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합계출생율 0.78의 시대, '둘째' 만나기 참 어렵습니다. 아이 한명 키워보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들 합니다. 그들이 말하는 '둘째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거기서부터 저출생 해법을 찾아보려 합니다. [편집자말]
지난해 10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한 어린이집 교사와 아이들이 나들이를 즐기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는 자료사진.
 지난해 10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한 어린이집 교사와 아이들이 나들이를 즐기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는 자료사진.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2022년 0.78명, 2023년 0.72명(잠정치)으로 집계된 합계출산율이 올해는 0.68명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한다. 합계출산율이 소수점 이하인 것도 이미 익숙하고 오래된 충격이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앞자리가 7에서 6으로 내려앉을 판이다. 

좀더 안 좋은 방향으로 가정해 보면, 만약 최근 3년과 같은 속도로 출산율이 계속 떨어진다면 2년 뒤에는 0.5명대에 진입하게 된다. 두 가정, 또는 성인남녀 4명이 1명의 아이만 출산하게 되는 시대가 도래한다는 이야기다.

2017년경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인 크리스틴 리가르드(Christine Lagarde)는 이미 이런 한국 사회의 저출산 경향을 빗대어 '집단자살사회(collective suicide society)'라고 표현한 바가 있다. 다소 극단적인 표현이었지만 한국의 출산율 역시 극단적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심심치 않게 인용되는 표현이다.

리가르드는 IMF 총재답게 한국의 저출산 현상을 경제성장률 저하와 국가재정 악화라는 맥락에서 우려했다. 그런 관점을 제거하고 보더라도 지금의 집단적인 출산 중지 또는 포기 행위는 문제다. 한 사회를 수명을 다한 노인 세대들의 빈자리를 새로 태어난 사람들이 메꾸며 유지되는 유기체라고 보면, 저출생은 그 사회가 빠르게 늙고 병들고 죽어간다는 의미기이기 때문이다. 

하나, 아니면 없거나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언급한 통계 수치가 절실하게 체감된다. 내 주위의 기혼자들도 실제로 아이가 한 명이거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먼저 함께 일하고 있는 30대 초반에서 40대 초반으로 구성된 동료 다섯명 중 기혼자는 3명이고 그 중에 단 한 명(필자)만 아이를 낳아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중이다.

일터 뿐만 아니라 살고 있는 동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거주형태가 서울과 경계를 마주하는 신도시에 위치한 아파트이다 보니 이웃들은 기혼자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이웃 대다수가 아이를 한 명만 두고 있고 둘을 키우고 있는 가정은 많지 않다. 아이 셋 이상인 집은 500세대가 훌쩍 넘는 아파트단지에 서너집 뿐이다. 특히 젊은 부부일수록 형제 없이 한 아이만 낳아 키우고 있거나 둘째 계획이 없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주변 사람들에게 아이를 낳지 않게되거나, 낳더라도 한 명만 낳아 기르는 데 그치는 이유를 물어보면 돌아오는 답은 똑같다. '엄두가 나지 않아서'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지인들은 아이가 생기면 현재 하고 있는 일이나 직장내 위치 등에 많은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 같다며 불안해 한다. 안정적인 생활환경과 조건 속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키울 수 있을지 엄두가 나지 않아서 출산을 결정하지 못하거나 포기하고 있는 경우가 정말 많다.

아이 한 명을 키우고 있는 지인과 이웃들은 둘 키우기가 엄두가 나지 않아 둘째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들은 출산과 육아를 하며 겪은 사회활동의 불리함과 제약들, 고된 육아노동, 아이를 키우며 지게되는 경제적인 부담 등 현실적인 고통과 어려움이 적지 않다며 '둘째'라는 말을 꺼내자 마자 손사래를 친다.

'엄두가 안 난다'는 그들의 말에 나도 공감한다. 스스로도 육아를 하기 전의 나와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나를 비교하며 '아이가 없었으면 아이가 없는 친구들처럼 더 많은 시간, 집중해서 일을 더 잘 할 수 있을 텐데'라고 아쉬운 혼잣말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실제로 임신과 출산을 고민하는 지인들에게 일과 성취가 굉장히 중요하다면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은 신중해야한다고 조언한 적도 많다.

