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매장 돼지' 동영상에 충격·경악, "인도적 살처분 해야"

산 채로 살처분되는 가축들의 울음소리가 강당을 가득 메우자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얼굴이 굳습니다. 돼지의 처참한 죽음에 눈물을 흘리고, 차마 볼 수 없어 눈과 귀를 막기도 합니다.

오늘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5개(천도교, 원불교, 천주교, 개신교, 불교)종교 주최로 열린 구제역 살처분 방식 개선 촉구 기자회견에선 ‘생매장 돼지들의 절규’ 동영상이 공개됐습니다. 이 동영상엔 돼지를 산 채로 살처분하는 참혹한 현장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전체보기 '생매장 돼지들의 절규').

동영상을 촬영한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는 비인도적인 생매장 살처분 방식은 동물뿐만 아니라 작업을 하는 사람에게까지도 문제가 심각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생매장 과정에서 동물들의 타액이나 배설물이 과다하게 나오기 때문에 이것이 구제역 확산의 또 다른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소연 /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 “생매장을 하는 방법은 동물에게 있어서도 비인도적일 뿐만 아니라 그것을 담당하는 작업자들에게 있어서도 정신적인 트라우마, 지금 자살로도 이어지고 있어서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문제가 심각합니다. 생매장을 하는 현장에서 동물들이 도망가고 타액이나 배설물들이 과다하게 나오면서 이것이 또 다른 (구제역의) 확산의 원인이 될 수 있어서 생매장의 문제는 이제는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구요.”

박 대표는 그리고 정부가 비인도적인 살처분 방식에 대한 항의와 조언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며 동물, 인간, 환경 모두에게 인도적인 다른 살처분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박소연 /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 “비인도적인 살처분 방식에 끊임없이 항의를 하고 또 세계적인 동물보호 단체에서 제대로 된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했지만 정부는 전혀 듣지 않았습니다. 바이러스에 걸렸다고 무조건 죽이고 보자는 주먹구구식의 과다한 살처분은 문제가 있고 해결돼야 하고요. 전염병에 걸린 동물만 고통 없이 살처분을 하고 그리고 매몰이 아니라 소각이라든지 다른 방법으로 처리하는 것이 동물, 인간, 환경에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축 살처분 현장을 찾아다니던 박 대표는 유일하게 돼지를 생매장 살처분 하지 않은 현장이 한 군데 있었다며 그 이유가 농림부 장관의 방문 때문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박소연 /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 “단 한번 생매장을 하지 않는 현장을 발견했는데요. 천안 풍새면에서 돼지를 이산화탄소로 가스사 시켜서 매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유를 살펴보니까 그날 천안시청에 농림부 장관이 방문했던 날이었습니다. 그것이 유일한 생매장이 아닌 죽인 후에 매몰하는 방법으로 처리했던 상황이었습니다.”

박 대표는 또 최근 매몰지에서 흘러나온 침출수 문제를 언급하며 살처분 현장에 가축들의 배설물 또한 그대로 남아 하천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고 2차 오염에 대한 우려를 보였습니다.

[박소연 /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 “며칠 전에는 매립지를 찾아다녔는데요. 침출수 문제 너무나 심각하고요. 죽은 돼지들의 배설물 아직도 치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 배설물을 트럭들이 밟고 다니면서 온 마을을 휘젓고 다닙니다. 그리고 배설물에 바퀴자국이 난 곳에 지하수, 빗물, 눈 녹은 물들이 섞이면서 하천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정부는 최근 돼지를 산 채로 살처분한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흘러나오고 돼지 사체가 땅위로 솟아오르면서 심각한 2차 오염에 대한 우려를 사고 있습니다. 미흡한 초기대응으로 구제역 확산을 막지 못했다는 질타에 이어 비인도적인 살처분 방식으로 2차 오염까지 불러왔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오마이뉴스 최인성입니다.

insonc@ohmynews.com

| 2011.02.2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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