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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 하마드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폐허가 된 거리에 앉아 있다. 이슬람 금식 성월인 라마단 기간에도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2024.03.15
 1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 하마드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폐허가 된 거리에 앉아 있다. 이슬람 금식 성월인 라마단 기간에도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2024.03.15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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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자행되는 가자지구의 홀로코스트, 곧 이스라엘 군이 팔레스타인 주민을 대량 학살하는 일로 세계 뉴스가 시끄럽다. 하마스와 같은 무장 단체 군인만이 아니라 민간인, 기자와 구호 단체 트럭까지 공격하면서 무차별 살육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이스라엘 인질까지 이스라엘 군인이 사살하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이스라엘 군인이 미친 것인가? 아니다. 원래 유대교가, 더 정확히 말해서 그들의 신인 야훼가 그런 인종 청소를 유대인에게 명령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대인들에게는 타민족 몰살에 대한 죄의식이라는 것이 근원적으로 없다. 기독교에서는 원죄를 말하지만 유대교에는 그런 개념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타민족 다 청소해도 좋다는 일종의 '면허증'

관련되는 구약 성경 구절을 찾아보자.     
 
보라, 내가 너희 앞에 천사를 보내어, 길에서 너희를 지키고 내가 마련한 곳으로 너희를 데려가게 하겠다. 너희는 그 앞에서 조심하고 그의 말을 들어라. 그가 너희 죄를 용서하지 않으리니, 그를 거역하지 마라. 그는 내 이름을 지니고 있다. 너희가 그의 말을 잘 들어 내가 일러 준 것을 모두 실행하면, 나는 너희 원수들을 나의 원수로 삼고, 너희의 적들을 나의 적으로 삼겠다. 나의 천사가 앞장서서 너희를 아모리족, 히타이트족, 프리즈족, 가나안족, 히위족, 여부스족이 사는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 나는 그들을 멸종시키겠다(탈출기 23,20~23).     
 

유대인이 이집트 종살이에서 벗어나 가나안 땅으로 들어와 정착한 일을 담은 탈출기 또는 출애굽기에서 야훼는 이런 식으로 다른 민족의 몰살을 강조한다. 이미 정착해 살고 있는 다른 민족은 다 청소해도 좋다는 일종의 '면허증'를 받은 민족이 유대인이라는 말이 된다. 실제로 구약에 보면 유대인이 다른 민족을 몰살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신명기의 구절을 보자.   
  
주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보아라, 내가 이제부터 시혼과 그의 땅을 너희에게 넘겨주리니, 그 땅을 차지해 나가라.' 시혼이 제 모든 백성을 거느리고 우리와 맞서 싸우러 야하츠로 나왔다. 그러나 주 우리 하느님께서 그를 우리에게 넘겨주셨으므로, 우리는 그와 그의 아들들과 그의 모든 백성을 쳐부수었다. 그때에 우리는 시혼의 모든 성읍을 점령하고, 남자, 여자, 아이 할 것 없이 성읍 주민들을 모조리 전멸시켜, 생존자를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다만, 가축과 우리가 점령한 성읍들에서 약탈한 물건들만 전리품으로 거두었다(신명 2,31~35).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가 차지하러 들어가려는 땅으로 너희를 데려가시고, 많은 민족, 곧 너희보다 수가 많고 강한 일곱 민족인 히타이트족, 기르가스족, 아모리족, 가나안족, 프리즈족, 히위족, 여부스족을 너희 앞에서 몰아내실 때, 그리고 주 너희 하느님께서 그들을 너희에게 넘겨주셔서 너희가 그들을 쳐부수게 될 때, 너희는 그들을 반드시 전멸시켜야 한다. 너희는 그들과 계약을 맺어서도, 그들을 불쌍히 여겨서도 안 된다(신명 7,1~2).     
 

구약 시대부터 유대인은 다른 민족을 아이까지 모조리 전멸시켜 생존자를 단 한 명도 남기지 않았다. 그리고 약탈한 물건을 다 가져 갔다. 지금 팔레스티나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이 그래서 새삼스럽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물론 구약에서 야훼가 유대인들에게 이런 명령을 내린 것으로 묘사되지만 역사적 서술의 차원에서는 유대인들이 그 지역민을 몰살하고 야훼의 뜻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른바 사후 합리화다. 유대인의 역사가 야훼의 뜻이 드러난 것이라는 믿음에서 말이다. 이런 야훼의 뜻을 구체적으로 드러낸 구절은 구약 성경에 더 있다. 대표적인 것이 요수아기 6,21; 신명기 20,16~18; 사무엘전서 15,3 등이다.

