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군미필정권'이 임진왜란 불러왔다"

이명박 대통령, 김황식 국무총리, 정운찬 전 국무총리,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그 밖에도 현정부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의 다수는 병역을 면제받은 군미필자입니다. 그리고 매 청문회 때마다 제기되는 '청문회 4대 필수과목'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탈루, 병역기피 문제. 사회고위층의 도덕적 해이가 '임진왜란'을 불러왔던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무책임한 모습을 닮아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조선 왕 독살 사건> 등의 저서를 통해 역사에 대한 도발적인 문제제기를 해온 역사평론가 이덕일 씨. 300년 전 '사문난적'으로 죽음을 맞은 백호 윤휴의 삶을 재조명한 신간 <윤휴와 침묵의 제국>을 가지고 오마이뉴스 '저자와의 대화'를 찾았습니다. 이 씨는 "특권층은 병역을 면제받고 평민만 의무를 지게되니 일본이 쳐들어와도 싸우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며 "오늘날 대한민국 현실과도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 현실하고도 관련있는 얘기다. 청문회만 하면 대상자들 병역문제 걸리지 않나. / 이때 양반 사대부는 병역 의무 없고 상민만 병역 의무 있는데 평소에는 감옥에 가두고 옥매기만 하니까 할 수없이 납부했다. 그러나 일본이 쳐들어 오니까 다 도망갔다. 그래서 삽시간에 도성 결전하기도 전에 다 무너지는 거다."

'군미필정권' 이명박 정부의 모습이 병역을 평민에게만 전가시키던 조선시대 사대부의 모습과 꼭 닮았다는 겁니다. 역사적 사실에 비춰 바라본 오늘의 세태, 이 씨의 비판은 거침없이 계속됐습니다. 이 씨는 매 청문회 때마다 이른바 '불법 4대과목'이 거론되는 현실을 질타하며 사회고위층 인사들이 일제 강점하 독립운동가들과 같은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어느 독립운동가 가문에 이런 얘기있다. 의병활동에 뛰어들었다 집안이 몰락해 아들이 거지가 됐는데 지나가다 누가 보고 '네가 누구 아들아니냐'하며 얼마를 줬다. 그러니 아버지가 독립운동하라고 준돈이지 우리쓰라고 준돈 아니다고 한 일화가 있는데, 이러한 정신이 주류정신이 되면 우리가 갖고 있는, 예를 들면 청문회 하면 3가지 조건을 갖춰야 그 자리 있을 수 있다는 것 아닙니까. 병역기피에, 부동산 투기에, 위장전입에. 그런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해소되지 않을까."

백호 윤휴. 북벌을 주장했던 당대 최고의 학자였지만 역사의 조명은 그를 피해 갔습니다. 노론의 수장이었던 송시열과의 악연, 효종의 죽음 뒤에 벌어진 '예송 논쟁'이 그 발단됐다고 이 씨는 설명했습니다.

"송시열이 사람보내 1년 복제 견해 물으니, 백호의 사랑방에 있는 사람 중 취규 이류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송시열이 '1년복제'를 말하는 것보고 '상례비요를 다시 봐야할 사람이네' 했다. '공부 좀 한다더만 천자문부터 다시 봐야겠다'는 말과 같다."

끝내 송시열 일파에 의해 사문난적과 역적으로 몰려 사형을 당한 윤휴. 이후 정국을 주도하던 노론은 학문적 다양성을 가로막았고, 그 결과 조선은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이 씨는 설명합니다. '백성이 잘살아야 나라가 부강해진다'는 혜안을 가지고 '호포법'와 '지패법'을 주장했던 백호 윤휴. 이 씨는 윤휴가 동양적 정의사상인 '대동사회'를 꿈꿨했던 지식인이었다고 재조명했습니다.

"이 때 대동사회는 뭐냐면 '예기'에 나와 있다. 적당한 연령된 사람은 누구나 직업있고 나이든 어른은 사회에서 다 모시고 결혼연령 된 여성은 다 시집을 가고 아이들은 다 사회에서 살피고 그리고 열심히 일해서 돈 벌지만 그것을 꼭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는 사회. 이것이 동양사회에서 말하는 대동사회입니다."

반만년의 역사. 이 씨는 커진 덩치에 걸맞는 역사관을 갖추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역사적 위기 앞에 독립운동가들은 재산과 목숨 모두를 던졌지만 오늘날 기록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역사를 바로 잡는 일로부터 한국사회가 나아갈 나침반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소한 역사라는 것이 친일을 선택한 사람을 현실적 이득을, 이 분들은 명예 가치를 택해 목숨바쳤는데 역사가 최소한 이분들을 기록해야하는데 우리는 지금까지도 외면하고 있다는게 문제. 대한민국의 큰문제는 덩치는 커졌는데 커진 덩치에 걸맞는 정신세계, 역사관을 갖지 못한게 가장 큰 문제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양란 이후 전통적 질서가 무너진 사회에서 새 길을 모색했던 지식인 윤휴의 삶과 생각을 되짚어보는 신간 <윤휴와 침묵의 제국>. '군미필자의 시대', 윤휴의 고민은 시대를 관통해 오늘날까지도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오대양입니다.

| 2011.08.26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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