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의 잔치'로 끝난 한나라당 개헌 의총

이틀에 걸쳐 열린 한나라당 개헌 의총은 결국 친이계만의 잔치로 막을 내렸습니다.

13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던 첫날 의총과 달리 오늘 의총은 시작부터 김이 빠졌습니다. 총 171명 중 참석 의원수가 80명도 안 돼 여기 저기 빈자리가 많이 보였습니다.

박근혜 전 대표 등 상당수 친박 의원들은 오늘도 의총장에 나오지 않았고, 어제 자리를 지켰던 일부 친이 의원들의 얼굴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당 지도부는 소속의원의 과반이 참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의총을 강행했지만, 당황한 기색은 역력했습니다.

의원들에게 문자까지 보내 사흘로 예정됐던 의총을 이틀로 마무리한다면서 참석을 독려했던 김무성 원내대표는 토론 전 의원들에게 발언 참여를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 "오늘 일간지에 '발언 신청자가 1명밖에 안 된다'는 기사가 나와서 김을 뺐는데, 현장에서도 발언 신청을 받으니 지금이라도 해주십시오."

김 원내대표의 호소 속에 모두 18명의 의원이 발언에 나선 가운데 대부분의 의원들은 개헌 추진을 위한 당내 특위 구성 등에 찬성했지만 이해봉, 이경재 등 친박 의원들과 김세연, 황영철 등 소장파 의원들은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해봉 한나라당 의원] "첫째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고 전 언론이 보는 시각이 똑같지 않느냐, 왜 이 문제를 끄집어내서 문제로 삼느냐, 누가 책임질 것이냐."

[김세연 한나라당 의원] "별도의 특위 구성해서 당내 혼란을 가져오는 것보다는 지금 있는 개헌 TF를 활용하자고 했습니다."

친박 의원 뿐만 아니라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도 개헌 추진 시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 "정치적인 오해를 받고 있고 순수성을 잃어버린 것이 개헌에 대한 추진 동력을 약화시키고 있거든요.

[권영세 한나라당 의원] "주류들이 주로 권력 집중 얘기를 하는데 3년 동안 권력 집중을 하지 말았어야지 그러면."

하지만 한나라당 지도부는 친박과 일부 중진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헌 추진을 찬성하는 의견이 다수라며 당내 개헌 특위 구성을 의원들의 박수로 의결했습니다.

당 지도부와 친이계 의원들은 당내 개헌 특위 구성을 밀어붙이면서 가까스로 개헌의 불씨를 살렸지만, 구제역과 전세난 등의 민생 현안 대신 '정치 놀음'에 몰두하고 있다는 여론의 비판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오마이뉴스 박정호입니다.

ⓒ박정호 | 2011.02.09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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