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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
 근로복지공단.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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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과 여성의 생식기능 상실은 동일한데 남성과 여성은 장해등급에 있어 차별. 남성은 장해 7급, 여성은 사실상 기준도 없어 결국 장해 8급. 20세기 기준이 여전히 판정의 잣대가 되고 있다. 60년 동안 이어온 근로복지공단 성차별적 장해 판정에 경종을 울린 판결이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이 20일 낸 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서울고등법원 제9-2행정부(재판장 김승수‧조찬영‧김무신 판사)가 지난 2월 22일 근로복지공단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했고, 공단이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기간 만료로 확정됐다. 이에 이들 단체가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입장을 낸 것이다.

이 사건은 엘지(LG)전자 평택공장에서 2003년부터 일하다 2012년 4월 '재생불량성빈혈'을 진단받고 합병증으로 추가상병으로 요양 중 2019년 5월 조기난소부전과 비장결손이 생긴 여성노동자와 관련이 있다.

재생불량성빈혈 진단을 받았을 때 이 여성노동자는 나이 28세였다. 이 여성은 장해급여를 신청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2020년 3월 '비장 또는 한 쪽의 신장을 잃은 사람'에 해당한다며 장해등급 8급(제11호)로 결정하였다.

남성의 경우 양쪽 고환이 상실된 경우 장해등급 7급을 인정하나 여성은 그보다 낮은 8급으로 해온 것이다. 장해등급 7급은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8급은 일시금으로 차이가 크다.

해당 여성은 "산재보험법령은 남성에 대해 양쪽 고환이 상실된 경우 장해등급 7급을 인정하고 있는 반면, '조기난소부전' 등 여성이 생식기능을 상실한 경우 여성호르몬 생성 중단으로 인하여 신체에 미치는 악영향이 남성에 비해 더 큰데도 불구하고 여성에 대하여는 별도의 장해등급 기준을 정하지 않고 있어 입법이 미비하다"라며 "조기난소부전의 경우 양쪽 고환을 상실한 경우에 준해 장해등급 7급으로 인정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근로복지공단은 "비장전절제술 상태, 난소부전으로 생식능력에 뚜렷한 제한이 남은 사람에 해당되나, 이를 종합해 판단할 때 복부장기의 기능에 장해가 남아 쉬운 일 외에는 하지 못하는 사람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장해등급을 '비장 또는 한 쪽의 신장을 잃은 사람'에 해당하는 8급으로 결정한다"라고 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 최선재 판사는 2023년 2월 "조기난소부전이 장해등급 7급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가 있고,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은 부당하다"라며 장애등급결정처분 취소 판결했다.

근로복지공단이 1심에 불복했던 항소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월 항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일본, 미국의 사례를 들면서 공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동일한 생식기능 장해에 대해 남성과 여성이 차별받을 이유가 없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지금까지 20세기에 만들어진 기준을 현재까지 변경 안 하고 유지하고 있다"라며 "특히 1심 판결에서 장해등급 기준을 변경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항소를 통해 재해 노동자의 고통을 가중하기까지 했다. 차별을 정당화하고 반성하지 않는 근로복지공단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과거 흉터 장해에 대해 남성과 여성의 장해등급 기준이 달라 차별이 명백해 변경했던 적이 있다. 따라서, 근로복지공단은 이번 판결을 통해 장해등급 기준을 변경해야 할 것"이라며 "산재인정 및 요양 그리고 장해등급 전반에 걸쳐 성별에 따른 차별이 있는지를 면밀하게 검토해 변경해야 한다"라고 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은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라면서 "성차별적 판정 기준은 반드시 개정돼야 하며, 노동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산재보험 전면적 개혁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태그:#근로복지공단, #서울고등법원, #장해등급,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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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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