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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셈본 6-2'의 106쪽부터 107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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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쪽부터 107쪽까지 '전보(電報)'와 아랑곳한 알맹이가 있습니다. 손에 들고 다니는 들말틀(휴대전화)로 언제 어디서나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보내고 싶은 글을 보낼 수 있는 요즘과 달리 옛날에는 보내고 싶은 글을 돈을 주고 보냈다는 것을 알게 해 줍니다.

106쪽 첫째 줄부터 둘째 줄에 걸쳐서 '전보는 전보 용지에다 글을 써서 우체국에 내면 된다'고 '전보'가 '글을 써서 보내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 주고 있었습니다. 그 아래 셋째 줄부터는 전보에 쓰는 글자는 '한글'이고 숫자는 0~9까지 '한자'를 쓴다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전보에 '쓰는'과 넷째 줄에 나오는 '이 밖에'라는 토박이말이 반가웠습니다. 요즘도 여러 곳에서 '사용(使用)하는'과 '이 외(外)'에 같은 말을 많이 쓰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옛날 배움책에서 쓴 것처럼 될 수 있으면 쉬운 토박이말을 쓰면 좋겠습니다.

여섯째 줄과 일곱째 줄에 되풀이해서 나온 '치고', '친다'는 말도 반가운 말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치다'는 '셈을 맞추다'는 뜻도 있고 '어떤 것을 잣대(기준)로 삼다'는 뜻도 있는 토박이말입니다. 여덟째 줄부터 열째 줄까지 전보 삯(요금)을 알려 주고 있는데 풀이에 '까지', '넘는', '마다', '더 내게 되어 있다'와 같이 토박이말이 들어 있어 좋았습니다. 10자까지 1,500원이면 한 자에 150원이고 10자가 넘으면 1자에 100원씩이었다고 하니 전보를 보내는 데 적지 않은 돈이 들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07쪽 위에는 앞서 106쪽 첫째 줄에 '전보'를 풀이해 준 말에 나왔던 '전보 용지'의 보기가 있습니다. 글자 크기가 작아 잘 보이지 않지만 키워서 보면 이름(제목)이 전보뇌신지(電報賴信紙)라고 되어 있습니다. '전보 용지'의 이름이 '전보뇌신지(電報賴信紙)'였고 그것도 한글이 아니라 한자로 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수신인(受信人)', '발신인(發信人)'과 같이 곳곳에 적힌 글이 모두 한자로 되어 있어 한자를 모르는 사람들은 참 어려움을 많이 겪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106쪽 열둘째 줄에 나오는 것처럼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받는 사람', '보내는 사람'이라고 했더라면 참 좋았을 것입니다.

107쪽 첫째 줄에 '전보를 쳤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를 볼 때 '타자를 치다', '무전을 치다'처럼 '전보'를 보낼 때도 '치다'는 말을 썼음을 알 수 있습니다. 셋째 줄에 '얼마가 드느냐'가 나오는데 이 말도 참 쉬운 말이라서 좋았습니다. 요즘도 많은 곳에서 '소요 경비(所要 經費)'라는 말을 쓰는 것을 보는데 '드는 돈'이라고 하면 누구나 알기 쉬운 말이 됩니다.

다섯째 줄에 있는 '마중'이라는 토박이말도 참 반가운 말입니다. 이 말은 흔히 '손님을 맞다'라고 할 때 쓰는 '맞다'에서 온 말이며 '오는 사람을 나가서 맞이함'이라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이 말과 맞서는 말은 '배웅'인데 '마중', '배웅'과 같은 좋은 말을 모두가 잘 알고 부려 쓰며 살 수 있도록 배움책을 만드는 분들이 마음을 써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글은 경남신문에도 보냈습니다.


태그:#토박이말바라기, #우리한글박물관, #토박이말, #순우리말, #고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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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 으뜸 글자인 한글을 낳은 토박이말, 참우리말인 토박이말을 일으키고 북돋우는 일에 뜻을 두고 있는 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 맡음빛(상임이사)입니다. 토박이말 살리기에 힘과 슬기를 보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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