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총리후보 "부인에게 사과하라" 요구

김태호 총리 후보자가 청문회 도중 이용섭 민주당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해 야당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습니다.

김 후보자는 오늘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의 부인과 관련한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황당한 얘기라고 부인한 뒤, 의혹을 제기한 이용섭 의원을 향해 "부인에게 사과의 표현을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밤새도록 집사람이 울었습니다. 눈이 퉁퉁 부었습니다. 어떤 형태로든지 저희 집사람에게 사과의 표현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갑작스러운 김 후보자의 발언에 야당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의원들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해야 할 후보자가 거꾸로 야당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겁니다.

[박병석 민주당 의원] "자료제출을 안 하시고 증인채택 다 방해한 것에 대해 청문회 위원들에게 사과부터 하십시오. 애초부터 총리께서 겸손하지 못합니다. 국민을 섬기겠단 말과 실체가 다르단 것 여러군데서 발견한 바 있습니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 "공직을 가려면 그런 것은 감수하셔야 하는 겁니다. 공직은 헌신하고 봉사하고 절제하는 자리입니다. 저도 인사청문회 받으면서 수없는 날을 잠 못 잤습니다. 그래도 후보자처럼 청문위원한테 '우리 와이프한테 사과하십시오' 그런 건방진 얘기 한번도 해본 적 없습니다."

[조순형 민주당 의원] "의혹에 대해 해명하시다가 배우자에게 사과를 요구한 것을 듣고 큰 충격을 느꼈습니다. 청문회 몇 번 해봤지만 특위 위원에게 후보자가 그런 발언을 하는 것도 처음이고, 국무총리로서 갖춰야 할 품성에서 큰 문제가 있습니다. 4800만 국민을 상대해야 하는 총리는 어떠한 비판과 비난도 아량으로 수용하고 해야 합니다. 조금 그렇다고 해서 발끈해가지고 그런 것 안됩니다."

야당의 파상 공세에 결국 김 후보자는 겸손하지 못했다며 사과했습니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 "그렇게 겸손의 문제로 비춰졌다면 이 자리에서 죄송하단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김 후보자는 박연차 전 회장의 돈을 건네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터무니없는 애기라며 소문만 무성하고 실체는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 "터무니 없는 얘기입니다. 사실 기소할 수 없을 정도의, 명확한 내용도 없었고, 소문만 무성했지 실체는 없었습니다. 무혐의 내사 종결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태호 후보자는 소통과 통합을 강조하는 40대 젊은 총리후보로 청문회에 참석했지만, 정작 보여준 모습은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 의원에게 되레 사과를 요구하는 불통과 독선의 모습이었습니다.

오마이뉴스 박정호입니다.

ⓒ박정호 | 2010.08.24 19:04

댓글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누군가는 진실을 기록해야 합니다. 그 일을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자의 최신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