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필자는 멕시코를 여행 중이다. 길 위에서 조우하는 사람과 삶을 인터뷰한다. 바하칼리포르니아 반도의 북서단 도시, 티후아나의 물사정과 콜로라도 강에서 이 도시까지 어떤 과정을 통해 물이 공급되는지에 대해 알아보았다.[편집자말]
지난해 10월 14일, 바하칼리포르니아 반도의 북서단 도시, 티후아나로부터 이 반도의 종주를 시작하면서 가진 의문 중 하나는 사막 지역인 이 도시는 어디에서 물을 가져다 쓸까 하는 것이었다. 이 의문과 더불어 수돗물에 대한 포괄적 질문을 받은 숙소의 주인 아마다(Amada Rios) 부인께서는 그의 본업인 교사답게 체계적이고도 자상하게 답을 주었다.

"우리 땅에 대한 당신의 관심에 매우 기쁩니다. 지역 지하수나 저수지의 지표수를 활용하지만 부족한 물의 대부분은 콜로라도 강에서 옵니다. 그러나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것은 곤란합니다. 음용수는 모두 생수를 사서 마시고 있습니다. 수도관 개선을 위해 며칠간 수돗물 공급이 중단될 수는 있어도 지난 20년 동안 수돗물 공급은 문제가 없었습니다."
​ 
티후아나 지역으로 물을 공급하기위해 시에라 데 후아레스(Sierra de Juarez) 산맥의 바위산을 오르고 있는 수로 강철관
 티후아나 지역으로 물을 공급하기위해 시에라 데 후아레스(Sierra de Juarez) 산맥의 바위산을 오르고 있는 수로 강철관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콜로라도 강이라면 티후아나에서 가장 가까운 곳까지의 자동차길로도 250km는 족히 되는 거리가 아닌가. 바흐 칼리포르니아 주에서 가장 큰 도시가 소비하는 물을 그렇게 먼 곳에서 어떻게 가지고 올 수 있을까?

지난주 멕시칼리에서 티후아나의 인접 도시 테카테로 가기 위해 시에라 데 후아레스(Sierra de Juarez) 산맥을 넘는 중에 그 의문에 대한 답을 만났다.​   

태평양과 함께 종단하며 서쪽의 소노라 사막(Sonoran Desert)과 경계를 이루는 시에라 데 후아레스의 거친 바위산을 오르면서 만난 거대한 강철관. 그 관도 함께 산을 오르고 있었다. 그 관의 중간에는 두드러진 건물도 눈에 띄었다.

그것은 콜로라도 강물을 티후아나와 그 인근 지역으로 보내는 수로관과 양수장(Rumorosa Hills pumping station)이었다. 중력에 의존하여 물을 다른 지역으로 공급하던 고대 수로와 달리 이 수로는 산을 거슬러 오르고 있다.
​ 
콜로라도 강물을 티후아나와 그 인근 지역으로 보내는 라 루모로사 언덕(La Rumorosa Hill)의 양수장. 중력을 거슬러 물을 산너머로 보내기위해서는 멕시칼리의 전력을 걱정해야할만큼 많은 에너지가 투입된다.
 콜로라도 강물을 티후아나와 그 인근 지역으로 보내는 라 루모로사 언덕(La Rumorosa Hill)의 양수장. 중력을 거슬러 물을 산너머로 보내기위해서는 멕시칼리의 전력을 걱정해야할만큼 많은 에너지가 투입된다.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티후아나 도시 인구의 증가로 늘어나는 물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된 것이 '콜로라도강-티후아나 수로(ARCT : Acueducto Río Colorado-Tijuana)'이고 라 루모로사 언덕(La Rumorosa Hill)의 수로관과 양수장은 그 일부였다. 장거리 물을 운반하는 파이프라인, 운하, 펌프장, 저수지 등이 건설되어 수요에 따라 유속이 조정되고 제어된다.

멕시칼리 북동쪽의 급수 채널부터 티후아나의 엘 카리조(El Carrizo)댐까지 125km 거리의 이 수로는 이곳 라 루모로사 구간에서 산 정상 아래의 터널까지 1,061의 높이를 6개의 펌핑 공장을 통해 물을 퍼 올려야 한다. 

그렇다고 콜로라도 강물이 무한정인 것도 아니다.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점점 커지는 물 분쟁에 대응으로 1945년에 발효된 미국과의 1944 수자원 조약, '콜로라도 강, 티후아나 강, 리오 그란데 강 수역 이용에 관한 조약(Treaty relating to the Utilization of Waters of the Colorado and Tijuana Rivers and of the Rio Grande)'에 따라 물이 할당되고 있지만 가뭄으로 공유 강의 수위가 감소하면 긴장이 높아지고 갈등은 곧바로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 
바위산에 건설된  '콜로라도강-티후아나 수로(ARCT : Acueducto Rio Colorado-Tijuana)'의 라 루모로사 언덕(La Rumorosa Hill)의 수로관
 바위산에 건설된 '콜로라도강-티후아나 수로(ARCT : Acueducto Rio Colorado-Tijuana)'의 라 루모로사 언덕(La Rumorosa Hill)의 수로관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라파스에서 멕시칼리로 가는 중에 하늘에서 내려다본 콜로라도 강의 하류는 각종 댐으로 물의 방향이 바뀌어 말라버린 엄마의 빈 젖 같았다. 낮은 고도의 강물을 높은 고도의 산맥 너머로 보내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투입되어야 할까. 멕시칼리에서는 이 수로 시설을 전기 에너지의 포식자로 부르고 있다. 전력수요가 많은 계절에는 이 수로로 인한 전력 부족을 걱정하기도 한다.

이처럼 지자체 밖에서 들여오는 물은 많은 비용을 감수해야 할 뿐만 아니라 큰 환경적 부담을 안긴다. 속계와 선계가 공존하는 듯한 이 땅의 원주인은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온 쿠메야아이(Kumeyaay) 부족과 큰뿔야생양, 흰꼬리사슴, 퓨마, 살쾡이, 방울뱀, 쥐독수리, 붉은고리매, 회색여우 및 30여 종의 박쥐 등이다.

이중 바하 칼리포르니아와 이곳 사람들의 상징인 큰뿔야생양(bighorn sheep)은 멸종 위기에 처해 있으며 칼리포르니아 콘도르 종 일부와 가지뿔영양(Pronghorn)은 완전히 멸절했다. 콜로라도 강물이 높고 험준한 바위 산맥을 넘는 이 공학적 성취가 언젠가는 인간의 편리만을 위해 그것 외에는 모든 것을 배척한 염치없는 일이 되지 않을까 의문이다. 바다를 막아 갯벌을 땅으로 만든 일처럼.
​ 
소노라 사막을 가로지르고 있는 수로를 통해 물 한 방울의 소중함을 한눈에 체득하게 된다.
 소노라 사막을 가로지르고 있는 수로를 통해 물 한 방울의 소중함을 한눈에 체득하게 된다.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어제는 아내에게 꾸중을 들었다. 내 유리잔에 생수가 한 모금쯤 남아있다는 것을 모르고 설거지통에 담으려 했던 것이다. 투명한 컵에 투명한 물이 바닥에 깔린 것을 어찌 알 수 있겠냐며 하소연했지만 이미 받은 힐책이 무효화될 수는 없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홈페이지에도 포스팅됩니다.


태그:#물부족, #티후아나, #콜로라도강물, #라루모로사언덕, #멕시코여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삶의 다양한 풍경에 관심있는 여행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