이런 식의 유대인의 전쟁관을 역사적 배경 지식을 가지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그 당시 팔레스티나 지역은 여러 종족과 종교가 혼재된 곳이었다. 그리고 종족과 정치 그리고 종교가 일치된 신정 정치가 대세를 이루고 있었기에 타민족은 이교도였고 이교도는 유대교와 같이 순결을 강조하는 종교에서는 제물로 쓸 수 없을 뿐 아니라 먹지도 못하는 불결한 짐승과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문자 그대로 몰살시켜서 유대인의 순수성을 지키는 것이 종교적 사명과도 같은 일이었다. 관련 구절을 인용해 본다.     
 
너희는 또한 그들과 혼인을 해서는 안 된다. 너희 딸을 그들의 아들에게 주지도 말고, 너희 아들에게 주려고 그들의 딸을 맞아들여서도 안 된다. 그런 짓은 너희의 아들이 나를 따르지 않고 돌아서서 다른 신들을 섬기게 만들 것이다. 그러면 주님의 진노가 너희를 거슬러 타올라 주님께서 너희를 곧바로 멸망시키실 것이다. 오히려 너희는 그들에게 이렇게 해야 한다. 그들의 제단들을 허물어뜨리고 그들의 기념 기둥들을 부수며, 그들의 아세라 목상들을 찍어 버리고 그들의 우상들을 불에 태워 버려야 한다(신명 7, 3~5).  
 

다른 민족과 결혼을 해서 혼혈아를 낳는 것은 불경한 짓이었다. 그러면 야훼가 진노하여 멸망시켜 버린다는 협박이 자연스레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혼혈은 종교적 순수성을 위배하는, 그래서 야훼를 진노하게 하는 심각한 죄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유대교의 본질이었다.    

유럽계 유대인의 강경책

그런데 지금 세워진 이스라엘을 구성하는 유대인의 대부분은 아이러니하게도 유럽에 거주하던 아시케나지 유대인이다. 아시케나지는 중세 히브리어로 독일을 말한다. 곧 지금의 독일 지방에 정착해 유럽화 된 유대인이다. 기원 후 70년 무렵 로마 제국에 항거하다가 초토화 된 유대국의 멸망으로 전 세계에 흩어져 살아가던 여러 유대인 무리 가운데 하나였다.

원래 이들은 11세기만 해도 전체 유대인 혈통을 지닌 인구의 3%에 불과했으나 나치 시대에는 92%나 되었다. 나치에 학살을 당하고 남은 유대인의 일부는 이스라엘 건국 때 팔레스티나 지역으로 이주했고 나머지는 미국으로 이주했다. 현재 이스라엘에는 아시케나지 유대인이 약 4백만 명 살고 있다. 미국에는 6백만 명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혈통적으로 과연 '순수' 유대인이냐는 것이다. 이들의 외모를 보면 팔레스타나 지역 셈족의 전형적인 모습과 확연히 구분된다. 백인처럼 노랑머리에 흰 피부 그리고 파란 눈동자를 가진 이들도 많다. 문제는 이 아시케나지 유대인이 이스라엘 안에서도 우등한 계급으로 다른 유대인, 말하자면 아프리카 출신의 검은 피부의 유대인을 차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시케나지 유대인은 이스라엘에서도 지배층을 장악하고 있다. 현재 총리로 있는 네타냐후도 이 혈통에 속한다. 그의 얼굴을 보면 역사적으로 팔레스티나 지역 주민인 유대인이 아니라 유럽인의 모습이 강하게 드러난다. 사실 아시케나지 유대인은 팔레스티나 지역에 오래 살던 '진짜' 유대인과 다른 종족이다. 2차 대전 이후에 이 지역으로 이주해 온 종족이다. 이들은 이스라엘 국민이 되어 비로소 유대인의 정체성을 법적으로 부여받았다.

