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현의 가을우체국앞에서

가을하면 떠오르는 노래는 많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하늘은 높아가고 기온은 점차 싸늘해지다 보면 사람들은 웬지 감성에 젖게된다. 지나간 인연을 떠올리게 되고, 음악을 찾게되며 한 잔의 따스한 커피를 자연스럽게 찾게되는 계절이다. 가을은 시인의 계절이자, 감성의 계절인 셈이다.



가을하면 떠오르는 노래 중에 유독 편지와 관련된 노래가 인기를 모은다. 김광석의 '흐린 가을하늘엔 편지를 써'나 윤도현이 부른 '가을우체국앞에서' 등 이다. 사람이 그리워지고 지나간 인연이 떠오르는 가을은 편지를 쓰기에 좋은 계절이다. 요즘은 이메일이나 문자메세지를 통해 안부를 전하는 디지털 시대이지만, 때론 투박한 편지 한 장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강원도 산골에서 홀로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고 있는 법정(法頂)스님은 그의 저서 '무소유'를 통해 가을을 이렇게 표현한다.



"가을은 참 이상한 계절이다. 조금 차분해 진 마음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 볼 때, 푸른 하늘 아래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볼 때, 산다는 게 뭘까 하고 문득 혼자서 중얼거릴 때, 나는 새삼스레 착해지려고 한다. 나뭇잎 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엷은 우수(憂愁)에 물들어 간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의 대중가요에도,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그런 가사 하나에도 곧잘 귀를 모은다. 오늘 낮 사소한 일로 직장의 동료를 서운하게 해준 일이 마음에 걸린다.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멀리 떠나 있는 사람의 안부가 궁금해 진다. 깊은 밤 등하(燈下)에서 주소록을 펼쳐 들고 친구들의 눈매를, 그 음성을 기억해 낸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이렇듯 가을은 멀리 떠나 있는 사람의 안부가 궁금해 지고,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대중가요 가사에도 곧잘 귀를 모으는 계절이다. 낙엽이 거리를 뒤덮고, 산야가 온통 붉고 노란 단풍과 형형색색 가을채색으로 물들어가는 이맘 때. 멀리 떠나 있는 인연에게 가을편지 한 장씩 써보는 것은 어떨까.

ⓒ유태웅 | 2007.10.2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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