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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 활동가로서 녹조 핀 위험한 강에도 들어가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는 필자 .
 환경운동 활동가로서 녹조 핀 위험한 강에도 들어가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는 필자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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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운동 조직마다 크고작은 조직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갈등이 원인 중 하나가 각자 생각하는 활동가의 상이 달라서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대구환경운동연합도 조직적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7일 새벽에 일어나 필자가 생각하는 활동가상을 한번 정리해봤습니다. 거친 발제입니다만 이것을 시작으로 바람직한 활동가상을 만들어가보면 좋겠습니다. - 필자 주 


활동가의 헌신성과 전문성 : 내가 좋아서 하는 운동이기 때문

환경운동 활동가란 어떤 사람을 말할까요? 간단히 요약하자면 환경운동을 위하여 행동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일 것입니다. 환경운동이란 또 무엇인가요? 이 땅을 너머 지구별 전체의 생태환경을 보전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추구하는 사람을 말할 것입니다. 야생과 인간의 적절한 조화로 공생하는 세상을 만들어가려는 사람을 말하고, 우리가 사는 삶터를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곳으로 만들어가는 사람을 말할 것입니다.

따라서 '운동'이란 방점이 찍혀 있는 여러 다양한 활동을 하는 사람을 말함입니다. 그런 이유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그 분야에 관심과 애정이 있는 사람들이 정말 이 일이 좋아서 하는 활동이어야 합니다. 사명감을 가지고 하는 '운동'이어야 합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민첩하게 행동하고 기민하고 현명한 판단이 뒤따라야 합니다. 그런 이유로 온 관심이 이 환경운동에 가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 고달픔이 동반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육체적 정신적 고달픔도 있지만 일 자체는 즐겁습니다. 즐기면서 합니다. 왜냐하면 좋아하는 일이고 좋아서 하는 일이라 거기서 큰 보람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강에 들어가 삽질도 해야 한다. 실지렁이와 깔다가 채취를 위해 삽질을 하고 있는 필자
 강에 들어가 삽질도 해야 한다. 실지렁이와 깔다가 채취를 위해 삽질을 하고 있는 필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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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때론 24시간을 일해도 피곤하지 않습니다. 육체는 조금 고달프나 정신은 너무 맑고 충일합니다. 활동을 통해서 아드레날린이라는 자양분이 마구 생성됩니다. 없던 힘도 생겨납니다. 육체적 고달픔을 상쇄하고도 남은 기쁨과 충일함을 얻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활동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힘이고, 이런 활동가들의 활동을 통해서 소위 '운동'이 이루어집니다. 성과를 냅니다. 세상을 조금씩 조금씩 변화시켜 냅니다. 여기서 또 큰 보람과 정신적 위안과 충일함이라는 보상을 받습니다.

따라서 활동가라면 모름지기 온 정신과 마음을 운동에 집중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극대화해서 '운동'을 이루어내는 사람을 말할 것입니다. 승리와 실패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과정 자체의 의미가 크기 때문입니다.

운동가인가? 직장인인가?

상근 활동가도 직장인이란 말을 간혹 듣습니다. 직장인이 맞긴 하지요. 그러나 단순히 직장인만일 수는 없습니다. 직장인은 활동가를 이루는 아주 작은 부분일 뿐입니다. 따라서 활동가는 규정이나 규칙에 너무 얽매일 수도 없고 얽매여셔도 안되고 그걸 넘어서야 합니다.

그것은 자율성입니다. 자율성에 기반한 활동은 힘이 셉니다. 흥에 겨워 쉬지 않고 일을 하기고 하고, 창의적 행동을 동반해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자발적 행동을 통해 '운동'을 행하는 이들이 활동가들입니다.
 
2017년 4대강 독립군의 일환으로 미국 댐 철거 현장조사를 다녀왔다. 보람찬 일정이었다.
 2017년 4대강 독립군의 일환으로 미국 댐 철거 현장조사를 다녀왔다. 보람찬 일정이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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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의 헌신성과 성실성을 통해 그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어내고 그를 통해 전문성까지 겸비한 활동가는 단순한 직장인으로 결코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따라서 "활동가도 직장이다"란 단순한 도식은 활동가의 위상과 가치를 떨어트리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활동가와 조직

활동가는 그 운동을 통해서 시민을 운동에 동참하게 하는 사람입니다. 운동을 통해서 끊임없이 사람을 조직해내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활동가의 무기는 말과 글입니다. 수많은 운동에서 빚어진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는 말과 글은 힘이 셉니다.

