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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차 교사이면서도 독일 베를린시 의원 활동을 하고 있는 마르셀 홉(맨 오른쪽)이 지난 21일 오전 한국 교사들을 만나고 있다. ©독일탐방단
 7년차 교사이면서도 독일 베를린시 의원 활동을 하고 있는 마르셀 홉(맨 오른쪽)이 지난 21일 오전 한국 교사들을 만나고 있다. ©독일탐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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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국회의원 영입 후보 정성국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영입 후보 백승아 초등교사노조 전 수석부위원장.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교사란 점 말고도 정치권에 뛰어들면서 학교에 사직서부터 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현직 교사가 정당에 참여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정치하면서도 교사 신분 유지하는 홉 의원

7년차 교사이면서도 독일 베를린시 의원 활동을 하고 있는 마르셀 홉(36, Marcel Hopp). 파독 간호사를 어머니로 둔 '한국계'인 홉 의원은 교사시절에도 독일 사회민주당 활동을 해왔고, 시의원이 된 지금도 교사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시의원이 된 뒤 독일 중등학교에 휴직계를 냈을 뿐이다. 그의 담당 과목은 역사였다. 의원 임기가 끝나면 곧바로 학교에 복직할 권리도 있다고 한다.

지난 22일 베를린시의회에서 한국 교사들을 만난 홉 의원은 "정치활동과 교육정책 생산에서 당사자인 교사들을 제외시킨다는 것은 사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2024 곽노현과 함께하는 독일정치·교육·문화 탐방단'에 참여해 독일을 방문한 한국 교사 등 25명을 만난 자리에서다.

이날 오전 10시, 한국 탐방단은 홉 의원과 2시간에 걸쳐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교육언론[창]은 당시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 내용 전문을 살펴봤다.
 
2021년 베를린시의원 선거 당시 후보로 나선 마르셀 홉 교사. ©홉 의원의 트위터
 2021년 베를린시의원 선거 당시 후보로 나선 마르셀 홉 교사. ©홉 의원의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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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단에 참여한 김용서 교사노조연맹 위원장은 홉 의원에게 "한국 교사들은 정치활동에 일체 참여할 수 없으며, 정당에 들어가려면 곧바로 사직해야 한다"면서 "독일 교사는 재직 중에 정당에 가입하고 정치후원금도 낼 수 있느냐. 교사 직업을 유지한 채 교육감이나 시의원, 국회의원 선거에 입후보할 수 있느냐"고 캐물었다.

이에 대한 홉 의원의 첫 마디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한국정부는 왜 교사와 공무원에게 정치기본권을 주지 않는 것이냐? 이런 상황이 있다는 게 놀랍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국가는 한국과 독일을 포함해 모두 38개국. 이 가운데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기본권을 모두 틀어막고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런 사실에 대해 홉 의원이 놀라움을 나타낸 것이다.

홉 의원은 "민주주의는 모든 국민이 다 같이 지켜야 하는 것이다. 그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정당 가입권을 어떤 특별한 그룹에만 줘도 안 되고, 특정한 그룹만 배제시켜도 안 된다"면서 "그래서 독일은 교사는 물론이고 공무원도 당연히 정당 가입권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가 당사자인데... 교육정책 만들지 못한다고?"

그러면서 홉 의원은 "교사신분을 유지한 상태에서 정치자금 후원도 가능하다. 다른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교사는 정당 안팎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정치적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홉 의원도 교사를 하면서 정당활동을 해왔다. 그는 2021년 시의원이 되기 전부터도 사회민주당에서 활동해온 것. "전통적으로 교육을 중시해온 사회민주당 안에는 교사들의 프로젝트 그룹이 따로 형성되어 있었고 나도 이곳에서 활동해왔다"는 게 홉 의원의 설명이다.

이러던 홉 의원은 교사직을 유지한 상태로 베를린시의원 후보로 나섰고, 결국 당선됐다. "의원이 됐을 경우엔 휴직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일주일에 100시간 넘게 의정활동하면서 교직을 수행한다는 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홉 의원은 "독일에서는 교사들을 포함한 교육종사자들이 정당의 프로젝트 그룹에서 교육정책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것은 교육 분야뿐만이 아니다"면서 "정책은 당사자주의가 중요하다. 교육정책에서 직접 관련되는 교사들이 정책을 만들 수 없도록 한 것은 사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요즘 베를린은 우익 포퓰리즘 정당에 반대하기 위해 100만 명이 모이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홉 의원은 "이렇게 특정 정당을 반대하는 시위도 정치활동이 분명한데, 이 시위에 교사들도 참여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반면, 한국 교육부는 지난 해 서울서이초 교사 49재를 앞둔 9월 4일, 교사들이 집회와 재량휴업을 추진한 것에 대해 "불법 집단행동"이라면서 '파면과 해임' 으름장이 적힌 공문 첨부물을 학교에 보내기도 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딴 세상인 것이다.

끝으로 홉 의원은 '교실 속 정치교육'에 대해 "독일은 1976년 보이텔스바흐 합의에 따라 논쟁성 원칙과 학생 세뇌 금지 원칙을 지켜가며 정치교육을 하고 있다"면서 "학생들 또한 14세 이상이 되면 정당에 가입해 활동한다. 이 정치교육에서 교사는 개인 정견을 그대로 전파하는 게 아니라 논쟁성을 살리는 방식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4 곽노현과 함께하는 독일정치·교육·문화 탐방단’의 독일교육 탐방 모습. ©독일탐방단
 ‘2024 곽노현과 함께하는 독일정치·교육·문화 탐방단’의 독일교육 탐방 모습. ©독일탐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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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독일이 한국을 모델로 삼을 수 없어"

한국교사들과 대화를 나눈 홉 의원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한국 교육상황은 독일에서 모델로 삼을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전문언론 교육언론[창](www.educhang.co.kr)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태그:#교사 정치기본권, #독일교육, #교육언론창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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