이들이 정계에 진출하면서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강경책으로 인기를 얻게 되자 그런 정치적 술수를 지속하면서 정권 유지를 위해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무자비한 정책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사실 유럽의 피가 2천 년 가까이 섞인 탓에 '순수' 유대인으로 불리기에는 많은 결격 사유가 있는 것이 바로 아시케나지 유대인이다. 그래서 더욱 순수성을 강조하기 위해 극우 급진주의 정치에 몰두하게 되는 것이다. 증오 정치가 이스라엘에서도 통한다는 증거를 다름 아닌 네타냐후가 잘 보여주고 있다.   
    
유대인에는 물론 아시케나지 혈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베리아 반도에 거주하던 유대인의 후손인 미즈라후, 인도에 살았던 인도계 유대인, 카라이테 유대인도 있다. 또한 러시아에 정착했던 유대인도 있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혼혈' 유대인이 모여있지만 종교는 단일하게 유대교로 통일되어 있고 교육도 그 정신으로 받았기에 이민족에 대한, 특히 팔레스티나 지역 원주민에 대한 유대인의 태도는 극단적 배타주의와 호전성을 드러내고 있다.

포로로 잡혀가서도 적을 몰살하는 노래만

이러한 극단적인 종교적 배타주의를 기독교가 그대로 물려받아서 로마 제국의 유일한 국교가 되면서 다른 모든 사상과 종교를 탄압하고 박멸하여 잘 알려진 '암흑시대'를 열었다. 기독교가 인류 문명의 퇴보를 가져왔다는 비난을 받게 된 결정적 이유가 바로 이런 유대교에서 물려받은 배타주의와 호전성이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에게 유대인이 나치 독일 시대에 홀로코스트, 곧 인종 청소의 '희생자'로만 기억되는 이유는 순전히 전승국 미국의 선전 미디어 덕분이다. 그래서 지금 팔레스티나 지역에서 유대인이 무고한 팔레스티나 주민까지 학살하는 뉴스를 보고 세계 여러 나라의 사람들은 혼란에 빠지는 것이다.

종교 이데올로기가 주입한 호전성은 여전히 유대인들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고, 그것을 야훼라는 민족 신까지 등장시켜 정당화하고 있으므로 그런 생각을 바꾸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스라엘 군인의 무차별 학살에 대한 국제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버티는 이유는 당연히 미국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유대인 집단의 로비 덕분이다. 그래서 이스라엘이 '사고'를 칠 때마다 미국이 비난 성명을 발표하지만 언제나 립서비스에 머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은 그저 팔레스티나의 무고한 생명이 더 이상 희생당하지 않도록 기도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과연 이스라엘의 민족 신이 아닌 기독교의 신으로서 야훼는 지금 팔레스티나 지역에서 벌어지는 사태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혹시 야훼는 히브리말만 알아들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아랍어로 하는 탄식은 못 듣고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간 유대인이 부르던 노래만 여전히 야훼의 귓가에 맴도는 것 아닐까? 포로로 잡혀가서도 적을 몰살하는 노래만 부르는 유대인의 정신은 영원한 것처럼 말이다.

바빌론 강 기슭
거기에 앉아
시온을 생각하며 우네. 
    
거기 버드나무에
우리 비파를 걸었네.  
   
우리를 포로로 잡아간 자들이
노래를 부르라,
우리의 압제자들이 흥을 돋우라 하는구나.
"자, 시온의 노래를 한 가락
우리에게 불러 보아라."    

우리 어찌 주님의 노래를
남의 나라 땅에서 부를 수 있으랴?   
  
예루살렘아, 내가 만일 너를 잊는다면
내 오른손이 말라 버리리라.  
  
내가 만일 너를 생각 않는다면
내가 만일 예루살렘을
내 가장 큰 기쁨 위에 두지 않는다면
내 혀가 입천장에 붙어 버리리라.   
  
주님, 에돔의 자손들을 거슬러
예루살렘의 그날을 생각하소서.
저들은 말하였습니다. "허물어라, 허물어라,
그 밑바닥까지!"     

바빌론아, 너 파괴자야!
행복하여라, 네가 우리에게 행한 대로
너에게 되갚는 이!  
  
행복하여라, 네 어린것들을 붙잡아
바위에다 메어치는 이!(시편 137)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에 나오는 'Va pensiero', 곧 '히브리 포로들의 합창'을 다시 들어본다. 물론 가사가 시편의 원래 가사와는 좀 다르지만 말이다.

태그:#유대인, #인종청소, #팔레스티나, #가자지구, #극우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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