소비자 입장과 출판사 입장에서 바라보는 도서정가제 폐지에 대한 다른 시각
20.11.28 07:20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2019년 10월에 올라온 도서정가제 폐지 청원이다. 이를 통해 도서정가제가 커다란 논쟁 주제였으며 그만큼 주목을 받는 이슈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하정연
   
도서 할인폭을 정가의 15% 이내로 제한한 현행 도서 정가제가 최근 다시 화두에 올랐다. 도서정가제 폐지에 대한 국민 청원도 올라올만큼 찬성과 반대 의견 모두 팽팽하다. 도서정가제란 출판사가 판매 목적의 간행물에 정가를 표시하도록 하고 판매자는 출판사가 표시한 정가대로 판매하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독서 진흥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정가의 15% 이내에서 가격 할인과 경제상의 이익을 자유롭게 조합해 판매할 수 있고, 이는 3년마다 재검토 절차를 거친다. 2014년 개정 이전에는 신간 19% 할인과 구간의 무제한 할인이 가능했다. 2014년 이후부터 현재까지는 정가의 15% (10% 가격 할인+5% 마일리지 적립)이며 발행 후 18개월이 지난 도서는 할인이 불가능하고 정가의 조정만이 가능하다.

도서정가제 폐지에 찬성하는 소비자 입장은 이와 같다. 첫번째로, 도서정가제가 책의 경쟁력을 떨어트린다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기술 발전으로 'e북', '웹툰', '웹소설'과 같은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가 등장하며 매체의 변화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책을 '구매'한다는 개념보다는 '대여' 서비스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서정가제로 인해 도서 가격 변동의 유연성이 떨어진다면 자연스럽게 책의 접근성과 경쟁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서정가제 폐지에 반대하는 출판사의 입장은 "오히려 도서정가제를 폐지한다면 책의 접근성과 경쟁력이 떨어진다"라며 그 이유를 무분별한 할인경쟁 때문이라고 밝혔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이전, 소규모 중소서점이나 독립서점들은 대규모 서점들의 과도한 할인경쟁을 함부로 따라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점점 중소서점과 동네서점이 문을 닫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책을 보거나 구매할 때 대규모 서점만 이용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책의 접근성은 물론이고 책의 다양성도 떨어졌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소비자 입장에서 바라본 도서정가제는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감을 증가시킨다는 문제점이 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의 학습 교재 구매와 같이 책 구입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 학생들은 할인이 되지 않는 책값에 부담을 느끼고, 책 구매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는 학생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에게도 적용된다. 이처럼 도서정가제로 인한 도서 가격의 상향평준화는 책 구입이 불가피한 사람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준다는 것이다. 

 
2010년, 2014년, 2018년 도서 평균 정가 인상액을 비교한 자료이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이에서 발췌한 통계자료이다. ⓒ 하정연
 
하지만 출판사 측은 연도별 도서 평균 정가 자료를 근거로 들며 소비자 측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2010년의 도서 평균 정가는 1만 2820원, 2014년은 1만 5631원, 2018년은 1만 6347원이다. 도서 평균 정가 추이를 보면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의 인상률이 개정 이전보다 오히려 더 낮음을 알 수 있다.

또한, 2018년의 전체 소비자 물가 지수는 104.45인 반면에 출판물 물가지수는 103.41이었다. 출판물 물가지수가 소비자 물가 지수보다 낮기 때문에 도서정가제로 인해 책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이유라는 것이다.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독서인구 감소원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독서 인구의 감소는 '책 이외의 다양한 콘텐츠의 증가', '일이나 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등의 이유가 과반수였고 '책 구매 비용이 부담스러워서'는 불과 1.4%에 불과했다.

세번째로, 소비자는 도서정가제를 시장 규제적인 정책으로 바라본다. 도서정가제는 소비자, 저작권자, 중소출판사, 동네 서점과 같은 서점 등 대형 서점과 대형 출판사들을 제외한 생태계 참여자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은 정책이라는 것이다. 도서정가제의 도입 목적 중 하나는 위에서 언급된 도서 생태계 참여자들의 활성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도서정가제는 소비자의 부담을 증가시키고 대형 서점들만 이익을 얻기 때문에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소비자들은 도서정가제 폐지에 찬성한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신간 평균정가, 신간 베스트셀러 점유율 등을 비교한 자료이다.출처: 문화체육관광부 ⓒ 하정연


하지만 도서정가제 폐지에 반대하는 출판사는 도서정가제는 동네 서점과 중소형 출판사들을 보호해준다고 하였다. 도서정가제 시행 전에는 가격 경쟁으로 70~80% 등의 할인율이 높게 책정된 구간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현상이 벌어졌지만 정가제 도입 이후 소규모 출판사의 도서나 신간 도서가 2016년 베스트셀러 점유율 91.6%에 달했고 현재까지도 이 점이 잘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그 근거다. 또한, 도서 정가제 시행 이후 독립서점 수는 97개에서 416개로 증가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년 대비 2018년 통계에 따르면 출판시장 규모 역시 1.7% 성장했다.

보배 책방의 운영자 분에 따르면 도서 정가제 이전 베스트셀러 순위는 온통 자본력 있는 출판사의 책이나 과도한 할인이 적용된 책뿐이어서 이로 인해 양질의 신간을 내는 작은 출판사와 저작권자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신간들이 노출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서정가제 이후 신간 발행 부수가 30%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도서정가제는 신인작가의 신생 출판사들에게 기회를 보장해준다고 한다. 

도서정가제는 학술 및 문예와 같은 고급서적의 출간을 유지하고 작가의 창작저작물로 문화적 가치를 갖는 대형서점이나 출판사의 할인 공세를 제한해 중소규모의 서점이나 출판사도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도서정가제 덕분에 가격경쟁력이 생겨 작은 출판사의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라가고 다양한 콘텐츠의 책을 펴내는 등 가격이 아닌 질로 경쟁이 가능하게 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자택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종이책부터 e북까지 다양한 도서물을 접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도서물 구매 및 대여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소비자 측과 출판사 측에서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타협을 한다면 우리는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음과 동시에 출판 생태계도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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