어찌어찌 아이 하나를 낳는다고 해도 그 아이를 돌보는 일에서부터 맞벌이 부부는 여러 한계 상황에 부딪친다. 학교에서 하는 방과후 교실이나 학교돌봄의 경우 정원이 한정되어 있다. 원한다고 해서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학급당 인원이 28명 이상인 과밀학급이 많은 학교일 수록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원하는 수업을 선택해 듣는 것은 언감생심이고 최악의 경우 방과후와 돌봄모두 탈락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이런 경우 아이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조부모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저학년부터 하교 뒤에 인근의 여러 학원을 다니는 소위 '학원 뺑뺑이'를 돌거나 아이를 따로 돌봐줄 사람을 고용해야 한다. 이 상황에 처하면 맞벌이 부부 중 한 명의 수입 절반, 또는 그 이상을 오로지 한 아이의 돌봄에만 지출해야 할 수도 있다. 아무리 맞벌이라고 해도, 주택의 대출금 상환과 생활비 등등 지출에 아이 돌봄비용까지 더해지면 생활은 팍팍하기만 하다. 

이런 현실에서 어떻게 '아이 둘'이란 엄두를 낼 수 있을까. 결국 대부분 엄두가 나지 않아 둘째는 생각도 하지 않거나, 혹여 둘 이상 키워야 하는 상황이 되면 부부 중 한 명(주로 여성)이 사회생활을 정리하고 전업주부를 선택하게 된다. 

밤 8시까지 봐주는 늘봄학교? 아이가 행복할까
 
윤석열 대통령이 방과후 돌봄·교육 프로그램인 '늘봄학교' 참관을 위해 지난해 7월 3일 경기도 수원초등학교를 방문, 책상에 앉아 추홍엽 교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방과후 돌봄·교육 프로그램인 '늘봄학교' 참관을 위해 지난해 7월 3일 경기도 수원초등학교를 방문, 책상에 앉아 추홍엽 교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관련사진보기


이런 돌봄 공백을 메꾸기 위해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부터 저출생 대책으로 늘봄학교 정책을 추진해왔다. 늘봄학교는 기존의 돌봄 교실과 방과후 학교를 통합한 돌봄형태로,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학교가 아이들을 돌본다는 취지로 도입되었다.

지난해에는 신청을 받아 일부 학교들에서 시범운영 되었고 올해 전체 학교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이미 지난해부터 학교 일선 교사들에서는 교사들과 협의는커녕 교육청과 교장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아무런 지원없이 졸속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늘봄학교의 원활한 운영여부에 앞서 보다 근본적이고 상식적인 질문을 할 필요가 있다. 늘봄학교는 최장 아침 7시부터 밤 8시까지 아이를 돌봐준다는 취지인데 그럴 경우, 아이는 무려 13시간을 학교(또는 늘봄학교가 운영하는 외부기관)에 머물어야 한다. 그 상황에서 과연 아이들은 행복할 수 있을까.

대개 초등학교 아이들은 이르면 밤 9시, 늦어도 10시 전후로는 잠을 잔다. 8시까지 학교에 있다고 가정한다면, 부모나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 2시간 안팎이다. 과연 그 시간동안 부모와의 애착관계나 가족의 유대관계가 온전하게 형성될 수 있을까. 이제 나와 내 친구들과 이웃들은 늘봄학교가 아침 7시부터 밤 8시까지 부모가 없어도 아이를 돌봐주니까 이제 열심히 일하고 걱정없이 아이를 가지거나 둘째를 생각할 엄두를 낼 수 있을까. 지금의 늘봄학교는 이 상식적인 질문이 빠져있다. 

태그:#저출산, #늘봄학교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현실의 공허한 공포를 떠올린 나는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어디건 그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 보기로 결심했다" -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그 남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