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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옥 신임 방심위원이 지난 22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윈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정옥 신임 방심위원이 지난 22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윈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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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권고도 있군요... 다시 할게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바이든 날리면 보도에 대한 징계에 착수해 비판을 받는 가운데, 대통령 추천으로 임명된 이정옥 심의위원의 자질 문제까지 터져나오고 있다. 방심위 심의 규정도 제대로 숙지 못한 이 위원의 모습이 공개석상에서 노출되면서 심의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자리에서 중징계→경징계 의견 바뀌고, 기초 내용도 질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행정 제재를 할 수 있다. 심의 결정은 행정지도 단계인 '의견 제시'와 '권고', 법정 제재인 '주의'와 '경고' '관계자 징계', '과징금'이 있다. 법정 제재의 경우, 방송사 재승인 심사에서 감점 요소로 작용해 심의위원들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그런데 지난 30일 방심위 방송소위에서 SBS 라디오('두시탈출컬투쇼')에 대한 징계(의결번호 518호)를 논의할 당시, 이정옥 위원(대통령 추천)은 '행정지도'와 '법정 제재'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다. 류희림 위원장이 심의 의견을 요청하자 이 위원은 "문제 없음으로 해도 되고 아니면 주의를 줄까 지금 생각 중"이라고 했다. '문제없음'은 징계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고, '주의'는 법정 제재, 중징계 조치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의견 제시다.

이 위원이 이렇게 의견을 제시한 이유는 금방 드러났다. 류 위원장이 "행정 제재(지도)선에서 권고 또는 의견제시(인가)"라고 구체적인 징계 수준을 제시하자, 이 위원은 "아, 권고도 있군요"라고 했다. 행정지도 단계에서 '권고'가 있다는 걸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중징계인 '주의'를 언급한 것이다.

"주의 또는 권고"로 의견을 수정한 이 위원은 "의견 없습니다에서 의견제시, 그다음에 권고, 이렇게 해야 되는군요"라면서 징계 수준을 거듭 재확인했다. 이후 다른 위원들이 징계 의견을 제시하는 도중에, 이 위원은 "다시 하겠다, 의견제시 또는 권고로 하겠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중징계에서 경징계로 의견이 거듭 바뀐 것이다. 

간접광고가 문제가 된 <매일경제TV>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에서도 이 위원은 간접광고에 대한 기초적인 상식을 관계자에게 묻기도 했다. 그는 "이런 프로그램에 (특정 상품이나 제품) 상호가 나오는 거는 100% 모자이크 처리를 하는 걸로 규정이 돼 있나"라고 물었고, 방심위 관계자는 "간접광고의 경우 가능하다"고 했다.

심의 프로그램의 민원 접수 여부는 심의위원들에게 문서로 보고가 되는데, 이 위원은 "이게 민원이 온 건가"라고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당시 방청석에는 수십 명의 기자와 방송사 관계자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이 위원의 발언에 한숨이 내쉬는 관계자들도 있었다.

이 위원은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을 심의할 당시에는 "(문제가 된 멘트) 몇 초 안되니까 한번 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심의 안건 방송에 대해선 위원들에게 사전에 동영상 파일 등의 형태로 미리 제공이 되고, 위원들은 회의 전 방송 내용을 미리 살펴보고 참석한다. 그런데 이 위원은 회의 자리에서 해당 멘트의 청취를 요청한 것이다. 

류 위원장은 "우리 위원님들이 미리 다 듣고 온거라서, 회의 진행상 신속한 진행을 위해"라며 재청취 제안을 거절했다. 이날 이 위원은 MBC 라디오에 대해선 중징계(관계자 징계) 의견을 냈다.

방심위 안팎에선 "심의위원으로서 준비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방심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심의위원의 의견은 방송사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문제인데, 정말 심의위원이 법정제재와 행정지도 단계조차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것이라면 심의위원으로서 기초적인 지식조차 숙지가 되지 않은 것"이라며 "이런 모습이 계속된다면 방심위의 신뢰도는 더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 22일 대통령 추천 몫으로 임명된 이정옥 위원은 KBS 파리지국 특파원, KBS 보도본부 해설위원실 해설위원, 한국방송협회 사무총장, KBS 글로벌전략센터장 등을 지냈다. <오마이뉴스>는 31일 오전 방심위 홍보팀을 통해 자질 논란과 관련한 이 위원의 입장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태그:#이정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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