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리영희 선생 영결식 "선생님, 사랑합니다"

"선생님, 사랑합니다. 이제야말로 온갖 시름과 애착을 다 여의시고 고이 잠드시옵소서."

지성인의 양심으로 시대를 일깨운 고 리영희 선생의 민주사회장이 어제 엄수됐습니다.

이른 아침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모인 200여명의 조문객들은 눈시울을 붉힌 채 고인의 영결식을 함께 했습니다.

백낙청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조사를 읽어 내려갔고,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추도사를 통해 엄혹한 시대를 밝혔던 고인의 뜻을 기렸습니다.

[백낙청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안타깝습니다. 죄송합니다. 실제로 지금 현실은 선생님이 힘겹게 추구하신 길에서 너무나 엇나가고 있습니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용광로와 같은 열정, 얼음같은 냉철함으로 우리는 이 슬픔과 절망의 벽을 넘어 선생님이 한평생 온 몸과 마음을 다해 꿈꾸었던 그 세상을 기필고 열어 나가야 합니다."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조문객들의 헌화가 끝나자 운구 행렬은 수원 연화장으로 향했습니다.

햐얀 국화로 덮힌 고 리영희 선생의 관이 분향실 커튼 뒤로 사라지고 화장이 시작되자 유족들은 눈물을 흘렸고 영결식장에서부터 따라온 조문객들은 고인의 영정 사진 앞에 다시 한번 절을 했습니다.

화장이 끝나고 장남 건일씨의 품에 안긴 고인의 유해는 장지인 광주 5.18 국립묘지로 옮겨졌습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 속에서 거행된 안장식에는 시민 500여명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했습니다. 유족들과 시민들은 고인이 영면에 들어가는 모습을 침통한 표정으로 지켜봤습니다.

군부 독재의 엄혹한 시대를 살면서 사회 부조리를 타파하기 위해 자신을 헌신했던 고 리영희 선생. 고인의 육신은 땅에 묻혔지만, 한 평생 정의와 진실을 추구했던 고인의 정신은 우리 사회에서 영원히 살아 숨쉴 것입니다.

오마이뉴스 박정호입니다.

ⓒ박정호 | 2010.12.0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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