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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인 나문희, 김영옥, 박근형 님이 출연하는 영화
▲ 영화 <소풍> 포스터 80대인 나문희, 김영옥, 박근형 님이 출연하는 영화
ⓒ (주)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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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연휴에 남편과 영화를 보았다. 설날 전날 둘이 앉아있다가 "내일 할 일도 없는데 영화나 보자"라고 했더니 남편도 좋다고 했다. 바로 집 근처에 있는 영화관을 검색해서 보고 싶었던 <소풍> 예약에 성공했다. 좌석도 많아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자리로 예약했다. 남편은 65세 이상 경로 우대대상이라 9000원이나 할인을 받았다. 영화 예약도 척척하는 내가 자랑스럽다.
 
65세이상은 우대로 경로 할인이 된다.
▲ 영화 티켓 65세이상은 우대로 경로 할인이 된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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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신정을 쇠었기에 이번 설에는 설날 다음 날에 가족이 모이기로 했다. 큰아들이 지방에 있는 처가댁에 설 쇠러 가서 설날 저녁에 올라온다. 아마 한밤중이나 길이 막히면 우리 집에 새벽에 도착할 수 있다. 마침 2월 14일이 쌍둥이 손자 생일이라서 생일 축하도 미리 하려고 케이크도 사다 놓았다.

영화는 설 연휴에 맞추어 2월 7일에 개봉하였다. 주인공 세 분이 모두 80대다. 김영옥, 나문희, 박근형님 모두 좋아하는 배우다. TV에서 홍보하는 걸 보고 제목 '소풍'에 끌렸다.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에서 가져온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에서도 언급이 되었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영화를 보고 나면 마지막까지 함께 할 친구가 있다는 것이 부럽다. 두 분은 실제로도 오랜 우정을 자랑하는 배우다. 주인공 은심(나문희 역)과 금순(김영옥 역)은 친구이면서 자식을 나누어 가진 사돈이다. 은심 아들과 금순 딸이 결혼하였다. 그 사이에 손녀가 한 명이 있다.

은심은 부잣집 딸이었지만, 부모의 죽음과 남편의 죽음으로 어린 아들을 데리고 야반도주하듯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왔다. 억척같이 일해서 재산을 꽤 많이 모았지만, 아들이 사업하며 다 말아먹었다. 알츠하이머에 걸리게 되었고 자꾸 돌아가신 엄마가 보인다.

아들이 사업이 어려워지자 엄마인 은심에게 도와달라고 손을 내민다. 마음이 심란할 때 친구이며 사돈이 예쁘게 한복을 차려입고 연락 없이 찾아온다. 친구 금순과 60년 만에 고향 남해로 내려간다. 남해에서 중학교 때 은심을 짝사랑하던 태호(박근형 역)를 만나 세 명은 열여섯 중학생으로 돌아간다. 그때를 추억하며 행복해한다. 남해의 아름다움에 빠지게도 했다.

영화에 삽입된 임영웅의 '모래 알갱이' OST는 영화의 분위기를 더해준다. 영화가 끝날 때 나오는 엔딩곡으로 엔딩 크레디트가 끝날 때까지 그 자리를 떠날 수 없게 만든다. 노래 가사가 영화 내용과도 잘 맞았다. 영화 관람하고 집에 와서 다시 찾아서 몇 번이나 들었다. 반복해서 들어도 영화의 여운이 남아 영화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지난여름에 남편과 집에서 <그대 어이가리> 영화를 보고 많이 울었다. 치매가 정말 무서운 질병임을 깨닫고 제발 죽을 때까지 치매는 안 걸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도 슬프다. 보다가 눈물이 났다. 하지만 슬프기만 하진 않다. 코믹한 장면도 있고 친구의 우정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은심과 금순은 중학교 동창인 절친이자 사돈이다.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부럽다.
▲ 마직막 소풍 떠나는 장면 은심과 금순은 중학교 동창인 절친이자 사돈이다.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부럽다.
ⓒ (주)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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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심과 금순은 새 옷을 사서 곱게 차려입고 높은 산으로 김밥을 싸서 소풍간다. 산을 오르는 길이 힘들었지만, 행복해 보인다. 그 소풍이 인생의 마지막이 되리란 것을 짐작했으리라. 벼랑 끝에 서서 손을 꼭 잡고 금순이 "다음에 다시 태어나도 니 친구 할 끼야"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울컥한다. 좋은 친구가 있다는 것은 복이다.

나태주 시인은 이 영화를 위해 자신의 글씨체를 담은 낙관을 기증하고, '하늘 창문'이란 헌정 시를 전달했다고 한다. 임영웅은 영화의 OST로 받은 수익금을 모두 기부했다고 한다. 두 분 모두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런 것들이 영화를 더 빛내 주리라 믿는다.

친정엄마를 보낸 나를 위로해 준 영화 

이 영화를 보며 돌아가신 친정엄마가 자꾸 생각났다. 친정엄마는 인지가 조금 나쁘셨지만, 차려드리면 식사도 혼자 하셨고 화장실에도 혼자 가셨다. 허리가 아파서 늘 진통제를 달라고 하셨지만, 지팡이를 짚거나 보행기를 밀고 다니셨다. 우리 집에서 함께 사셨는데 천식으로 입원하셨다가 검사 도중 심정지로 돌아가셨다.

요양원에도 안 가셨다. 친정엄마는 87세에 돌아가셨다. 갑자기 돌아가셔서 많이 슬펐는데 영화를 보며 아파서 고생하지 않고 그때 돌아가신 것이 어쩜 복이란 생각이 들었다. 며칠 입원하셨다가 주무시듯 돌아가셨으니 말이다. 친정엄마의 소원이 '주무시다가 자는 듯 가시는 것'이었다. 영화가 나를 위로해 주었다.

우리나라도 곧 초고령 사회에 들어간다고 한다. 초고령 사회가 되면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노인 복지가 잘 되어 있지만, 노인 우울증 등 다양한 노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리 집에도 남편과 내가 노인 세대에 속하기에 초고령 사회가 두렵다. 노년 세대가 주역인 <소풍>은 요양병원과 연명치료, 존엄사 등 죽음에 대한 고민을 안긴다. 우리 모두 생각해 볼 문제다.
  
살아보니 남은 것은 부부이다. 부부끼리 한 쪽을 바라보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
▲ 남은 인생 남편과 친구하며 잘 살고 싶다 살아보니 남은 것은 부부이다. 부부끼리 한 쪽을 바라보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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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인생 남편과 친구하며 잘 살고 싶다

남편은 영화를 보고 태호와 본인을 동일시 하게 되었다고 한다. 늘 즐겁게 살고 일하는 모습은 좋지만, 역시 나이 들면 찾아오는 각종 병이 무섭다고 했다. 남편과 서로 도와주며 친구처럼 잘 살아야겠다.

나이가 들면 가장 중요한 것이 건강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 또한 자식에게 어떻게 해 주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 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영화를 보며 남은 인생을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친구도 만나고, 너무 자식에게 매이지 말고, 재산도 움켜쥐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이 건강이니 스스로 건강을 위해 노력해야겠다. 영화가 주는 여운이 커서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것 같다. 나중에 TV로 꼭 다시 보려고 한다. 설 연휴에 좋은 영화를 보고 앞으로 노인으로 살아야 할 삶을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우리의 삶을 닮은 영화라 공감하며 잘 보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도 발행 될 수 있습니다.


태그:#영화소풍, #소풍, #나문희, #김영옥, #박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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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교원입니다. 등단시인이고, 에세이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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