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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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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란 단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과거에는 '운동권'으로 지칭됐고, 때때로 비하의 의미를 담아 "데모하러 다니는 것들'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2000년을 넘어서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개인과 단체를 총칭하여 '시민사회'라고 부른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민주화라는 단일 목표 아래 결속한 시민사회는 1990년대에 들어서며 장애인, 여성,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운동으로 그 범위를 확대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동물권, 기후 변화, 청년 문제, 예산의 투명성 등 다양한 영역으로 세분화되며 시민사회의 영향력이 한층 더 깊고 넓어졌다.

시민사회는 우리 사회의 변화와 발전에 있어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독재 정권의 종식과 민주화 실현부터 일상생활 속 실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여해왔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시민사회는 위기에 처해 있다. 이는 단기간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박병옥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시민단체의 신뢰도 제고를 위한 방안 모색'에서 이미 2000년경부터 시민단체에 대한 비판이 심화되고 있음을 지적했으며, 2009년에는 <위기의 한국시민사회>라는 저서가 출간되기도 했다.

이 문제는 2023년 현재까지도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학자이자 환경운동연합, (사)시민에서 활동 중인 공석기 교수는 <시민사회운동의 미래는 있는가>를 통해 한국 시민사회운동이 위기를 넘어 쇠락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 시민사회운동은 지금 쇠락과 쇠퇴라는 절체절명의 시간을 마주하고 있다. 젊은 활동가들이 들어오지 않는다. 들어와도 쉽게 떠난다. 다수의 시민사회단체가 대표와 사무국장 혹은 신임 간사가 정부나 기업의 정책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어렵사리 조직을 유지한다. 회원 참여나 역량 강화와 같은 중장기 과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일단 운동 단체는 조직도 사람도 주문받은 사업수행으로 그 피로감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그리고 시민사회운동의 전통적인 운동방식 즉, 당면과제나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언론을 동원한 이슈 파이팅 전략은 더 이상 일반 국민의 시선을 끌지 못하고 있다. <시민사회운동의 미래는 있는가> 15쪽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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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안을 다양한 관점에서 고찰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견해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근거도 검토해보자.

이를 위해, 한국행정연구원이 2013년부터 진행한 <2022 사회통합실태조사> 보고서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이 보고서는 국민 8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우리 사회 통합에 대한 국민들의 다양한 인식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다.

특히, 이 보고서는 시민사회(단체)에 관한 항목을 따로 두고 있어, 우리나라 국민이 시민단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용이하게 살펴볼 수 있다.
 
우리 사회의 갈등 해소를 위한 집단별 노력정도에 대한 인식 - 시민단체
 우리 사회의 갈등 해소를 위한 집단별 노력정도에 대한 인식 - 시민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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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갈등 해소를 위한 집단별 노력정도에 대한 인식
 우리 사회의 갈등 해소를 위한 집단별 노력정도에 대한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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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우리 사회의 갈등 해소를 위한 집단별 노력 정도에 대한 인식' 항목을 살펴보자.

5점 만점 기준에서 시민단체는 평균 3.1점을 기록했다. 이는 다른 집단들이 2.9점에서 3.3점 사이의 평가를 받은 것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기관별 청렴도 - 시민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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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별 청렴도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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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기관별 청렴도' 부문이다. 이 부분에서 시민단체는 4점 만점에서 '2점 - 별로 청렴하지 않다'와 '3점 - 약간 청렴하다' 사이인 2.4점을 받았다. 이는 다른 부처들에 비해 비교적 낮은 점수로, 시민사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다만 전반적으로 3점대를 기록한 집단이 없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사회통합을 위해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할 집단 (1순위)
 사회통합을 위해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할 집단 (1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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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통합을 위해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할 집단 (1+2순위)
 사회통합을 위해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할 집단 (1+2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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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사회통합을 위한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할 집단(1순위)' 부문에서는 다소 놀라운 결과를 나타탔다.

총 9개의 답변 후보 중에서 시민단체는 4.3%의 지지를 받아 7위를 기록했다. 1순위와 2순위를 합한 결과에서는 6위로 상승한다.

