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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재생활동가분의 리어카 옆 면에 붙어 있는 광고판이다.
▲ 끌림 리어카 광고 자원재생활동가분의 리어카 옆 면에 붙어 있는 광고판이다.
ⓒ 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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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O, 겨울철 저소득 노인을 돕기 위해 임직원 참여 기부활동 벌여···"
"가수 겸 CEO OOO, 5개 병원에 2억 원씩 총 10억원 기부해···"
"가수 OOO, 소아암 백혈병 환아들을 위해 상금 기부···"
  연말이 다가오면서 공인들의 훈훈한 기부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이와 더불어, 미디어에서 어려운 계층을 위해 기부를 장려하는 방송을 종종 볼 수 있다.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을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에게 전달해 따뜻한 연말을 만들자는 취지다. 그러나 효율적인 모금을 위해 다소 자극적으로 빈곤을 그려내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혜적인 후원 광고는 단발성 후원금 모집에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지속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주류 미디어는 관행적인 후원 방송의 제작 방식과 연민을 자극해 '효율적'으로 후원금을 모집하는 후원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 미디어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지만 주류 미디어가 현실적인 문제로 안 하거나, 못 하거나, 놓치고 있는 것을 짚어내고 수행하는 주체라고 할 수 있다.

주류 미디어의 전유물인 광고를 이용해 저소득 노인에게 고정적 수입을 제공하고 소상공인의 광고진입까지 도운 끌림은 대안미디어라고 불릴 수 있을까. 끌림은 자체 개발한 경량 리어카에 광고판을 부착해 폐지수거인의 광고수익을 창출하는 소셜벤처다. 지난 11월 17일, '끌림'의 한유경 대표를 만나 물었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끌림의 한유경 대표의 모습이다.
▲ 끌림 한유경 대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끌림의 한유경 대표의 모습이다.
ⓒ 고선영, 이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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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끌림을 간단히 설명해달라.

"2016년에 서울대학교 인엑터스라는 소셜 벤처 학회의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당시 폐지를 주우시는 어르신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면서, 뜻이 맞는 5명 정도가 모여 단기로 작게 시작했다. 이후 비즈니스 모델로 확장됐다. 리어카라는 매체를 갖고 광고를 하고, 광고 수익을 받으면 상호 보완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하겠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7년이 지났고, 지금의 끌림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현재 499분의 끌리머 어르신들과 함께하고 있다. 끌림 임원은 15명 정도 된다. 

끌림 내부에서는 어르신들을 '끌리머'라고 부른다. 일종의 애칭인데, 사실 정식 명칭은 '자원재생활동가'다. 21년도에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이 주최한 '재활용품 수집노인 환경개선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선정된 이름이다. 폐지 수거를 하시는 것이 환경보호와 자연 순환에도 기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끌림은 마케팅, 사업 개발 및 대외협력팀, 세일즈팀, 사업 운영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케팅 팀은 외부에 끌림에 대해 알리는 일을, 사업 개발 및 대외협력 팀은 새로운 사업 개발과 외부 협력 제안을 도맡아서 진행하고 있다. 세일즈팀은 영업 활동을, 사업 운영 팀은 내부 조직의 업무 효율성과 체계화를 고민한다."  
   
끌림 멤버 사진입니다.
▲ 끌림 단체 사진 끌림 멤버 사진입니다.
ⓒ 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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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고주는 어떻게 모집하나?

"내부 영업 세일즈 팀을 통해서 하기도 하고, 끌림 이메일이나 대표 번호를 통해서 연락 주시는 광고주분들도 계시다. 라디오나 기사를 접하시고 연락을 주시는 분들도 많다."

- 월 9만원이 어르신들께 큰 도움이 되는가?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겐 큰 돈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겐 굉장히 작은 돈일 수도 있다. 요즘 물가가 워낙 높다보니 끌림에 들어오기 전에는 (나도) 작게 느껴졌다. 그런데 어르신이 '생활비에 많은 보탬이 된다', '약값, 난방비로 잘 사용하고 있다'라고 말씀해주시는 걸 들으면 그 값어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도 생긴다."
 
