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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미식축구 스타 O.J. 심슨의 사망을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전 미식축구 스타 O.J. 심슨의 사망을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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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고의 미식축구 스타이자 아내 살해 혐의로 기소됐다가 재판 끝에 무죄를 선고받으며 세상을 들썩이게 했던 O.J. 심슨이 사망했다. 향년 76세.

심슨의 가족들은 11일(현지시각) 그가 암 투병 끝에 자녀들과 손주들에게 둘러싸여 세상을 떠났다고 발표했다. 심슨의 변호사도 그가 전립선암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미식축구 스타·영화배우로 화려한 삶, 그러나

샌프란시스코의 가난한 흑인 가정에서 태어난 심슨은 1960년대 서던캘리포니아대(USC)의 미식축구 스타로 이름을 날렸고, 미국프로풋볼(NFL)에서 11시즌을 활약하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1973년 역대 러닝백 처음으로 2천 야드를 넘게 뛰는 기록을 남겼고 흑인으로는 이례적으로 유명 대기업의 광고 모델을 하는 등 지금보다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당시 미국에서 흑인의 사회적 지위를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받았다.

선수 은퇴 후에는 스포츠 캐스터와 영화배우로도 큰 성공을 거두면서 엄청난 부와 명예를 얻었다.

그러나 1994년 6월 백인인 그의 전처 니콜 브라운과 그 연인 론 골드먼이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자택에서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고, 며칠 후 경찰이 체포에 나서면서 심슨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긴급 수배령이 내려지자 심슨이 차를 타고 경찰과 도로 위에서 약 2시간 동안 벌인 도주극은 TV 방송을 통해 생중계되면서 미국 전역을 뒤흔들었다.

결국 심슨은 살인 혐의로 체포되어 재판을 받았고, 이 재판은 인종 문제와 가정폭력, 경찰의 위법 행위에 대한 논란을 촉발하고 미국을 넘어 세계적인 관심을 끌면서 '세기의 재판(The Trial of the Century)'으로 불렸다. 

미 인종 갈등 드러낸 '세기의 재판'... 무죄 선고
  
1994년 전처 살해 혐의를 받는 O.J. 심슨과 경찰의 차량 추격전을 생중계하던 미국 CNN방송 화면
 1994년 전처 살해 혐의를 받는 O.J. 심슨과 경찰의 차량 추격전을 생중계하던 미국 CNN방송 화면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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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에서 심슨은 여러 증거로 볼 때 범인이라는 혐의가 짙었으나, 심슨 측은 부당한 인종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상당수 흑인 사회도 심슨을 지지하면서 미국 내 인종 갈등을 드러내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심슨의 재판은 미국 내 인종 갈등 역사에서 변곡점이 되었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결국 11개월이 넘는 재판 끝에 심슨은 1995년 10월 무죄 평결을 받고 지금까지도 미제로 남아 있다. 흑인들은 심슨이 경찰의 무리한 수사와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라며 무죄 평결에 환호했고, 반면에 백인들은 반발했다.   

하지만 별도의 민사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전처와 그 연인의 유족에게 3350만 달러(약 459억 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막대한 변호사 비용에다가 배상금을 내느라 재산 대부분을 써버린 그는 2007년 9월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 카지노에 들어가 총을 겨누고 물건을 훔친 혐의로 체포돼 최대 33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9년간 교도소에서 복역하다가 2017년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가석방 후에는 가족들과 비교적 조용한 삶을 살았고, 그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O.J. : 메이드 인 아메리카>는 2016년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기도 했다.

태그:#OJ심슨, #미식축구, #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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