따라서 활동가들은 말과 글에 대한 훈련을 많이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훈련은 현장에서 이루어집니다. 현장에서 본 무수한 장면과 풍경들 그리고 사람들과 부대끼고 토론을 통해서 훈련이 되어집니다. 훌륭한 활동가의 말과 글은 힘이 있고 그를 통해 운동도 이루어내고 조직도 강화시켜낼 수 있습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만들어낸 환경운동 현장인 팔현습지 왕버들숲에 탐방인들이 기념촬영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대구환경운동연합의 회원으로 참여해주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만들어낸 환경운동 현장인 팔현습지 왕버들숲에 탐방인들이 기념촬영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대구환경운동연합의 회원으로 참여해주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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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많은 시민들을 신입회원으로 계속해서 가입시켜냄으로써 조직도 더 키우고, 조직의 경제도 안정화시킬 수 있고 시민운동 전체를 살찌울 수 있는 것입니다.

활동가의 경제와 미래 비전

활동가에게 제일 큰 약점 중 하나가 경제적인 문제입니다. 시민운동이란 것이 정부나 지방정부의 지원 없이 순수 회원들의 회비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회원이 많지 않은 조직은 늘 경제적 문제에 시달립니다.

따라서 경제적 안정화를 달성하려면 더 많은 시민들을 회원으로 가입시켜야 합니다. 그것은 따로 회원을 조직한다기보다는 활동과 운동의 결과로 만들어내야 합니다. 운동의 전문성을 살리고 그것을 통해서 시민들을 참여시키고 그 운동의 만족도를 높여줄 때 참여한 시민들을 회원으로 자발적으로 가입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장이 중요합니다. 새로운 현장을 발굴해서 중요 현장으로 만들어내고, 그 현장에 시민들이 찾아오게 만들고, 그 현장 활동을 통해 시민 만족도가 높아지면 회원으로 자연스럽게 유입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훌륭한 현장을 만들어내는 일을 정말 중요한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활동가는 최저임금 수준의 최소한의 경비를 활동비로 받습니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쪼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적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 대학으로 불려가 학생들에게 낙동강과 금호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필자
 모 대학으로 불려가 학생들에게 낙동강과 금호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필자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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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뛰어난 활동을 한 활동가에게는 조직에서 적절한 포상을 내려줘 운동에 자발적으로 열심히 해 성과를 내면 이런 포상도 주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면 활동가의 자발성과 헌신성을 더 끌어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활동가의 경제적 문제도 일부 보완이 되고, 그 부분에 적절한 보상을 받은 활동가는 더 열심히 운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되고 그 활동가의 운동과 활동으로 조직의 위상은 더 올라가고 결과적으로 조직은 더 튼튼해지게 됩니다.

각 운동 조직이 튼튼해지면 전체 시민운동도 되살아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활동가가 자발성과 헌신성으로 더 충실한 활동을 할 수 있는 토대를 조직은 만들어줘야 할 것입니다.

활동가의 길

이런 마음가짐이 아니라면 활동가를 선택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조직을 위해서도 그 사람을 위해서도 그렇습니다. 직장으로 생각하고 활동하는 사람들은 더 나은 직장을 찾아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으로 인해 다른 활동가들마저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운동에 애정이 있고 자발성과 헌신성으로 무장한 활동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그것이 조직적 강화로 이어져 운동의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선순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 구조에 들어올 수 없다면 활동을 접고 새로운 일을 찾아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을 위해서도 그 사람을 위해서도.
  
대구환경운동연합이 만들어낸 환경운동 현장인 팔현습지의 아름다운 모습.
 대구환경운동연합이 만들어낸 환경운동 현장인 팔현습지의 아름다운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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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환경운동연합이 만들어낸 환경운동 현장인 금호강 팔현습지의 깃대종 수리부엉이의 모습.
 대구환경운동연합이 만들어낸 환경운동 현장인 금호강 팔현습지의 깃대종 수리부엉이의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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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성과 헌신성 그리고 전문성을 가진 활동가가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들이 현장에서 감동을 만들어내고 그걸 따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운동'이 완성됩니다. 환경운동이 성공하는 길입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신입 활동가라도 환경운동에 사랑과 애정이 있고 열의가 있다면 충분히 훌륭한 환경운동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열심히 현장을 발굴하고, 열심히 달려갈 뿐인 것입니다. 그것이 활동가의 길이 되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입니다.


태그:#활동가, #환경운동, #대구환경운동연합, #금호강, #팔현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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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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