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소이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철원평야와 북녘땅
 소이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철원평야와 북녘땅
ⓒ 최순자

관련사진보기

 
"새해 북녘땅을 바라보며 남북통일을 기원합시다."
"그리합시다."


새해를 맞아 가족과 철원 소이산에 다녀왔다. 내가 있는 포천 관인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가면 철원 노동당사가 있는 철원역사문화공원에 도착한다. 노동당사는 공사 중으로 천막으로 가려 있었다. 공원에 차를 세우고, 소이산 전망대는 올라가 본 적이 있어 '지뢰꽃길'이라 불리는 둘레길을 걸었다.

소이산은 362m의 산이다. 주변에 높은 산들이 없어 조선시대에는 봉수대, 한국전쟁 때는 미군의 레이더 기지 등 군사시설로 58년이나 사용했다. 2011년 10월 말에 일반인도 갈 수 있는 곳이 됐다. 전망대는 들머리에서 20분 정도면 갈 수 있다. 2022년 7월부터는 모노레일을 운행하고 있다. 갈 때도 타야 하산 시에도 이용할 수 있다.

소이산 정상 전망대 앞쪽으로 바라보이는 재송평 평야는 철원 10경 중 6경으로 가을의 황금 들판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 평화로움 너머로는 치열했던 전장 백마고지, 화살머리고지, 긴장이 흐르는 비무장지대(DMZ) 등이 있다. 궁예가 정한 태봉국(후고구려) 도읍과 고려 태조 왕건이 즉위한 포정전도 그 안에 있다.

북으로는 평강고원이 손에 잡힐 듯하고, 동으로는 금강산으로 가던 철로도 어디메쯤 있으리라 상상할 수 있다. 새들은 남과 북을 자유롭게 날고 있으나, 사람은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어 70년 넘게 오도 가도 못함을 눈으로 확인하며 가슴 저민 곳이기도 하다.
  
소이산 입구
 소이산 입구
ⓒ 최순자

관련사진보기

 
나이 오십을 지나면서 남은 생애 의미 있는 길을 물었던 기도 응답으로 '남북 평화통일'을 화두로 받은 분이 있다. 국경선평화학교 대표 정지석 목사이다. 그는 평화학 박사학위를 받고 목회, 사회단체 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했다. 그러다 미국 팬들힐 영성평화학교에서 통일을 위해 일하라는 메시지를 받고 13년 전 아무 연고도 없는 철원에 둥지를 틀었다. 남북한 평화통일을 준비하며 피스메이커를 양성하고 있다. 교육 과정 중 하나로 소이산에 올라 북녘땅을 바라보며 평화통일을 염원한다.

정 대표는 매일 소이산에 올라 당신이 믿는 분의 음성을 들으며 기도한다. "내가 이 민족을 사랑한다. 지석아, 네가 내 종이 아니냐?(정지석, 소이산. 한국기독공보. 2014. 12.1)" "침묵 속에서 드리는 기도는 주로 저를 돌아보는 내용입니다. (생략) 이렇게 드리는 기도가 제 힘의 원천입니다. 소이산을 억지로 오르는 게 아니고 여기에 올라 기도를 해야 제가 하는 일에 힘을 얻습니다(우성규, 소이산에 올라(정지석 대표 인터뷰). 국민일보 2022.10.27)" 정 대표는 새해에도 소이산에 올라 화살머리고지에서 남북정상이 만나 포옹하고, BTS가 비무장지대에서 세계 팬들을 불러놓고 신나게 공연을 펼치는 꿈을 꾸며 기도할 것이다.
  
소이산에서 바라본 석양
 소이산에서 바라본 석양
ⓒ 최순자

관련사진보기

 
둘레길 가장자리는 철조망으로 막아 놓고 '지뢰 조심'이라 써 있다. '모을동비' 문학동인들의 시도 걸려 있다. 한 시간 정도면 돌 수 있는 길을 북녘을 바라보고 평화통일을 염원하면서 가다 쉬다를 반복하다 보니 한 시간 반이나 걸렸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는 "마음이 슬플 땐 해지는 걸 보고 싶다"라며 어느 날은 마흔세 번이나 봤다고 한다. 분단으로 생채기를 안고 있는 민족의 현실은 슬프고 아프다. 걷기를 끝낼 무렵 석양과 비끼는 노을이 해지는 걸 보길 좋아하는 순례객의 발길을 멈춰 세운다.

1990년대 후반 도쿄에서 대학원 면접시험 때이다. 지원동기로 '왜 역사학을 공부하고 다시 인간발달학을 공부하는지' 이유를 말했다. 듣고 있던 노교수가 질문 대신 "김대중 같은 훌륭한 대통령을 둔 한국이 부럽소"라고 했다. 민주주의, 인권을 위해 행동하고 한반도 평화통일을 염원하며, 북한방문과 따뜻하게 동포를 끌어안으려 했던 자랑스러운 그분이 몹시도 그리운 요즈음이다. 마침 소이산을 걷던 날은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일이었다.
  
소이산 둘레길, 지뢰꽃길
 소이산 둘레길, 지뢰꽃길
ⓒ 최순자

관련사진보기

 
소이산 '지뢰꽃길' 북쪽 길은 며칠 전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반면에 남서쪽 길은 따스한 햇볕 덕에 눈이 녹아 흙길이었다. 얼어있는 북쪽에도 따스함으로 흙길이 되고, 그 흙길에는 평화와 생명의 싹이 돋아나길 기원한다. 소이산 둘레길은 남북 평화통일을 염원하고 통일 후의 희망을 상상하게 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SNS 게재


태그:#소이산, #둘레길, #평화통일, #최순자, #정지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맞춤형 부모교육 & 교사교육 전문가로 자연 속에서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을 운영하며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글을 짓고 벗을 사귀는 일이 인생 최고의 경지이다(연암 박지원)." 는 말처럼 살면서, 그 경지에 이르고 싶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