하지만, 이 두 결과를 통틀어 보았을 때, 2021년 대비 시민단체를 선택한 비율이 감소한 점은 깊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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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차 처한 위기에 간략히 요약했다. 독자 분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시민사회 활동가로 일하는 중인 기자로서는 많은 고민이 든다.
시민사회가 직면한 위기에 대한 원인을 몇 가지 정리해 본다.

담론 부재

담론의 부재가 한국 시민사회의 위기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 공석기 교수는 자신의 저서(공석기 외 2인, 2023)에서 시민단체 활동가들에게 "시민사회에는 시민을 움직이는 독자적인 담론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깊이 있는 통찰을 얻었다.

"사실 저는 '시민운동에 담론을 얘기하는 게 좀 과한 요구다' 이런 생각이 좀 드는데 '시민운동이 시대적 담론을 꼭 형성해야 되느냐, 가져야 되느냐.' 이런 생각이 듭니다.(<2022 집단분석 녹취록>, 91~92쪽, 활동가 B)"

"현장 활동가들은 한계가 있고, 시간적인 여유도 없고, 연구할 환경도 안 되고, 그런데 이런 것들은 소위 전문가들, 그런 사람들이 좀 받쳐주고 지원해주고 해야 되는데, 그런 현상들이 이제 많이 떨어지고 보니까, '담론'까지 고민할 수 있는 그런 것은 좀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 책, 78~79쪽, 활동가 D)"


시민사회 내부의 독자적 담론 형성의 중요성과 동시에 현장 활동가들의 현실적 어려움을 드러난다. 활동가들의 솔직한 고백은 한국 시민사회가 직면한 위기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정치적 편향(강한 정파성)

정치적 편향, 즉 강한 정파성은 시민사회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시민사회의 핵심은 사회 전체를 대변하고 공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데 있다. 하지만 정계와의 경계를 명확히 하지 못하고 과도한 정파성을 보이는 것은 문제가 된다.

원준호 한경대 교수는 시민단체가 완전한 중립을 유지하기 어렵고 어느 정도의 정치성은 필연적이라고 인정한다. 그러나 시민단체가 정파성을 지나치게 따를 경우, 이는 시민사회의 이데올로기적 분열을 초래하고, 사회 전체의 정치적 대립과 분열을 더욱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2007).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권오인 경제정책국장도 "시민운동의 생명은 비정파성에 있다"고 강조한다(2022). 이는 시민단체가 공익을 우선시하고 사회 전체를 대변하는 데 중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재확인한다.


재정 자립 부족

시민사회의 고질적 문제는 재정적 어려움이다. 이상적으로 시민사회는 시민과 회원의 후원을 통해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독립된 재정 자립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생존과 생계 문제로 인해 제도 안으로 들어가거나 제도와 협업(보조금, 용역, 기업 후원 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재정적 압박은 심해지고 활동가들이 점점 시민사회를 이탈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나는 시민사회 특성상 인적 자원의 유출은 매우 중대한 문제다.

"젊었을 때는 혼자라 돈이 없어도 괜찮았지만, 가족이 생기면서 그럴 수 없게 됐다"는 이야기처럼, 재정적 어려움은 중견 활동가가 사라지고, 미래를 이어갈 청년 활동가 유입이 줄어드는 악순환을 만든다.

일방적인 운동 방법 & 문어발식 운동

일방적인 운동 방식과 문어발식 운동은 '시민 없는 시민사회'를 상징하는 문제이다. 시민사회가 시민과 소통하는 방식에 관한 문제를 드러낸다.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논의가 초기 단계인 이슈에 대해 시민사회(단체)가 자신의 주장만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박병옥 2007). 이 과정에서 시민은 운동의 무대 뒤로 밀려나고, 결과적으로 엘리트 중심의 시민운동이 진행되는 상황이 나타난다(정시구 2019).

다양한 활동에 이름만 걸쳐 놓는 문어발식 운동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연대의 중요성을 이유로 전문성이 부족함에도 이름만 올리거나 얼굴만 비치는 행위가 문제가 된다. 이러한 운동 방식은 시민의 관점에서 시민사회가 무책임하게 활동만 확장하는 것으로 보여질 위험이 있다.

