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 아들의 노모 대소변 수발, 결국 비극 불렀다

최근 많은 언론으로부터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비판 받았던 충남 생모 유기 치사 사건. 언론은 앞다퉈 자극적인 보도로 여론몰이를 했고, 병든 60대 노모를 버린 30대 후반의 아들은 '패륜아'로 낙인 찍혔습니다. 과연 아들 김모씨는 왜 어머니를 길거리에 버렸을까?

피의자 김 씨의 어머니는 충남 서천 판교파출소 앞 바로 이곳에서 지난 9일 아침 출근하던 경찰관에 의해 처음 발견됐습니다.

[최정일 충남 서천 판교파출소 경사] "(전 씨) 할머니께서 그냥 이렇게 하고 계시면서 '상관하지 마세요', '간섭하지 마세요', '내버려 두세요' 그 말씀 하시고는 이쪽으로 걸어가셨어요... 할머니 안전 상의 위험도 예상되고 또 배회할 것이 우려돼서 지역 보호시설로 옮겨 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경찰은 전 씨 할머니가 가족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아 구청을 통해 인근 복지시설로 할머니를 보냈지만, 투병 사실조차 숨겼던 할머니는 사흘 만에 갑자기 쓰러져 인근 병원에서 숨졌습니다.

만성신부전증과 정신분열증을 앓아 왔던 할머니는 2년여 전까지 충남 예산에서 진폐증으로 고생하던 남편과 단둘이 컨테이너 박스에서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해 왔습니다.

남편이 사망한 뒤 요양병원에서 생활하던 할머니는 지난 6월과 9월 두 차례 병원에 입원했다가 병세 호전으로 신장투석 통원치료만 받으면 된다는 진단을 받고 지난 5일 퇴원해 아들 김 씨의 아파트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하지만, 심한 조울증 증세가 있던 김 씨는 병수발을 못 견뎠고, 나흘 만에 어머니를 차에 태우고 집을 나서 방황하다 결국 판교파출소 앞에 어머니를 버렸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김 씨는 만성신부전증과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던 어머니의 대소변 수발에 지쳤다고 진술했습니다.

[전태천 충남 서천경찰서 강력범죄수사팀장] "어머니가 오래 전부터 정신분열증하고 신부전증으로 일주일의 두번씩 투석을 해야 살 수 있는데 아마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그런 부분에 의해서 봉양하기 힘들기 때문에 버리지 않았나 그렇게 판단이 됩니다."

지난 2008년부터 올해 5월까지 일정치 않은 월소득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 선정과 탈락을 반복했던 김 씨는 정신질환이 있는데다가 올해 초 아내가 딸을 데리고 가출한 이후에는 집에 불까지 지르는 등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였습니다. 아파트 관리비가 5달이나 밀려 있을 정도로 집안 일에 신경쓰지 못했고, 생계로 삼으려던 택배 일도 제대로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김OO(47) / 천안 목천읍] "그런데 갑자기 그냥 (아내가) 애 데리고 나갔다고, 내가 일하고 있는데 회사에 전화해서 울면서 '애 데리고 도망갔어'... 술을 먹고 라면 끓여 먹다가 (집에서) 불을 낸 거야. 속상하니까."

깊은 절망에 빠진 김 씨에게 보통사람도 하기 쉽지 않은 어머니 대소변을 받아내는 일은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정용 사회복지법인 금매복지원장] "대소변 자체를 받는다는 게 일상적인 생활은 아니지 않습니까. 정상적인 생활 범주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사람들이 정상 생활을 벗어나면 쉽지 않은 상황이 자꾸 발생하기 때문에 자제분도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내 어머님, 아버님이 젊었을 때는 이러지 않으셨는데 불쌍하기도 하지만 또 짜증나는 감정이 상반되게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신경질도 나고 불쌍도 하고 하여튼 답답도 하고 자제분 편에서는 그런 감정이 많이 있었을 겁니다."

김 씨의 소식을 접한 친척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OO(40) / 충남 아산 온양동] "그 친구가 법 없이도 살 놈이에요. 마음이 그렇게 착한 놈이에요... 나라도 어머니가 그렇게 몸이 안 좋아서 그렇게 됐다면 많이 힘들어 할 텐데. (그러면 사촌동생이 어머니와 사이가 나쁘지는 않았나요?) 네, 나쁘지는 않았었어요."

좀 더 능동적이고 촘촘한 복지 사회 안전망이 있었다면 과연 김 씨는 어머니를 버렸을까. 온전치 못한 정신상태로 홀로 버텨온 김 씨는 존속유기치사 혐의로 다음 주 월요일 검찰에 송치됩니다.

오마이뉴스 박정호입니다.

(영상 촬영·편집 - 강신우 기자)

| 2013.10.26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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