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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관련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남욱 변호가 지난해 3월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 관련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남욱 변호가 지난해 3월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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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대장동 50억 클럽' 관련 혐의로 기소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재판에서 함께 기소된 양재식 전 특검보의 변호인이 증인석에 선 대장동 개발업자 남욱 변호사의 증언에 대해 "검찰의 적극적 요구"에 의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 또는 '거래' 등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그런 취지다. 헌정 사상 가장 성공한 특검으로 평가받았던 두 전직 검사가 검찰 후배들의 수사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남 변호사는 헛웃음을 지어 보이며 "(양 전 특검보 측이) 무슨 취지로 질문하는지 안다"면서 "우려하시는 그런 상황은 없었다"라고 일축했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김동현)는 박 전 특검과 양 전 특검보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수재) 등 혐의 재판에 지난 기일에 이어 다시 남 변호사를 증인으로 불렀다. 반대 신문을 진행한 양 전 특검보 변호인은 반복적으로 "진술 내용을 바꾼 이유가 무엇인지" 물으며 "증인 구속 이후에 (검찰에서) 박영수와 곽상도와 관련된 진술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서 그런 것 아니냐"라고 추궁했다.

변호인 신문 도중에 검찰은 "이의 있다"며 "변호인이 반복적으로 질문을 가둬서 하고 있다. 증인의 생각을 묻고 있다"고 재판부에 제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남 변호사는 5회 조사까지는 3억이라는 금액은 물론 현금을 전달했다는 진술 자체가 없었지만 구속 상태에서 풀려난 이후부터 검찰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기 시작했다.

- 양재식 전 특검보 변호인 "증인(남욱 변호사)은 2022년 9월부터 진술 방향이 바뀌었다. 맞나?"
- 남욱 "방향이 바뀐 건 아니고 그때부터 대부분 사실대로 말한 거다. 10월 넘어가면서부터다."

- 변호인 "유동규가 진술을 번복한 시점과 일치한다. 하필 유동규도 그때부터 진술이 바뀌었다. 이유를 아느냐?"
- 남욱 "아는 거 없다."

- 변호인 "이 무렵부터 변호인 입회 없이 조사받지 않았나?"
- 남욱 "그렇다."


남 변호사는 자신이 진술을 바꾼 이유에 대해 "당시 재수사가 이뤄지면서 조사받으러 갔던 시점은 이미 대부분의 수사가 많이 이뤄져서 내가 부인을 하거나 이럴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며 "이렇게까지 시끄러워진 상황에서 어쨌든 내가 한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제일 컸다. 그럼에도 억울한 부분은 내가 스스로 해명 내지 설명을 해야 하지는 않겠냐는 생각이 들어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인 없이 검찰 조사 받았다는 남욱 "우려하는 그런 상황 없었다"
 
대장동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양재식 전 특검보가 지난해 6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 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대장동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양재식 전 특검보가 지난해 6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 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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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양 전 특검보 변호인은 지난 기일 남 변호사가 증언한 '현금 3억 원 전달'에 대해서 "일시와 장소 등이 불분명하다"면서 진술의 신빙성 문제를 제기했다(관련기사 : 남욱 "2014년 11~12월 세차례 박영수 측에 3억 줘" https://omn.kr/26re5).

- 변호인 "(박영수 전 특검)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은 증인을 불러서 면담했다. 이후 세 차례로 (돈을 건넨) 횟수가 특정됐다. 워크숍, 선거 캠프, 법무법인 OO 등이다. 그런데 일시와 장소, 금액을 특정하면서도 막상 언제 얼마를 교부했는지는 (조서에) 기재가 안됐다. 검찰에서 진술 못한 거 아니냐?"
- 남욱 "워크숍 주차장과 사무실 등에서 전달한 것은 말했다. (OO 리조트) 주차장 이야기는 처음부터 했다. (조서에) 담긴 내용은 자세히 모르겠는데, 주차장이 어두웠다는 건 면담 처음부터 검사님한테 말했다."

- 변호인 "(면담 당시) 속기사는 있었나?"
- 남욱 "없었다."

- 변호인 "(워크숍 진행한) 리조트가 넓은데 구체적인 장소를 주차장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조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게 납득이 안된다."
- 남욱 "나한테 물어보면 내가 뭐라고 답해야 하나? 양평 OO콘도(리조트)가 낡아서 주차장 가로등이 꺼진 곳도 있고 어두웠다."


남 변호사는 "당시 장면이 기억났던 것이지 날짜가 정확하게 기억났던 것은 아니었다"면서 "조사 과정에서 관련 자료를 보고 날짜를 특정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14일 진행된 공판에서 남 변호사는 "2014년 11~12월 세 차례에 걸쳐 쇼핑백에 담아 법무법인 OO 사무실과 경기도 양평 OO리조트, 박영수 전 특검 선거캠프에서 한 차례씩 양재식 변호사에게 돈을 준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2015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 자금 명목으로 박 전 특검 측에 3억 원을 건넨 정황을 진술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2015년 대한변협 회장 선거 자금 명목으로 남욱 등으로부터 현금 3억 원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또 우리은행의 컨소시엄 참여와 PF 대출용 여신의향서 발급 등의 대가로 박 전 특검이 향후 50억 원을 약속받았고, 실제 5억 원을 받았다는 것이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일을 1월 18일로 잡았다.

태그:#남욱, #양재식, #박영수, #대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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