끌림 공식 홈페이지 첫 화면입니다.
▲ 끌림 홈페이지 끌림 공식 홈페이지 첫 화면입니다.
ⓒ 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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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끌림은 어떤 부분에서 대안미디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끌림은 일반적인 (시혜적) 복지와는 다르게 역발상을 통해 호혜적 관점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시도가 없었던 리어카 옆 면에 광고를 붙이는 끌림은 사회에 필요한 부분을 짚어내서 보여주는 대안 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 어르신들께 고정적 수입원 제공, 광고인으로서의 자긍심이라는 끌림의 두 가지 목표가 대안적이라고 본다. 두 가지를 모두 시행하는 건 기존의 레거시미디어에서는 없었던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주류 미디어가 광고에서 빈곤을 묘사하는 방식은 일명 '빈곤 포르노' 현상을 낳는다. 집단적 위기를 개인적 문제로 축소하는 사적화는 구조적 원인이 빈곤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지 않는 탈맥락화로 이어졌다. 특히 노인 빈곤 문제를 다룰 때의 시혜적 태도는 적나라해진다. 무능력하고 의존적으로 노인을 그려낸 결과,  최근 사회에 만연한 '노인 혐오'의 감정에 일조했다." 

- 끌림에서 광고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일반적인 광고는 기업의 니즈를 맞춰서 많은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활동이다. 끌림에서 광고는 기업의 니즈를 맞추되, 사회로 초점을 돌렸다. 순환 가치를 만든 것인데, 수익성 판매 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일반적) 광고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광고의 판매 효과, 사회적 가치 두 가지 모두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기존 미디어와 광고 메커니즘이 다른가?

"비슷하지만 품이 더 많이 든다. 광고주에게 광고 진행 상황, 리어카 활동 지역 및 시간대 등을 모두 파악해서 보고서로 송부해드린다. 또 광고 집행자(어르신들)을 매달 만나뵙고 건강 상태도 여쭤보는 '월고'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끌림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학생과 끌리머 두 분의 사진이다.
▲ 끌리머와 끌림이 끌림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학생과 끌리머 두 분의 사진이다.
ⓒ 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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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끌림에서는 '시혜성'이 아닌 '호혜성'을 강조한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복지라고 하면 보통 경제적인 지원을 많이 생각한다. 끌림이 호혜성에 집중하는 이유는 복지는 지속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단편적인 지원 말고, 폐지를 줍기를 업으로 삼으시는 분들께 그 수익과 더불어 엄연한 광고인으로서 직업의식을 심어드리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얻게 되는 끌리머 분들의 자긍심은 끌림이 추구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기존의 후원 방식과 같이 시혜적 도움은 효율적이고 빠르지만, 끌림은 그 너머의 가치에 끌렸다. 호혜적 관계를 통해 광고인으로서 자긍심을 유발하고 안정적인 수입 구조를 제공한 것이다."

- 끌리머분들의 소감이 궁금하다. 

"광고비로 나오는 금액이 도움된다는 말씀도 하시지만, 그와 더불어 '광고를 끌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라고 이야기 하신다. 폐지를 줍는 업에 대한 애정과 더불어 광고에 대한 애정도 생기시는 것 같다."    

- 끌림의 앞으로의 목표는?

"다른 사업 모델을 만들어 보고 싶다. 지금은 비즈니스 모델이 딱 한 가지다. 광고주분들과 협업을 단기적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대학생들로 운영되는 끌림은 한계를 두지 않고 새로움에 도전할 수 있는 열정과 패기가 있다. 그리고 끌림의 궁극적인 목표는 '유퀴즈'에 나가는 것이다. (웃음) 방송에 나가 끌림의 존재를 알리고, 리어카 광고의 가치도 알리고 싶다."

태그:#끌림, #리어카광고, #자원재생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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