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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2년 6월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앞에서 소송 지연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관련사진보기

 
[기사보강: 13일 오전 9시 49분]

12년 8개월.

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음 소송을 제기한 날부터 대법원 판결을 받을 때까지 흐른 세월이다. 30대에 소송을 제기한 이는 어느덧 50대가 됐다. 노동자들은 초장기 재판 지연으로 큰 고통을 받았지만, 다행히 대법원은 "나는 현대제철 노동자"라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12일 노동자들이 현대제철 사내하청 기업에서 일한 것을 두고 불법 파견임을 인정하고 이들이 현대제철의 노동자임을 확인한 2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다만, 일부 공정의 하청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서 이뤄지는 근로자파견은 불법이다. 이 경우에는 원청기업이 하청기업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 지금껏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해 많은 대기업의 제조업 공장에는 불법파견이 만연했고, 대법원은 잇달아 대기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도 그 연장선에 있다.

파견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원청기업이 하청기업 노동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와 같은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등의 요건을 따져야 한다. 1심과 2심 모두 현대제철이 이들 노동자들에게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 등 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대법원도 이날 같은 판단을 내렸다.

사실 이번 대법원 판단은 다른 대기업의 불법 파견 판결 사례를 고려하면 예상할 수 있는 결과였다. 문제는 재판 지연이었다.

2011년 7월 현대제철(당시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161명이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 사측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다. 1심 승소 판결은 4년 7개월이 지난 2016년 2월에 나왔다. 이후 2심 판결(2019년 9월)은 3년 7개월이 걸렸고, 상고심 기간은 4년 6개월이었다.

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크게 세 차례로 나눠 소송을 제기했다. 모두 재판 지연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1차 소송에 대한 결과였다. 2차 소송은 지난 2022년 6년 2개월 만에 1심 판결이 나왔고, 2020년 11월에 제기한 3차 소송의 경우 1심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오마이뉴스>는 2022년 재판 지연의 사례와 그 대안을 다룬 '헌법 27조 3항이 사라졌다'는 기획 기사에서 재판 지연에 따른 이들 노동자들의 고통을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 "30대에 소송 시작, 40대 중반에 1심 겨우 끝났다" https://omn.kr/21l1c)
 
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전국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이날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참으로 기나긴 시간이었다. 12년 전 처음으로 순천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할 때 그 누구도 정규직화 투쟁이 승리할 줄 몰랐다. 비정규직 노동자 가족들 또한 거대한 대기업과 권력자들을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아직도 한국사회는 부와 권력을 움켜쥔 기업과 권력자들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이기에, 사회적 약자로 외면당해온 비정규직들의 외침이 과연 우리 사회가 정당하게 들어줄 것인지 의문스러웠지만, 끝내 승리하였다."

이들은 "제철업계 불법파견 대법원 선고와 확정판결을 환영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에 멈추지 않을 것이며,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는 불법파견 범죄가 근절될 수 있도록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의 최종선고를 지켜보겠다는 현대제철은 대법원판결이 나온 만큼 기간의 불법파견노동 및 부당노동행위에 대하여 사죄하고 즉각적으로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를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