전문성 취약으로 인한 문제 해결 능력 하락

전문성의 취약함으로 인한 문제 해결 능력의 하락은 시민사회의 또 다른 도전과제다. 시민사회 인터뷰에서 활동가 A는 기업이 사회 문제 해결에 있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언급했다.

"과거에는 기업이 시민사회보다 후진적이었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집단으로 여겨졌지만, 현재는 문제 해결 능력에서 기업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 임팩트 같은 기업에서 만든 문제 해결 툴킷을 활동가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솔직히 말한다.

이와 관련해 동일 연구에 참여한 고위공무원은 정부와 정당, 시민사회 간의 관계를 대등하지 않은 것으로 묘사했다. 그는 세 주체 간의 관계를 '"대학생과 초등학생과 같은 것"으로 비유하며, 시민사회를 정부나 정당이 필요에 따라 이용하는 존재로 냉소적으로 평가했다(<2022 집단분석 녹취록>, 68~69쪽, 고위공무원 E).

시민단체에 대한 감시의 부재

정부와 기업을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시민단체에 대한 내부 감시의 부재는 주목할 문제이다. 시민사회단체는 정부나 기업에 대해 예리한 감시를 행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인력 부족, 비용 문제, 상호 신뢰 등 다양한 현실적 문제를 이유로 내부 투명성 확보를 우선순위에서 후순위로 밀어내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하여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용환 사무총장은 "회원 중심의 운영보다는 대표와 임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한국의 시민단체가 사상이 비슷한 단체 간의 관계성을 바탕으로 협력하는 것이 중심이 되며, 서로를 견제하거나 경쟁하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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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시민사회는 민주화 운동에서부터 2000년대의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변화와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해왔지만, 현재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고 평가된다. 주된 문제로는 담론 부재, 정치적 편향, 재정 자립의 어려움, 일방적인 운동 방식 및 문어발식 운동, 전문성 취약, 내부 감시의 부재 등이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시민사회 내부의 성찰과 구조적 변화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특히, 정치적 편향성을 넘어서 비정파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공익을 추구해야 하며, 내부 투명성을 강화하고 시민의 참여와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또한, 전문성을 강화하여 사회 문제 해결에 있어 더욱 효과적인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한국 시민사회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지향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 내부적으로도 외부적으로도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그저 저절로 오지 않는다.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는 대신, 더욱 시민 친화적이고 대중 지향적인 방향으로 변화를 추구할 때, 그리고 시민사회의 주인공이 진정 '시민이 될 때' 비로소 나타날 것이다. 

참고 문헌
사단법인 시민 & 서울시NPO지원센터 <강한 시민사회 포럼>,
한국행정연구원 『2022년 사회통합실태조사』
공석기, 정수복, 임현진, 『시민사회운동의 미래는 있는가 - 성찰적 비판과 실천적 과제』, 진인진, 2023. 12.
한상진, [2022 한국 대전환, 선도국가로 가는 길 - 사회]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 이념보다 실사구시하는 시민사회 성장에 기대 걸어, 월간중앙, 2022. 1.
박주연, "[스토리人] "시민운동은 비정파성이 생명... SNS 전략 고민할 때"", 시장경제, 2022. 11. 28.
이용환, [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시민사회단체 과대 대표성 시정해야, 미래한국, 2022. 9. 14.
정시구, 한국 NGO의 문제점, 선학UP대학원대학교, 2019. 6. 11.
홍성태, 민주화 이후 시민운동의 성장과 위기: 제도적 전문주의와 성공의 역설, 고려대학교 한국사회연구소, 2017. 12.
박병옥, 시민단체의 신뢰도 제고를 위한 방안 모색, KDI, 2007.
원준호, 시민단체의 정파성(政派性), 무엇이 문제인가, 안성신문, 2007.
박재영, "시민단체는 아젠다 파파라치다!", 청년의사, 2000.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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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배민
성찰과성장.com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외부 매체(성찰과성장, 캠페인즈 등)에 함께 기고 됩니다.


태그:#시민사회, #성찰과성장, #시민사회비판, #패러다임, #시민없는시민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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