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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기 민간인 집단희생지인 대전 산내 골령골과 충남 아산 배방읍(당시 배방면) 성재산 방공호에서 발굴된 유해에서 각 1구씩 총 2구의 신원이 확인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김광동,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25일 한국전쟁기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 관련 발굴된 유해의 유전자 감식 결과를 밝혔다. 

앞서 진실화해위원회는 세종 추모의 집에 임시 안치중인 4000여구의 유해 중에 한정된 예산에 따라 501구에 대해 유전자 감식을 진행했다. 이후 119명의 유가족의 유전자 정보를 대조해 대전 형무소 사건 희생자 1명과 충남 아산 부역혐의 희생자 1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골령골로 끌러가 희생당한 길 아무개씨
 
2022년 6월 22일, 산내 골령골 유해발굴 현장. 목조건물 왼쪽으로 검은색 그늘막 아래에 이번에 신원이 확인된 유해가 발견된 1지점 A9칸이 위치해 있다.
 2022년 6월 22일, 산내 골령골 유해발굴 현장. 목조건물 왼쪽으로 검은색 그늘막 아래에 이번에 신원이 확인된 유해가 발견된 1지점 A9칸이 위치해 있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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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한명은 1927년생 길아무개씨로 그는 1949년 대전에서 경찰에 연행된 후 대전형무소에 수감됐다. 길씨는 한국전쟁 발발 후 골령골로 끌려가 희생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길씨의 유해가 발굴된 지점은 지난 2022년에 유해발굴이 진행된 골령골 1지점 중 A9칸이다. A9칸에서는 약 4×2m 크기의 면적에서 54구의 유해가 집단으로 수습됐다. 당시 형태학적 분석 결과 성별은 모두 남성이고 연령은 20~24세의 청년층으로 추정됐다. 이 중 한 유해의 유전자 정보와 길씨의 아들(1949년 출생)의 구강상피세포에서 채취한 유전자 정보를 대조한 결과, 부자관계일 확률이 99.99%로 나왔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발굴정황과 유해의 체질인류학적 감식결과, 유전자 검사 결과를 종합해 유해의 신원을 길씨로 확인했다.

골령골에서는 지난 2007년 유해발굴이 시작된 이래, 2015년, 2020년, 2021년, 2022년에 걸쳐 다섯 차례 유해발굴이 있었고 총 1441구의 유해가 수습됐다. 이 중 신원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은 지난 해 10월, 제주도 조천면 북촌리 출신의 행방불명 4·3희생자 고 김한홍씨였다. 길씨는 골령골에서 두 번째로 신원이 확인된 경우다.

하 아무개씨, 방공호 학살 추정
  
신원이 확인된 1927년생 길모씨의 유해가 발굴된 대전 골령골 1지점 A9칸의 모습. 이곳에서는 2022년 6월 7일부터 7월 2일까지 발굴이 진행됐다. 약 4×2m 면적의 A9칸에서는 54구의 유해가 집단으로 수습됐다.
 신원이 확인된 1927년생 길모씨의 유해가 발굴된 대전 골령골 1지점 A9칸의 모습. 이곳에서는 2022년 6월 7일부터 7월 2일까지 발굴이 진행됐다. 약 4×2m 면적의 A9칸에서는 54구의 유해가 집단으로 수습됐다.
ⓒ (재)한국선사문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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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 배방읍 성재산 방공호에서 발굴된 유해 중 신원이 확인된 이는 1906년생 하 아무개씨이다. 하씨는 1950년 10월 7일(음력 8월 26일) 온양경찰서로 연행된 후 아산 배방읍 성재산 방공호에서 학살된 것으로 추정됐다.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산110번지 일대 성재산 방공호에서 2023년 3월 6일부터 4월 21일까지 유해발굴을 진행해 62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육안분석 결과 대부분 성인 남성으로 사망 즈음 자세가 땅을 바라본 채로 고꾸라져 있거나 양팔이 등 쪽으로 꺾여 손목 부위가 전깃줄 등으로 감긴 채로 발굴됐다. 이에 9.28 수복시기 부역 혐의 희생 사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1950년 9.28 수복 후 당시 온양경찰이 향토방위대장과 공모해 온양읍과 아산군 일대의 좌익 관련자와 부역 혐의자 및 일부 가족 등을 배방면 창고 등에 감금했다가 성재산 방공호로 끌고 가 전원 총살하고 시신을 유기했다. 부역자 체포와 처형은 1951년까지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기 성재산에서 희생된 부역자는 최소 2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하씨의 유해는 성재산 A구역 2구간의 A10지점에서 반굴신 자세로 수습됐다. 수습 당시 하씨의 유해는 A10-3으로 분류되었다.
  
아산시 배방읍 성재산 방공호에서 발굴된 유해의 모습. 붉은색 원으로 표시된 부분이 성재산 A구역 2구간의 A10지점의 A10-3번 유해이다.
 아산시 배방읍 성재산 방공호에서 발굴된 유해의 모습. 붉은색 원으로 표시된 부분이 성재산 A구역 2구간의 A10지점의 A10-3번 유해이다.
ⓒ (재)한국선사문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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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산 A구역 2구간의 A10지점 A10-3번 유해 모습.
 성재산 A구역 2구간의 A10지점 A10-3번 유해 모습.
ⓒ 진실화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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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원회는 2023년 10월경 아산지역 유족회장의 도움으로 9·28 수복시기에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56명의 유가족 명단을 확보했다. 이 중 이번에 유해의 신원이 확인된 하씨의 아들(1931년생)은 가장 막바지에 유전자 검사를 신청해 2023년 11월 8일에 구강상피세포를 채취해 시료를 확보했다. 유전자 감식 결과 부자관계일 확률이 99.99%로 나와, 발굴정황, 유해의 체질인류학적 감식결과를 함께 종합한 결과 신원을 확정했다. 성재산 방공호에서 발굴된 유해 중 신원이 확인된 것은 하씨가 처음이다.

이번에 신원이 확인된 하씨와 길씨의 자녀들은 지난 2021년 2월과 11월에 각각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하지만 하씨와 길씨와 아직도 진실화해위로부터 진실규명 결정을 받지 못한 상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통일뉴스에도 실립니다.


태그:#대전골령골, #아산성재산방공호, #대전형무소사건희생자, #충남아산부역혐의희생자, #진실화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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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교육연구소장(북한학 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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