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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 출국' 논란에 휩싸인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1일 오전 인천공항에 도착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피 출국' 논란에 휩싸인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1일 오전 인천공항에 도착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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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악화된 여론 속에 출국 11일만에 급거 입국한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첫날부터 "소환조사를 요청한다"며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를 압박했다. 공수처는 "수사팀에서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이날 오후 늦게 이종섭 대사 측은 "오늘 공수처에 모든 일정을 공개하고 소환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대사 측은 "공수처가 출금 연장하며 조사가 필요하다고 해왔고, 충분한 조사준비기간이 있었으니, 이번에는 당연히 공수처가 소환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는 '도피성 출국' 비판에 맞서 그동안 대통령실과 여당이 해왔던 공수처 압박과 궤를 같이 한다.

이와 더불어 이 대사 측은 "군에 수사권이 없어 수사외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면서 "수사외압은 정치 프레임이지 법률적으로는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고발내용 자체로 충분히 법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사 측은 이런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공수처에 제출했다.

6개국 대사만 참석하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 명목으로 귀국한 이 대사는 공식적으로는 다음달 4일까지 일정이 잡혀있다. 이후에는 한국-호주 간 회의 준비 일정이 있는데 다소 유동적이라는 것이 이 대사 측 설명이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이 대사의 요청대로 공수처의 소환조사가 실제로 이루어질지는 불투명하다. 현재 압수물 분석도 끝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공수처는 수사 단계상 이 대사를 조사할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이 대사의 국방부장관 시절 하급자이자 같이 출국금지 요청했던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과 유재은 법무관리관도 아직 부르지 않았다.

또한 지난 출국금지 해제 직전 '4시간 조사'를 한 데 대해 공수처가 출국의 빌미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도 거셌던 터라, 또다시 피의자의 요청에 밀려 소환조사를 하는 모습이 공수처로서는 부담스럽다.

2023년 송영길과 2024년 이종섭... 공수처, "수사팀에서 검토" 원론적 입장
 
'도피 출국' 논란에 휩싸인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도피 출국' 논란에 휩싸인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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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신분으로 해외에서 귀국해 '어서 나를 소환하라'며 수사기관을 압박하는 이 대사의 모습은 여러면에서 지난해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모습과 겹쳐진다. 지난해 4월 '민주당 돈봉투 의혹'이 터지자 4월 23일 프랑스에서 자진 귀국한 송 전 대표는 인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빨리 자신을 소환해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이후에도 검찰의 반응이 없자 기자회견, 농성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지속적으로 검찰을 압박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은 "다른 관계자 조사를 먼저 해야 한다"며 거부했고, 실제 제대로 된 첫 소환은 귀국 228일만인 12월 8일이었다.

당시 송 전 대표가 두차례 서울중앙지검에 '셀프 출석'을 시도하자 법무부장관이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수사는 일정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마음이 다급하시더라도 절차에 따라 수사에 잘 응하면 될 것 같다"고 한 바 있다. 또 윤재옥 원내대표는 "겉으로는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듯하나 실제론 검찰 수사를 방해하고 여론을 호도하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라고 비난했다.

바로 지난해 이런 사례가 있기 때문에 공수처로서도 이 대사의 요청을 무시하고 절차대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크게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대사 측의 소환 요청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공수처는 "소환조사 촉구서를 접수했다"면서 "수사팀에서 검토하겠다"라고 짧게 답했다.

태그:#이종섭, #공수처,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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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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